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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Jun 27. 2024

[한국작가(1)] 김영하

[ BOOKREVIEW8. 2024.06.27 ]

                                                         이미지출처 : 알라딘


1. 김영하  인사이트 3부작 "다다다"


김영하 작가의 인사이트 3부작 "다다다"는 그의 산문 "보다", "읽다", "말하다"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1. "보다"에는  1부 "부와 가난", 2부 "삶과 죽음", 3부 "운명과 예술", 4부 "미래에선 과거", 총 4부로서 문학, 철학,  사회, 경제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세상에 대한 읽기를 시도한다. 3부에서 대학 시절 세상을 떠난 이한열 열사의 30주기를 기려 덧붙였다.

2. "읽다" 는 1부 위험한 책 읽기, 2부 우리를 미치게 하는 책들, 3부 책 속에는 길이 없다, 4부 거기 소설이 있으니까’ 읽는다. , 5부 매력적인 괴물들의 세계, 6부 독자, 책의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 6부로 구성되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 "말하다"는 그의 강연과 인터뷰로 이루어진 부분으로, 소설 문학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1부 내면을 지켜라, 2부 예술가로 살아라, 3부 엉뚱한 곳에 도착하라, 4부 기억 없이 기억하라. 로  쓰여 있다.


1. "보다"에서 나의 주목을 끈 것은 "어차피 죽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 " 패스트 패션 시대의 책"이다. 

 먼저 " 어차피 죽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는 삶과 죽음에 대한 소설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내가 올 초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바이기도 했다. 

에피쿠로스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죽음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 질 것을 권했다. 죽게 되면 더는 아무것도 자각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는, 죽음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을 통찰 한다면 오히려 유한한 삶이 즐거울 수 있다. 이런 통찰이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구를 없애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p.53-54

에피쿠로스의 생각을 요약한 글귀가 머리 속에 들어왔다. 

" 우리가 존재하는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면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 패스트 패션 시대의 책"은 내가 글쓴이로서 보낸 4년 동안 깨닫지 못했던 부분과 마주하게 했다.

작가는 2011년 가을, 유니클로가 명품 거리인 뉴욕 5번가에 플래그십 매장을 낸  일대 사건을 먼저 거론한다. 그 이전부터 H&M, 자라, 어반아웃피터스 등 패스트 패션이 대세였는데, 인기가 있는 옷은 순식간에 팔려나가고 새로운 옷으로 채워지며 사라진 옷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것이 패스트 패션 세계라고 말이다. 


이에 비춰, 오늘날 대형 서점 역시 어떤 면에서 패스트 패션을 닮아가고 있는데, 책표지는 날이 갈수록 화려해 져가고 날마다 백 종이 넘는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대부분이 얼마 못 버티고 매대에서 치워진다고 덧붙인다. 

반스앤노블 같은 미국의 대형서점 체인은 어떤 책을 어디에 진열할 것인가 까지도 본사의 컴퓨터가 인공지능으로 결정한다. 판매량과 독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집계하여 분석한 컴퓨터가 어떤 책을 중앙 매대에 놓을 것인가를 매일 결정해 지시를 내린다. 


그런데 책값은 패스트 패션의 가장 저렴한 옷 값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북 리뷰어로서, 책 값이 비싸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지난 십 년간 우리나라의 물가는 36퍼센트 올랐는데, 책값은 불과 18.5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고 실제로 더 떨어진 것이라고 말이다.  종이 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는 판에 책은 왜 더 싸지는 지에 대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값이 내려간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책"이라는 상품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pp.82-84


2. "읽다 " 에서 내 두 눈을 사로잡은 것은 "책 속에는 길이 없다"라는 제목이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관용구는 이미 퇴색해 버린 지 오래다. 예전에는 잘 풀리지 않은 답답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구한 경험이 있었는데, 지금은 길이 너무 많은 시대여서 우리는 오히려 여러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 하기위해 고심한다. 시대적 변화는 그렇다 치고, 소설 속에도 길이 있는 지에 대해 소설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길이 뚜렷이 보이지 않거나 보인다 해도 너무 많아서 속 시원한 해결책으로서 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pp.130-131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소설은 영화와 달리 끝까지 보는 경우가 드물고, 일단 끝까지 보았다면 그것은 그 작품의 어떤 면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그 인물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소설을 끝까지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떤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면 거기엔 무엇이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소한의 것이 있었음을 의미한다.만약 어떤 소설이 실망스러웠다면 바로 던져버리고 그 작품에 대해서 잊어버리거나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광고나 배우 인터뷰 같은 것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를 보는 동안 설령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기가, 특히 동행이 있는 경우에는 더 힘들다. 그러니 마음에 안 드는 영화와 그것을 만든 감독에 대해  욕을 퍼붓게 된다. 속았다는 배신감, 억지로 감상을 강요 당했다는 불쾌감 때문이다.

책은 충분히 재밌지 않으면 우리는 책장을 덮고 책을 그만 읽기로 결심하지만, 영화는 상영도 중에 일어나서 나가려면 눈치가 보여 끝까지 보게 된다고. pp.134-135


3. "말하다"에서 그가 소설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옮겨봤다.


* 소설 문학의 세계는 일상적 세계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책장을 펼치는 것이다. 

*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 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 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관적 현실주의에 두되, 삶의 윤리는 개인주의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이다. 

* 문학은 태생적으로 개인주의적이며 우리에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세계이다

*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늘 오래된 이야기를 제 버전으로 다시 쓰는데 흥미를 느낀다. 그것이 고전을 읽는 이유다.

* 문학의 매력은 개방성이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 글이 가진 매력은 세계와 인간 사이에 흥미로운 매개를 설정하는 데 있다.


이 책은 소설가 "김영하"는 어떻게 보고 읽고 말하는지, 그가 보고, 읽고, 말하는 행위는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해 담고 있다. 세상을 보고 책을 읽고 소설 쓰기(그의 작품)에 대해 작가 만의 생각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소설 문학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알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알라딘


2. 김영하  소설집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는 칠 년 동안 쓴 일곱 편의 중 단편을 묶어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을 냈다. 발표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이다.


2014년 겨울에 발표한 "아이를 찾습니다"가 맨 중앙인데, 그해 4월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참혹한 비극이 있었다. 이 작품으로 2015년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했고 작가는 그때 쓴 수상 소감을 다시 읽어보면서 칠 년 동안의 일을 돌아본다.  


이 소설 집의 이전 세 편은 "옥수수와 나"의 찌질하고 철없는 작가, 생물학적 아버지의 유골을 받으러 뉴욕으로 떠나 양복만 걸치고 돌아오는 "슈트"의 편집자, 싱글 맘이 되겠다는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출판사 사장이 나오는 글을 썼다.


이후 네 편에는 아이를 유괴 당했거나 첫사랑을 잃었거나 탈출의 희망을 버렸거나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에 쓴 아래의 이 문장이 그 이후에 쓰게 될 소설들을 암시하는 것만 같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를 통해 이 소설집은 "상실"에 대한 우리의 슬픔과 "그 이후" 남은 자의 견뎌내는 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이 가운데  인상 깊었던  세 작품,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의 줄거리를 정리해 봤다. 


"오직 두 사람"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다. 


보고 싶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졌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와 현주, 현정으로 이루어진 가족! 그러나 그 가족 가운데  아버지와 첫째 딸 현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복잡 미묘함이 느껴진다.  현주가 명문대에 합격했을 때, 둘만이 해외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생각대로 행동했고, 그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명문대 사학과에 가서, 예술사 전공으로 대학원에 간 것까지는...  그러나 현주는 사회 탐구 영역 학원 강사가 되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남자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동생인 현정은 미국으로 유학 가서 몇 권의 책을 출판도 하고, 교수도 되고 결혼도 한다. 이후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해서 현정의 곁으로 갔지만 현주는 아버지 곁에 남아서 그가 다른 여자와 만나는 동안 여자의 아들을 돌보는 뒷감당을 한다. 이후 어머니와 현정이 있는 미국에 간 현주는 자유로움을 느꼈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 같은 감정을 느끼고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루면서 언니에게 이야기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의 삶에 대해 그리고 허전하고 쓸쓸할 것 같은 예감에 대해.  


" 아이를 찾습니다"는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마트에서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카트에 실린 아이를 잊었을 때, 이전의 삶과 달라진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말 대형마트에서 윤석과 미라는 각자 자신의 일을 보느라 카트에 있던 아들 성민을 잊었다. 그렇게 아이를 잃었다. 이후 윤석은 정규직을, 미라는 서점 일을 그만 두었다. 집도 줄이고 잠도 줄여가면서 전단지를 돌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에 등록된 유전자와 일치하는 아이 "종혁"을 집으로 데리고 간다는 것이었다. "성민"이인 종혁이를 유괴한 범인은 간호사를 한 50대의 여자였는데 자살했다고. 그런데 사회복지사와 경찰관이 데려온 종혁이는 윤석이나 미라가 예상한 그 "성민"이가 아니었다. 

윤석은 그의 고향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내려가 버섯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종혁이는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어느 날 가출했다. 이년 후 윤석의 창고 앞에 여자애 "보람이"가 찾아와 "종혁"이가 자기가 모은 돈 오백만원을 뺏어갔다고 했다. 윤석은 버섯 농사로 모은 돈을 꺼내 오백 만원에 삼 십 만원 더 얹어 주었는데, 그 여자 애는 종혁이와 낳은 갓난아이를 놓고 갔다. 


" 인생의 원점"은  첫사랑을 잃은 이야기이다. 


서진과 인아, 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그들은 같은 날 전학을 왔다. 

둘은 그로부터 이십여 년 후 신도시 아파트 단지 근처의 호숫가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서진은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작은 회사에 다녔고 인아는 영어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쉬고 있었다. 남편은 금융업계에 일한다고 했고, 아이는 갖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진은 인아의 몸에 멍든 자국을 보고 그녀가 가정 폭력을 당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영어 기간제 교사도 그래서 그만 두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그러다가 사채업자 남자에게 위협을 당하면서 인아에 대한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아에게서 전화를 받고 간 그녀의 집에서, 남편이 쓰러져 있고 핏 자국의 흔적을 보게 된다. 서진과 인아, 둘다 남자가 죽은 줄 알고 서로 다시 시작할 것을 말하다가 남편이 깨어나자 물거품이 된다. 열흘 후, 인아는 투신했고 사채업자인 남자가 인아의 남편을 폭행한다. 병원에 입원하여 누워있는 그에게 서진이 회사동료 행세를 하며 그의 귀에 대고 험담을 한다. 그렇게 서진은 이 순간이 인생의 새로운 원점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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