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과 러브홀릭
일에 미친 사람과 사랑에 미친 사람. 둘 중 누가 더 미친 사람일까? 사랑 타령하다 활활 타오르다 재가 되어버리는 애타는 사람에 가깝기에 취미는 사랑이라 부르고 다녔다. 누구한테 홀리면 바로 홀릭이 돼버려서 불치병에 걸려 오로지 그에게만 집중한다. 일편단심 민들레,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된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도 나에겐 그뿐이다. 그 하나면 단 하나면 된다. 마지막 사랑이라 의심치 않고 그의 짝꿍으로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와 다음 생을 일구고 싶었다. 그의 이름에 맞춰, 그의 외모에 맞춰, 별명을 지어 이름표를 붙였다, 떼냈다 반복한다. 그러다 그와 찰떡인 별명이 생각나면 한동안 그 별명으로 부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여보, 당신, 애기야라는 애칭을 붙여본 적이 없다. 그는 나에게 오빠였고 나는 그에게 ㅇㅇ이었다. 우리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발견하면 캐릭터 이름으로 부르고 이름에 있는 한 글자를 따와서 만들기도 했다. 너는 내 거니까 내가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호기롭게 보란 듯이 귀여운 이름을 붙이곤 뿌듯해한다.
한 번이라도 그가 해사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풍우가 몰아쳐도 가라앉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짱구를 굴려 깔깔이 역할, 광대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에도 웃기는 사람, 웃는 사람 담당이 정해져 있다. 간간이 서로의 역할을 바꾸기도 하지만 역시 난 상대방을 웃길 때 쾌감을 느낀다. 예능 프로그램, 예능인, 웃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은이, 김숙, 장도연, 안영미, 구교환. 재밌는 사람이 좋다. 최선을 다해 웃기고 싶은 마음이 엿보이는 사람들.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사람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잽을 날리다 걸리면 빵 터지고 거기서 만족감을 얻는 예능인. 나에게도 예능인 피가 흐른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죽을 수도 있다. 일도, 사랑도, 코미디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멈출 줄 모르고 쉴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는 천국행 특급열차 VIP로 승격된다. 일도, 사랑도, 최선을 다해보니 역시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누더기가 된 나를 보고 있자니 다음부터는 일도, 사랑도,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다. 최선을 다했더니 돌아오는 건 이별뿐이라 더 이상은 손해 보고 싶지 않다.
가수: 브로콜리너마저
노래: 앵콜요청금지
https://youtu.be/ELdkPmZ9kfo?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