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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Sep 05. 2021

인생도 직장생활도 '존버'하자

스스로 무너지지 말자

가슴속에 사표 없는 직장인은 없다. 몇 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직이나 퇴사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제각기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기업문화를 이해할 수 없어서, 중요하지 않은 업무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하나다.

직장생활이 힘들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난다. 멋진 선택이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다.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스스로가 죄인이 되어 회사를 떠난다.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 빠르게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종종 일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던 대기업 S급 인재가 업무부담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업무가 과중해 살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고급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한 사건, 잘 나가던 증권사 임원들이 일시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자 자살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며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십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스스로가 죽일 놈이 되어 회사를, 아니 인생을 떠난다.


보통의 사람들도 끝까지 자신의 내면과 싸우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아 회사를 떠나거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매일매일 지옥 같은 출근길에 오른다. 이는 회사와 회사 내에서의 위치가 본인의 인생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회사의 비중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사실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매일 보는 사람들이지만 결국은 남이다(쌩까면 끝이다). 군 시절, 그림자라도 밟을까 무서웠던, 무시무시한 존재였던 장군들도 전역해보니 사실은 옆집 아저씨 그 이상도 아니었지 않는가.

쌍팔년도식의 가족 같은 회사는 어림없는 소리다. 서로 같이 일을 하는 사이 그 이상도 아니다(그 이하일 수는 있을 것 같다). 부조나 해주는 사이면 족하다.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인생도 직장생활도 결국 '존버'가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연히 투자에 관한 책을 읽던 중 '존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반드시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것만이 훌륭한 투자인 것은 아니다. 최고 수익률은 일회성이어서 반복할 수 없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계속해서 올리는 게 더 훌륭한 투자다.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인플루엔셜, 94p

 

금전적 성공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나는 '생존'이라고 말하겠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상장될 만큼 성공한 회사의 40퍼센트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실상 시가총액 전부를 상실한다. 포브스에서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는 유산을 받거나 가족 간 증여 등이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대략 10년간 평균 20퍼센트 정도의 수익률을 갖고 있다.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인플루엔셜, 103p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나심 탈레브는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과 살아남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전자는 후자를 필요로 한다. 파국은 피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인플루엔셜, 107p


워렌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22%이다(사실은 엄청난 수익률이지만 세계 최고 투자자 치고 의외로 낮아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가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훌륭한 투자자라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훌륭한 투자자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의 재산의 90% 이상은 65세 이후에 벌었다. 90세가 넘은 그가 갑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생존'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생존의 문제다. 일시적으로 직장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는 생존이 아니다. 직장생활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생존으로 잡아보면 어떨까. 현재 직장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면 도망쳐서 다른 곳에서 생존하면 된다. 물론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주식도 인생도 그리고 직장생활도 존버 하기로 했다.

가끔 인생이 힘들 때면 넓은 우주를 생각한다. 우주에서 보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속에서 티도 안 날 먼지같이 작은 행성의 작은 나라 작은 사회에서, 내가 얼마나 대단하고 심각한 일을 하고 있을까를 상상해본다. 때로는 죽음을 생각해본다. 그러면 지금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괜히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러니 조금은 망가지더라도 버텨보자. 거처를 옮겨서라도 끈질기게 생존해보자. 누군가가 애써 밀어내지 않는다면 적어도 스스로 무너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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