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싸이피 Feb 28. 2023

완벽한 보고서는 옳은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직장문화 (5)

나는 보고서를 대체로 잘 쓰는 편이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구조화하여 보고서를 만드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훈련을 했고 머리가 좋지 않아 내가 이해하기 위해 쉽게 쓰다 보니 웬만하면 큰 지적을 받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지적할 게 없는 만큼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보고를 위한 보고, 일이 아닌 사람을 위한 보고가 대부분이라 회의감이 많이 든다(현타가 정말 자주 온다). 그렇게 통과된 보고서를 가지고 실제 업무를 하면 성과가 있을까? 알 수 없다.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다듬고 이를 기반으로 업무를 보는 것이 과연 오늘날에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을까? 


보고서를 잘 쓰는 내가 하는 일은 웬만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무난한 수준에 그친다. 보고서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은 나는 일단 일이 진행되면 보고서에 작성한 내용 틀 안에서 움직인다. 이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다 보니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완벽한 보고서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피드백과 의사결정이다. 신제품이라면 내부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빠르게 출시하여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을 하는 게 좋다. 일을 하다 보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경우가 대부분 인 것 같다. 


유용한 데이터와 역량 있는 담당자, 목표 중심의 조직 문화와 회사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보고서로 완벽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 수준 높은 일을 가능케 하는지를. 기획단계에 많은 시간을 들인 후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할지 정말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지키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