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아무리 생각해 봐도 끔찍한 기분에 휩싸일 때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끔찍한 기분을 끔찍한 채로 견뎌낸다. 이를 완화하는 몇 가지 방법은 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된다. 땀이 나게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마음이 깨끗한 느낌과 함께 안 좋은 기분이 조금 진정된다. 일기를 쓰면서 작은 문제를 내가 왜 크게 생각하는지, 숨겨져 있는 나의 큰 욕구가 어디서 상처를 받은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기분 자체를 전환시킬만한 힘을 가지고 있진 않다. 신체적으로 갑자기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신체 긴장도가 올라가서 집중력과 수행능력이 조금은 올라갈 수 있겠지만 내가 가진 힘 이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스스로를 평소에 돌아보고 그런 기분이 안 생기게끔 신경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꽤 자주, 나는 끔찍한 기분을 겪는다. 꽤 자주, 나는 외롭고 공허하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예정된 갈등과 작은 시련들이 무섭다. 그러나 아무 자극도 없는 인생 또한 허무하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그 기분을 견뎌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