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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까

<팬덤파워>를 읽고

by 싸이피

간만에 마케팅 책을 읽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팬덤파워> 핵심 요약

팬덤의 본질: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 집단이 아니라, 브랜드와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열정적인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지지한다.

브랜드의 역할: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팬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브랜드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한다.

팬덤의 힘: 강력한 팬덤은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팬들은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자,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중요한 채널로 작용한다.




누구나 무언가를 좋아한 경험이 있다. 언제 어디서 '터칭'을 경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마음을 담아 응원하게 된다. 팬의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며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종교나 정치를 통해 인간이 가진 '동일시'와 '숭배'의 모습을 낯설지 않게 드러낸다.


대학 시절, 마케팅 공부를 하면서 가장 의문이었던 것은 '이 뻔한 내용을 그럴듯한 용어로 정리한 마케팅 이론이라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였다. 몇 년 후 마케팅 실무를 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민을 하면 할수록 마케팅의 답은 ‘It depends’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케팅은 공학이나 물리법칙이 아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마케팅을 팬덤이라는 현상과 묶어 저자는 '팬덤 마케팅'이라는 또 하나의 이론적 토대를 주장한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인간 본능을 마케팅 이론으로 구조화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일부 유용하다고. 그러나 팬덤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기획하고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마케팅 프로세스는 팬덤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잘못 연결지은 것 같다. 몇몇 사례들도 공감되지 않았다.


책 속의 브랜드(나이키, 아이폰, 룰루레몬, 허니버터칩 등)들은 ‘팬 지향성’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냥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오리지널 트루 스토리와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팬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지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 팬들의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룰루레몬이 칩 윌슨의 열정보다는 사용자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의 프로덕트는 없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팬덤이 강점으로 여겨지는 소비재 기업 중 하나인 나이키는 팬덤 커뮤니티를 강화할 목적으로 D2C 전략으로 전환했지만, 팬데믹 이후 다시 아마존으로 돌아갔고 주가는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다른 사례로, 배달의 민족 팬들은 팬심과는 무관하게 (당연하게도) 단순 세일즈 프로모션에 이끌려 쿠팡이츠를 이용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팬덤으로 쌓아올린 성공이 생각보다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도 도 안타깝지만 브랜드는 기업이 가질 수 있는 해자(Moat) 중에서도 가장 약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팬덤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본인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진심을 다할 때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강한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팬 지향성을 덜 의식할수록, 팬덤은 더 단단하게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계속 바뀌는 현대의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저자의 소개에 나오듯 '팬덤 마케팅의 전문가로 분야를 개척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스스로에게 필요한 책일 뿐, 시중에 있는 마케팅 책과는 크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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