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시계를 좋아한다.
많은 이들이 전자시계나 스마트 시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차분히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는 한다.
최근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가 있다. 값비싼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의 오래된 시계인데, 어머니와 커플로 맞추셨던 시계 중 하나였다. 그냥 깔끔한 실버 스테인리스에 스위스 장인의 기술 그리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오랫동안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어머니에게 시계를 물려받았지만 아버지 버전으로 남성용 큰 시계를 바라보니 크기가 큰 만큼 시간을 확인하기에 용이했다. 한 가지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 사이즈의 크기를 내 팔목에 맞게 수리해야 했다.
서울 합정역 근처의 시계방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일찍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계방이 휴무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지만 어차피 합정에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겸사겸사 들러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가게 앞에 섰지만, 이상한 예감이 맞아떨어진 건지 사장님 부부는 가게를 닫으셨다. 닫힌 문에는 '임대'라고 쓰여있었다.
지금까지 꾸준히 방문해 본 시계방이 두 곳이다. 한 곳은 목동 오목교역에 유치했던 아주 자그마한 가게였고, 인상 좋으신 아저씨께서 매우 친절히 고쳐주시고는 했다. 그리고 오목교역의 리모델링을 위해서 그곳에 자리 잡은 많은 가게들이 없어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시계방도 그렇게 사라졌다.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정말 오래된 고장 난 시계를 고칠 때에는 종로의 장인분께 찾아가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고쳤으나, 몇 달 뒤 다시 망가져버렸다. 연희동이나 신촌 같은 '시내'에서 고치다 보면 일반 동네에서 고치는 것보다 몇천 원 더 비쌀 때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합정동 시계방 사장님은 정말 친절하셨고 한참 어린 나에게도 감사합니다. 사모님. 과 같은 극 존칭을 써주시며 시계를 깔끔하게 수리해주시고는 했다.
마음 한편이 아주 살짝 시큰하달까..
왜, 이런 손기술을 가진 서민들이 운영하는 곳들은 유지되기가 어려운 것일까.
사장님들의 개인 사정을 알 수는 없으나, 어디선가 나 같은 사람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시계방을 운영해주셨으면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 대학 시절 내내 내 정신적 지주와 같았던 친한 언니가 구찌 시계를 선물해 주었다.
같이 한 시간을 항상 기억해 달라는 의미에서 로맨틱한 선물을 해준 것인데, 처음에는 부담스러워서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아! 저도 열심히 일해서 더 큰 선물을 언젠간 꼭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이곳저곳에 차고 다니고 있다. 당연히 시계를 차고 볼 때마다 언니와의 추억이나 짤막하게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언니를 생각하고는 한다.
시계는 시간을 상징하고, 시간을 담고 있는 감성적 사치품이다.
나도 평생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시계들을 닦고 가꾸고 관리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라져 가는 시계 장인분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오래 머물러 주셨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