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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씨 Sep 06. 2017

철없는 짓

중학교 1학년 때 정신과에 간적이 있다.


열네살,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들에 적응하기도 전에 나는 화장실로 따라오라는 얼굴도 모르는 친구를 따라갔다. 그 친구들은 (다행히?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때리거나 크게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저 어떤 오빠랑 왜 연락을 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듣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겁을 주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  사건은 나에게 겁 이상의 것을 가져다주었나보다. 이후로도 그 아이들은 내 옆을 지나갈때면 허공에 욕을 내뱉었다. 뭐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었겠지 싶으면서도 그렇게 몇달이 지나자 오른쪽 얼굴이 마비되었다.


엄마는 오른쪽 눈에서만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는 나를 데리고 한의원에도 가보고 여러 병원에도 가보았는데 종착역은 정신과였다. 어린 마음에 덜컥 겁이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무슨 말을 나누었었는지 내가 그때 어떤감정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하고 있기에는 너무 끔찍한 일들이어서 그냥 그 시절을 통째로 삭제해버린 것 같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밝고 따뜻한 친구들 덕분에 나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복도에서 그 아이들을 만나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친구들도 지금 알아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참 아무렇지 않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 화장실에서 봤던 그 친구들은 지금 아무렇지않게 살고 있는 그 친구들은 어떻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저 어리고 철없을 때의 가벼운 행동? 으로 여길까 아니면 아예 기억조차 하고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나에겐 엄청난 복수심도 근사한 해결책도 없지만 그런 짓을 했던 그 친구들이 이런 사건들을 봤을 때 아주 조금은 반성이라는걸 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철이없을 때 했던 짓들이라해도 그 짓들에 눌린 아이도 철이없는 어린 아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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