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뉴진스를 사랑하는 아들 덕분에 버니즈가 된 민지아재입니다. 애아빠가 어떻게 아이돌 덕질을 시작하게 됐냐고요? 뉴진스 노래 좋잖아요! 춤도 정말 힙하고 신나고요. 사실 처음부터 뉴진스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Hype Boy' 밈 보다가, "오, 이거 재밌네" 정도로만 생각했죠. 뉴진스라는 그룹이 그때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바로 우리 아들 녀석이었습니다.
뉴진스랑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우리 아들,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더니 갑자기 IFC몰에서 점심 먹자고 하더라고요.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어서 가족 다 같이 나갔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먹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자기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 뉴진스가 6시에 팬미팅을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맥도날드 바로 앞에서요!
아들은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광장 맨 앞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런데 진짜 1분도 안 돼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줄 서기 시작하더라고요. 뭐지 싶었는데… 바로 그게 '버니즈'였습니다. 뉴진스의 찐팬들이었죠.
저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부동자세로 자리 잡은 아들을 바라보며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아들은 꼬박 6시간을 기다려서 뉴진스 사진을 찍었답니다. 그 사이 나머지 가족들은 집에 돌아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더라구요. 화장실도 안 가고, 한자리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다니… 공부할 때도 그렇게 좀 하지 그러냐~!
결국 아들의 결론은… 뉴진스, 특히 민지, 진짜 예쁘더랍니다.
와!! 사진으로만 봐도 눈매가 정말 대박이네요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어요.
아들놈이 방구석에 처박혀서 이틀 내내 핸드폰만 붙들고 있더군요. "뭐 하냐?" 물었더니, 뉴진스의 공연 티켓을 찾느라 밤낮없이 클릭질 중이라네요. 공연 티켓이 매진이라 취소표 뜨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공부를 했으면 으이구...
그러다 갑자기 18만 원 결제 문자가 딱! '이게 뭐야?? ' 급히 와이프에게 이상한 거 결제된 거 아니냐고 했더니, 위대하신 당신 아드님이 이틀 동안 클릭해서 그 어려운 취소표를 따냈다는 겁니다. 정말 대단한 녀석입니다.
그날 경기에 손흥민 님도 뛰고, 뉴진스는 시축에다 축하 공연까지 한다고 합니다. 보나 마나 월드컵경기장이 만석일 텐데 저 보고 데려다 달라는데... 어이구...
결국 주차장 같은 도로를 뚫고 겨우 내려주니, 아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갑니다. 저는 다시 운전수가 되어 차 막히는 도로에서 한숨 쉬고 있을 무렵, 톡으로 사진 한 장이 날아옵니다.
우와! 꽉 찬 거 보이시죠?
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막힌 도로 위의 차들을 보며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뉴진스 시축사진도 올라왔는데 이게 엄청난 화제가 되었대요. 다른 멤버는 그냥저냥 살짝 공을 찼는데 민지 님이 때린 공은 우주로 나가는 줄 알았대요. 저 사진에도 보면 민지 님의 자세가 강슛을 때리는 것 같죠? 선수분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풀파워 슛이었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아들놈이 핸폰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목소리가 여자 목소리인 거예요.
이거 봐라? 얼른 핸폰을 낚아챘죠!!
알고 보니 제가 본 건 뉴진스 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대화하거나 채팅할 수 있는 앱이었어요. 유료 결제를 하면 민지가 직접 문자도 보내주고, 라이브 방송도 하더라고요. 나의 아이돌이랑 채팅하고 얼굴 보며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얼마나 설레겠어요? 아들놈 핸드폰을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앱을 깔게 됐죠. 처음엔 그냥 호기심에, 혹시나 유해한 게 있을까 싶어서 깔아봤는데, 결국 결제까지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진짜 민지에게 문자가 오는 거예요. 어머나! 민지가 나한테? ㅎㅎ 기분이 묘하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바로 "안녕 민지? 오늘 처음 가입했어"라고 문자를 보내봤죠. 뭐, 예상했듯이 민지는 제 글을 보지 못했겠지만요. 수많은 팬들의 실시간 채팅 속에 파묻혔겠죠.
그러다가 팬 중 한 명이 오늘 회사에서 혼나서 슬럼프가 온 것 같다고 보낸 메시지를 민지가 읽더라고요. 민지는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오는 거라고 말했어요. 뉴진스도 항상 좋은 무대만 있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도 잘되는 무대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완전 망하는 날도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민지는 무대에 서고 또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고를 반복하다 보면 슬럼프를 느낄 틈도 없이 지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슬럼프가 오는 건 잘하는 사람들한테만 생기는 거니, 잘하고 계신 거고 힘내서 계속 가보면 지나갈 거라고 말해주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저는 이부분에서 민지에게 입덕하게 되었어요.
보통 스무살 아이돌이라고 하면 그냥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만 떠올리기 쉬운데, 민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이면에 있는 깊이와 노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그날 따라 회사에서 정말 힘든 일이 많았는데, 민지의 따뜻하고 진솔한 말을 듣고 나니 다 큰 어른도 힘을 얻게 되더라고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뉴진스조차도 잘 안 풀리는 무대가 있고, 그걸 드러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지는 다음 무대를 위해 또다시 연습실에서 땀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죠. 슬럼프를 느낄 틈도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아이돌의 삶 속에서 민지는 정말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으로 다가왔어요. 이렇게 어린 사람에게서 이런 깊은 감동을 받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민지의 말 한 마디, 메시지 하나하나가 아들 같은 팬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생각하니 더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바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민지아재'로 바꾸고, 이제부터는 제대로 덕질하기로 결심했어요. 아들보다 더한 아빠가 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