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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든 Oct 03. 2024

아빠! 서울대가도 트럼프월드는 못사!

더이상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고딩 아들

1.1 공부로는 아파트 한채도 못산다구!


어느 날, 고1이 된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여의도에 있는 트럼프 월드 아파트를 바라봤습니다. 높고 웅장한 그 건물을 보며, 저는 아들에게 장난처럼 말했죠.


"어이, 큰아들. 공부 잘해야 저런 집에 살 수 있어."


그런데 승주는 제 예상과는 다른 답을 했습니다.


"아빠, 서울대 가서 대기업에 취직해도 저 집은 못 사잖아. 대기업 월급으로도 그 집은 안될걸...

 사업해서 성공해야 살 수 있을걸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잠시 말을 잃었어요. 


"그래... 맞아... 월급으로는 못 사지..."


예상치 못한 17살짜리 아들의 말에, 평생 '공부 = 성공'이라는 공식을 믿고 살아온 제 생각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순간, 승주가 공부에 대해 저와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죠. 40년 넘게 살아온 저보다 훨씬 현실적인 고등학생 아들을 보면서,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작아진다는 무력감이 살짝 몰려왔어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에 매달리는 것과 달리, 승주는 벌써부터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취직해도 그것만으로는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꼈던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교 1학년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당장 편의점 알바나 신문 배달을 한다고 해도 대학 입시를 포기하면서까지 얻는 기회비용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저는 좋은 대학 가서 과외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유도해봤습니다. 지식을 파는 것이 노동력을 파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져올 거라며 점잖게 말했지만, 승주는 그건 그저 잠깐일 뿐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대학이 무의미해 보이는 아들에겐, 아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승주에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며, 유튜브 영상을 이것저것 가져다 주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승주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승주는 목표를 상실한 채 점점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로서 그 모습을 보며 너무나 속이 상했지만, 억지로 공부를 강요할 수도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승주에 대한 걱정을 나누다가 결국 말다툼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아들의 진로 문제로 부부싸움까지 번지며, 주변에서 수험생을 둔 가족으로부터 흔히 듣던 이야기가 우리 집에서도 재현되다니... 어느새 우리 부부의 삶은 자녀의 방황하는 인생과 일치되어 가고 있다는 걸 계속 느꼈습니다.


그런데 승주는 하고 싶어 한다던 게임을 마음껏 즐기면서도 표정이 어두웠어요. 게임을 실컷 하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들의 공허함은 점점 커져만 갔고, 저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승주는 대학 입시에서 점점 멀어지고, 학교도 재미없고, 게임조차 지루해져가고 있었죠. 아빠로써 해줄수 있는게 없이 막막했어요.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는게 더 조바심이 나고 역효과가 나더군요.                                                                                                                                                                       

1.2  승주의 머리속 : 새벽 세 시에도 빛나는 트럼프 월드


새벽 세 시, 승주는 방금까지 게임을 하다 침대에 누웠습니다. 방 안은 고요했고, 노트북 팬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 저멀리 보이는 트럼프 월드 아파트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죠. 그 빛을 바라보던 승주의 머릿속에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기서 살 수 있을까?’


승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적인 고민 속에서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저 고급 아파트의 세상은 너무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승주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사실 저와 아내는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을 마련하지 못한 현실에 놓여 있었습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이사를 다녀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승주가 느끼는 불안과 현실적인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승주의 머릿속은 이미 사춘기의 혼란과 갈등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명문 대학을 목표로 밤새워 공부하고 있었지만, 승주에게는 그런 삶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졌죠. 그는 유튜브에서 본 수많은 영상들을 통해 한국의 교육 제도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은 점점 더 그의 마음속에 의문과 불신을 키워갔습니다.


"공부만 잘하면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대학에 가면 나는 무엇이 될까?"


승주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밤새 고민했지만, 마땅한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오히려 멀리서 밝게 빛나는 트럼프 월드 아파트는 마치 승주에게 질문을 던지듯 계속해서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승주야, 나를 사려면 뭘하면 되겠니?"



1.3 자신만의 길 찾기: 승주의 결심


승주는 아빠와 산책하며 보았던 트럼프 월드 아파트를 떠올렸습니다. 그 아파트는 그저 멋진 집이 아니라, 승주에게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의 상징이자 목표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미래를 알수 없는 맹목적인 입시 경쟁으로 고생하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승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해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이제는 대학과 대기업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승주는 더이상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게임을 소비하는 사람으로 남지 않겠다는 결심을 내린거죠. 그동안 게임을 하며 보냈던 시간이 점점 낭비로 느껴졌고, 사회에서 시간 소비자로서의 삶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 즉 생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죠.


이 결심은 단순한 취미 전환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저와 나눈 대화가 승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과 부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생산자라는 것이었어죠. 조선시대에는 땅을 소유한 사람들,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현대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서로 공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그들이 만든 콘텐츠를 하루에도 2~3시간씩 핸드폰을 통해 소비하곤 합니다. 10만,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들이 점점 경제적 자유를 얻고, 그들이 사회에서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며 승주는 깨달았어요. 현대의 수익모델은 콘텐츠 생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승주는 유투버를 할 생각은 없었고 그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쌓아온 지식이 많았기에, 게임 개발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러나 생산자의 길을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죠. 그때 제가 ChatGPT를 활용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승주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게임 개발자가 되는 법을 설명해줘"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시가 고등학교 2학년 5월,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6개월쯤 지난 때였고, 그 순간은 승주가 처음으로 AI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도전에 발을 내딛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ChatGPT와의 대화는 승주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코딩과 게임 기획에 대해 AI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게임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죠. 이때부터 승주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얻었다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길로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승주는 다짐했습니다.


'게임 개발로 성공해서 5년안에 가족들과 함께 트럼프 월드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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