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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든 Oct 04. 2024

학원을 그만두고, 게임을 만들다

2화. 비싼 학원 대신 선택한 게임엔진 Unity, 그리고 ChatGPT

2.1 학원 대신 선택한 게임개발


승주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 다니며 밤낮으로 입시 준비에 몰두했지만, 승주는 조금 달랐습니다. 첫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서, 승주는 대학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승주는 시험공부를 하며, 대학에 가서 유튜브에 나오는 뻔한 수업을 듣고, 또 취업을 위해 쓸 일이 있는 건지 모르는 자격증을 따고, 그 후엔 워라밸 없는 직장 생활을 하게 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았습니다. 


'이게 지금 내가 꿈꾸는 인생일까?'라는 의문이 승주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저 "지금은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그 후에 미래를 생각해 보자"는 뻔한 조언밖에 해줄 수 없었습니다.


"지금 네 나이엔 공부밖에 할 게 없다"는 말이었죠.


하지만 제 말이 진심으로 승주에게 와닿았을까? 솔직히 저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승주가 말한 것처럼, 기술을 업으로 삼는 전문직 분들이나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제가 걸어온 직장인의 길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죠. 승주의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제 경험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게까지 게임만 하는 줄 알았던 승주가 갑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아빠, 영어 학원 대신 게임 개발 강좌를 사줘."


승주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월드 아파트에 가족들과 함께 5년 안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도 함께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아! 수학 학원은 계속 다닐게."


저는 순간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학원 다니기가 싫어서 하는 말인가 싶었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승주는 학원 대신 게임 개발을 공부하기 위해 인강을 사달라는 거였습니다. 더 이상 대학 진학이 아닌, 게임개발을 공부해서 트럼프 월드 아파트에 입성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운 아들을 보며, 저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동안 목표도 꿈도 없다고 말해왔던 승주가 처음으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었죠. 친구들이 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승주는 자신의 인생 항로를 과감히 바꾸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지난 1년간 방황하며 맘고생했을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아빠의 마음이 그저 아파왔습니다. 


"에구, 이쁜 내 새끼... 그래 한번 해보자!"


승주는 당장 게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서점에 가서 게임 기획 관련 서적을 찾고, 유튜브에서 게임 개발자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게임 개발의 과정을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은 익숙했지만,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도전이었죠. 게임 개발에는 엄청난 기획력과 기술적 지식이 필요했고, 저 역시 그때 처음으로 이 분야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무기력해 보였던 승주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니, 아빠로서 마음이 애틋해졌어요. 동시에 자식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고, 그 길을 제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이유로 막아섰던 건 아닌지 자책감도 들었죠. 머리로는 아이가 원하는 길을 가게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입으로는 스카이 같은 명문대학교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압박했던 지난날이 떠올라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동안 승주에게 공부하라고 압박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아이의 미래를 제한했던 것이 저의 좁은 경험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부모의 경험이 자녀의 인생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때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삶이 괴롭기만 할 테니까요. 우리나라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우울증이 많아지고, 그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릴 때마다 이제는 다들 말 못 할 고민이 있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의식하고 신경 쓰는 구조인 만큼, 아이들 자신은 그렇지 않은데도 부모가 남을 의식하며 자녀에게 공부하라, 명문대 가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가 싶더군요. 정신을 차려보니, 저도 그런 아빠였던 겁니다.


서점 진열대에서 게임 기획 서적들을 뒤적이며 미소 짓는 승주를 보니, 이제는 저도 진심으로 아들의 길을 아들의 입장에서 지원해 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승주와 저는 함께 초보 개발자를 위한 영상부터, 고급 개발자들의 경험담과 조언까지 하나하나 공부하며 새로운 도전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이제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유튜브를 보던 때와는 달리, 게임 개발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 영상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2.2 게임 엔진 유니티 그리고 ChatGPT로 게임개발의 기초를 시작


게임을 개발하려면 먼저 게임 엔진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유니티(Unity)는 승주가 게임 개발의 첫걸음을 내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유튜브와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히기 시작했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쌓아갔죠. 그러나 게임의 구조와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캐릭터의 움직임을 설정하는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 게임 개발엔진 유니티(Unity) 홈페이지 >


저 역시 처음에는 Coursera에서 유니티 관련 동영상을 결제해 함께 공부를 도왔습니다. 유튜브에 워낙 많은 영상들이 무료로 나와있었는데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좀 더 얻기 위해서 유로강의를 선택했어요. 근데 동영상을 볼 때는 이해되는 것 같았지만, 막상 직접 Unity를 열고 따라 하다 보면 여기저기 막히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특히 강의에서 사용한 Unity의 버전이 지금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예시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버튼과 기능들이 변경되어 있어 처음부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곤 했습니다. 승주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로 인해 종종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어요.


바로 이때 ChatGPT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코딩에서 막힐 때마다, 승주는 ChatGPT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코드를 통째로 복사해 붙여 넣고, 에러의 원인을 찾아달라고 하거나 코드 수정을 요청했죠. ChatGPT가 제시한 수정된 코드를 다시 적용하면, 유니티에서 승주가 의도했던 대로 캐릭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승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자신의 노력과 AI의 도움으로 첫 성공의 장벽을 넘은 거죠.


< 뤼튼(GPT-3.5)에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C#코드를 작성해달라는 승주의 질문 >



< 승주가 GPT의 도움을 받아 처음 만든 맵과 캐릭터, 네이버웍스 저장글>


이 작은 성취가 승주에게는 정말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그동안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해 불안해 보였던 승주가, 드디어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죠. 며칠 동안 고심하던 게임 개발의 첫 성공을 맛본 후, 승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집중력을 발휘해 더 빠른 속도로 프로젝트에 몰두하기 시작했어요.


승주가 게임 개발을 통해 새로운 길을 발견하면서, 저도 그 여정을 지켜보는 것이 부모로서 참 힘들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때로는 전통적인 공부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주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죠. 승주가 첫 성공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 그 결정을 믿고 지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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