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고딩 아들
1.1 공부로는 아파트 한채도 못산다구!
예상치 못한 17살짜리 아들의 말에, 평생 '공부 = 성공'이라는 공식을 믿고 살아온 제 생각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순간, 승주가 공부에 대해 저와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죠. 40년 넘게 살아온 저보다 훨씬 현실적인 고등학생 아들을 보면서,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작아진다는 무력감이 살짝 몰려왔어요.
저는 좋은 대학 가서 과외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유도해봤습니다. 지식을 파는 것이 노동력을 파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져올 거라며 점잖게 말했지만, 승주는 그건 그저 잠깐일 뿐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대학이 무의미해 보이는 아들에겐, 아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승주에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며, 유튜브 영상을 이것저것 가져다 주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승주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승주는 목표를 상실한 채 점점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로서 그 모습을 보며 너무나 속이 상했지만, 억지로 공부를 강요할 수도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승주에 대한 걱정을 나누다가 결국 말다툼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아들의 진로 문제로 부부싸움까지 번지며, 주변에서 수험생을 둔 가족으로부터 흔히 듣던 이야기가 우리 집에서도 재현되다니... 어느새 우리 부부의 삶은 자녀의 방황하는 인생과 일치되어 가고 있다는 걸 계속 느꼈습니다.
승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적인 고민 속에서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저 고급 아파트의 세상은 너무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승주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사실 저와 아내는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을 마련하지 못한 현실에 놓여 있었습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이사를 다녀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승주가 느끼는 불안과 현실적인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승주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밤새 고민했지만, 마땅한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오히려 멀리서 밝게 빛나는 트럼프 월드 아파트는 마치 승주에게 질문을 던지듯 계속해서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그 순간, 승주는 더이상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게임을 소비하는 사람으로 남지 않겠다는 결심을 내린거죠. 그동안 게임을 하며 보냈던 시간이 점점 낭비로 느껴졌고, 사회에서 시간 소비자로서의 삶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 즉 생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죠.
이 결심은 단순한 취미 전환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저와 나눈 대화가 승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과 부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생산자라는 것이었어죠. 조선시대에는 땅을 소유한 사람들,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현대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서로 공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그들이 만든 콘텐츠를 하루에도 2~3시간씩 핸드폰을 통해 소비하곤 합니다. 10만,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들이 점점 경제적 자유를 얻고, 그들이 사회에서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며 승주는 깨달았어요. 현대의 수익모델은 콘텐츠 생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승주는 유투버를 할 생각은 없었고 그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쌓아온 지식이 많았기에, 게임 개발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러나 생산자의 길을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죠. 그때 제가 ChatGPT를 활용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승주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게임 개발자가 되는 법을 설명해줘"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시가 고등학교 2학년 5월,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6개월쯤 지난 때였고, 그 순간은 승주가 처음으로 AI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도전에 발을 내딛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승주는 다짐했습니다.
'게임 개발로 성공해서 5년안에 가족들과 함께 트럼프 월드에 입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