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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천 Jan 12. 2022

소금(NaCl)의 두 얼굴

소금에 관한 유언비어


염분은 혈중에 약 0.9% 함유되어 있으며 체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삼투압과 체온을 조절하는 등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성분이다. 소금은 옛날부터 귀중하게 취급되어 로마에서는 관리의 봉급으로 지급되던 때도 있었고 그리스에서는 화폐처럼 사용되기도 했으며, 해발 4,000m 가 넘는 험준한 설산을 오갔던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주요 교역 품목에도 소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동물의 왕국에서 코끼리 떼가 동굴 속의 암염(岩鹽)을 찾아 수 십 리를 이동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오래전부터 염분이 생명 유지에 필수 요소임을 알고 있은 것 같다. 


소금 섭취권장량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소금(천일염) 하루 권장섭취량을 5g(나트륨; 2g)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는 소금 1티스푼 정도의 양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권장량의 약 2.4배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는 요리를 할 때 흔히 “간을 맞춘다.”라고 한다. 향신료가 다양하지 않은 한국 음식은 소금을 주로 사용하여 맛을 내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짠맛에 비교적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다 찌개나 국을 곁들일 때가 많아 상대적으로 소금 섭취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젓갈류와 같은 염장식품은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위암 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염분 과량섭취에 따르는 부작용 


반투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놓았을 때,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용매(물)가 옮겨가는 것을 삼투현상이라고 한다.

소금을 많이 먹어 혈액의 염도가 높아지면 삼투현상에 따라 조직 내의 수분이 혈액 속으로 이동하게 되어 혈액량이 증가하게 된다.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나면 유속이 빨라져서 강둑을 침식 붕괴시키듯이, 혈류량이 증가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상승한 수압에 의해 혈관 벽이 손상을 입게 된다. 고혈압이 지속되어 모세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일으키게 되고, 노폐물을 걸러내는 장치인 신장의 사구체(glomerulus)는 모세혈관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고혈압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부전증으로 이행하게 된다. 고염식은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소금 섭취량 조절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과도한 저염식이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보고가 있으나 평소 소금 섭취량이 많은 한국인에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짠맛이 뇌의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고 식욕을 촉진하여 과식과 비만을 부르게 되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하여 부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에는 동물실험에서 장기간의 고염식이 혈관성 치매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소금과 관련한 유언비어 


“소금을 적게 먹어 피가 썩는 패혈증에 걸린다.” 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SNS상에 유포되고 있다.

“패혈증”은 혈액 내에서 세균이 증식하는 현상이며 혈액을 배양하여 세균이 검출되면 패혈증으로 확진한다. 세균의 종류에 따라서는 탄저(炭疽)균과 같이 감염과 동시에 급성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고병원성 전염성 세균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세균은 혈액 내에 침투하더라도 혈액에 많이 존재하는 백혈구(neutrophil, monocyte)에 탐식(phagocytosis) 되기 때문에 건강한 개체에서는 쉽게 증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패혈증은 백혈구의 탐식 기능이 떨어진 노약자나 기저질환에 의해 면역기능이 저하된 개체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질환이기 때문에 염분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매년 여름철이면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고 발생하는 “비브리오(Vibrio vulnificus) 패혈증”의 사례를 보면 주로 노약자나 간염,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에게 주로 발생하고 있음을 매스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에는 바닷물에 비브리오 균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생선회는 물론이고 피부의 상처를 통해서도 감염되므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폐렴을 일으키는 구균류가 2차적으로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증례를 노년층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인기 TV 드라마 “허준”에서 제자에게 해부학 공부시키기 위해 “유의태” 자신의 시신을 내어 주는 감동적인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전 세계 오지를 누비면서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약초를 분석하여 신약이 개발되고 있고, 전자현미경으로 세포를 수십만 배 확대 관찰하는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나의 학설이 정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수 학자의 과학적 검증을 통한 폭넓은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SNS의 급속한 발달에 편승하여 검증되지 않은 소수자의 견해가 독버섯처럼 확산되어 국민건강을 해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았거나, 외국의 OOO 박사를 팔고 짜깁기한 출처 불명의 의학 정보들은 대개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내용의 진위를 떠나서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이나 그림을 “단톡방”에 무작위로 유포하는 행위는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으며, 이런 모습의 우리를 보고 젊은이들이 “꼰대”로 부른다고 한다.


표지사진: Christina Rumpf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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