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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Jul 18. 2024

[장자19]인간세(2) 자고의 고민/ 성공도 진퇴양난?


[장자19] 인간세(2) 자고의 고민 / 성공도 진퇴양난?


자고(子高)의 고민


16. 섭공(葉公) 자고(子高)가 사신(使臣)으로 제(齊)나라에 갈 때 공자에게 말했습니다. “왕께서 제게 준 임무가 막중합니다. 제 나라에서 사신은 정중하게 대접하지만, 일은 빨리 처리해 주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에게도 재촉할 수 없는데, 제후에게 어떻게 하겠습니까? 심히 두렵습니다. 일찍이 선생께서는 제게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성공을 바라지 않고 하는 일은 드물다. 성공하지 못하면 반드시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할 것이고, 성공하면 음양(陰陽)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을 사람은 덕을 가진 사람뿐이라’ 하셨지요.


17. 저는 요리를 간단히 해서 별 맛없는 음식을 먹습니다. 그래서 요리할 때 부엌에서 덥다며 시원하게 해달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왕명을 받고, 저녁에 얼음물을 들이켰습니다. 제 속에 열이 난 것입니다. 제가 거기 가서 사정을 보기도 전에 벌써 음양으로부터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고, 일이 안 되면 반드시 사람에게도 괴로움을 겪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중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것입니다. 저는 남의 신하로서 이렇게 부족하니 이 일을 이루어 낼 수가 없습니다. 선생께서 한 말씀 해주실 수 없으실지요.”


- 오강남 교수의 장자 번역본 중에서 발췌




본래 성공이라는 말의 넓은 의미는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는 내적이고 심리적일 수도 있고 외적이고 환경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성공은 내적이든 외적이든 어떤 영역에서의 성취든 모두를 그 대상으로 한다. 예컨대 자신이 높은 자신감을 갖고 싶다거나 외향적인 성격이 되고 싶다거나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등의 내적인 성공을 향한 목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거나 큰 부자가 되겠다는 등의 외적 목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또 어떤 이들은 막연한 저항감을 갖는다. 막연한 동경이란 외적 성공에 대한 경우가 많을 것이며 막연한 저항은 자신의 내적 심리적 장애나 신념의 문제일 수 있다. 많은 경우에 인간이 원하는 개인적 이상향에 대한 표현으로 자아실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필자는 이에 대해 종종 ‘아주 특별한 성공’ 이라는 말로 대체하곤 한다.


당연하게도 누구나 자신만의 원하는 이상향이 있고 그렇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기에는 내적 외적 여러 조건들이 다양하게 포함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원하는 현실적 물질적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상상함으로써 씨를 뿌리는 일이다. 그런 미래에 대해 상상하기 힘들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적 장애와 신념의 부재임을 알려주는 신호가 된다. 결국은 극복해서 넘어가야 할 파도와 같다. 원하는 이상향,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더 깊은 평안을 느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자아실현이든 아주 특별한 성공이든) 그런 상태를 이룬 다음에도 그 다음으로 다시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 주어지겠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각자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 아주 특별한 성공, 자아실현 (혹은 흔히 자아라 부르는 그것을 넘어선 어떤 상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론이 길어졌다. 다시 장자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여기서 장자가 말하는 성공이란 세상 일에 대한 성공을 뜻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글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해했겠지만 장자가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는 이가 아니다. 그러니 마냥 성공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하며 등을 떠밀지 않는다. 성공 이후의 괴로움을 언급하며 그 다음에는 어찌 처신해야 할지에 대해서 조언한다. 세상 일에 대해서는 공자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어찌 보면 참 교묘한 설정일지도 모르겠다. 장자의 관점에 의하면 세상 일이란 ‘한 수 아래’ 의 일이 아닌가! 굳이 세상에 나가지 않음을 추구하는 장자가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갔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서의 처신을 말하고 있다.


성공하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들볶일 것이므로 괴롭다. 성공하더라도 괴롭다 - 음양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한다는 것은 성공이라는 결과에 뒤따르는 내적 심적 변화의 원인과 외적 환경적 변화의 원인으로 인해 조화롭지 못하게 되어 괴롭게 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저는 요리를 간단히 해서 별 맛없는 음식을 먹습니다. 그래서 요리할 때 부엌에서 덥다며 시원하게 해달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왕명을 받고, 저녁에 얼음물을 들이켰습니다. 제 속에 열이 난 것입니다. ‘

이 말은 요리를 간단히 해서 맛 없는 음식을 먹으므로 주방에서 불을 쓸 일이 적으므로 주방에서 덥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왕명을 받자마자 그 일을 해결할 생각과 일의 성패에 관계없이 괴로움을 겪을 생각에 열이 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공자의 조언을 들어보자.


P.S.

’장자보다 한 수 아래인 공자님 말씀’ 은 다음편에서 계속합니다. ^^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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