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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Jul 22. 2024

[장자20] 인간세(3) 공자의 조언

친절한 장자씨는 기승전-명상


[장자20] 인간세(3) 공자의 조언 / 친절한 장자씨는 기승전-명상


공자의 조언


18.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지킬 것이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명(命)이요 다른 하나는 의(義)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은 명이므로 마음에서 지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로서 어디를 가나 임금이 없는 데는 없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어디를 가도 이 두 가지를 피할 수는 없는 것. 그러기에 이를 ‘크게 지킬 것(大戒)’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자녀는 언제 어디서나 부모를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孝)의 극치요, 신하는 언제 어디서나 임금을 편안하게 섬기는 것 이 충(忠)의 완성입니다. 자기 마음을 섬길 때 슬픔과 기쁨이 눈앞에 엇갈리어 나타나게 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운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덕(德)의 극치입니다. 신하나 자식 된 사람이 부득이한 일을 당하면 사물의 실정에 맞게 행하면서, 자신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셔야 합니다.


19. 내가 들은 것을 말해 주고 싶습니다. 무릇 가까운 나라와 사귈 때는 서로 신의로 대하고, 먼 나라와 사귈 때는 말로 그 진심을 나타냅니다. 말은 반드시 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양쪽이 서로 기뻐하고 서로 노하는 것을 말로 전하기란 지극히 어렵습니다. 양쪽이 다 기쁘면 서로 좋은 말을 과장하고, 양쪽이 다 노여우면 서로 헐뜯으며 나쁜 말을 과장합니다. 과장하는 말은 사실과는 먼 말입니다. 사실에서 먼 말에는 신의가 없습니다. 신의가 없으면 말을 전한 사람이 화를 입습니다. 그래서 격언에 이르기를 '평소 그대로 전하고 과장된 말을 전하지 않으면 안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재주를 겨루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양(陽)으로 시작해서 언제나 음(陰)으로 끝냅니다. 그것이 지나치면 여러 가지 기묘한 술수를 씁니다. 처음에는 예의를 갖추고 술을 마시던 사람도 언제나 난장판으로 끝을 냅니다. 너무 지나치면 여러 가지 기묘한 쾌락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떤 일에나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성실하게 시작해서는 언제나 바람직하지 못하게 끝냅니다. 시작은 간단하지만 곧 엄청나게 커져 버리는 것입니다.


21. 말(言)이란 바람이나 물결입니다. 행위에는 얻음과 잃음이 따릅니다. 바람과 물결은 움직이기 쉽고, 얻음과 잃음은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모두 간사한 말과 일방적인 언사 때문입니다. 짐승이 죽을 때는 무슨 소리를 낼까 가릴 여지가 없습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마음에는 사나운 기운이 함께 생겨나는 것입니다.


22.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 너무 지나치게 다그치면, 상대방은 반드시 좋지 못한 마음으로 이에 반응하게 됩니다. 좋지 못한 마음으로 반응하면서도 그런 것을 알지도 못합니다. 그 자신도 그런 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가 어떻게 끝장을 낼지 누가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격언에 이르기를 ‘군주의 명령을 고치지도 말고, 이루려고 너무 애쓰지도 말라’고 한 것입니다. 도(度)를 넘는 것은 쓸데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명령을 고치거나 꼭 이루려 너무 애쓰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좋은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좋지 못한 일은 절로 되어 고치지도 못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십시오.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 중심을 기르는 데 전념하십시오. 이것이 최고입니다. 무엇을 더 꾸며서 보고할 것 있겠습니까? 그저 그대로 명을 받드는 것뿐. 그러나 그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 오강남 교수의 장자 번역본에서 발췌



바로 앞글([장자19])에서 자고의 성공의 괴로움에 대한 고민에 대해 공자가 여러가지로 조언을 더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여러모로 정신이 사나워짐을 느꼈다. 지금까지 전개되어 오던 장자의 정리되고 간결하며 극도로 정제된 비유와는 달리 이 대목에서 공자의 언변은 뭐랄까, 중구난방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구절 구절을 뜯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들이 마구 흩어져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거 장자가 쓰지 않은 것을 후대 사람들이 집어넣은 말 아니야? 싶은 생각도 들어서 혹시나 해서 책 본문의 해설도 살펴보았으나 그런 말은 없었다. 아무튼 일단은 ‘장자님 말씀’ - 공자의 입을 빌린 - 이 맞겠거니 하고 살펴보도록 하자.


자기 마음을 섬길 때 슬픔과 기쁨이 눈앞에 엇갈리어 나타나게 하지 말고,

-— 마음을 섬긴다는 표현 그대로 보다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감정적 동요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보자.


불가능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운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덕(德)의 극치입니다.

-— 이 대목에서 다음의 필자가 좋아하는 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 라인홀트 니버, 평온을 비는 기도 중에서


노자는 도를 따르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덕이라고 하였다. 위에 인용한 <라인홀트 니버>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기독교의 신에 대한 내맡김은 노자와 장자가 말하는, 도와 합치되어 드러나는 덕과 서로 다르지 않다. 양쪽 다 불가능한 것,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내맡기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상통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도(道)와 신(神)이 만물의 배후에서 그 근원이 되는 궁극의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각각의 종교체계를 믿는 이들은 그 근원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할지라도 말이다.


신하나 자식 된 사람이 부득이한 일을 당하면 사물의 실정에 맞게 행하면서, 자신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셔야 합니다.

-— 이 대목에서 공자는 앞에서 장자가 이야기한 내용들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자신을 잊어버려야 한다’ - 오상아와 심재와 같은 이야기다.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 장자가 거듭거듭 강조하는 이야기다. 매사 좋고 싫음, 판단과 분별을 내려놓아라!


말(言)이란 바람이나 물결입니다. 행위에는 얻음과 잃음이 따릅니다. 바람과 물결은 움직이기 쉽고, 얻음과 잃음은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모두 간사한 말과 일방적인 언사 때문입니다.

-— 여기서 공자는 또 한 번 바른 말과 바른 행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 필자가 여러번 언급했던 팔정도 중에서 바른 말과 바른 행위와도 일치되는 대목이다.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십시오.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 중심을 기르는 데 전념하십시오.

이것이 최고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자는 꽤 멋드러진 표현을 한다.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라’


그러나 여태까지 해오던 장자의 표현에 비하면 내용은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어보인다. 도의 흐름을 타고 순리를 따라라. 자기자신이라는 아상(我想)에 집착하지 말고 놓아버려라.


아상은 하늘을 온통 어둡게 뒤덮은 흐린 날의 구름과 같다. 구름 뒤에는 항상 태양이 빛나지만 태어날 때부터 짙은 흐린 하늘 아래서만 살아온 우리는 구름 뒤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상이 가득하기에 빛나는 본연의 자신이 있음을 모르고, 그런 아상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그 마음에서 찾는 행복이란 과연 얼마만큼이겠는가?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 중심을 기르는 데 전념하십시오. ‘


될만한 일에는 진인사하여 최선을 다하고

안 될 일에는 대천명하며, 집착 없이 내맡기고

중심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될 일과 안 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지혜라 하였지만 지혜의 깜냥이 안된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법. 이 또한 당장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그것이 또한 당장의 최선일 것이다 (모든 이들은 최선을 다한다 - NLP /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중심을 기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장자는 상대성을 통합하여 절대성을 추구한다 하였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길고 짧고, 높고 낮고, 크고 작고, 밝고 어두운 등 모든 것에서 상대성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상대성을 벗어나 가운데(중심)로 통하는 길이 바로 도(道)라고 하였다. 이렇듯 ‘친절한 장자씨’는 반복하여 강조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실천적 방편이 명상이며 붓다의 가르침에 의하면 팔정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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