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자!
이 시리즈의 글들의 메인 주제는 경제적 조기은퇴를 뜻하는 파이어족이 되는 것인데 시골로 주거지 이전을 뜻하는 귀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뜻밖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는 결정적으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IT 플랫폼의 활용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부동산 가격의 부담에 관한 것이며
셋째는 마음의 안정과 자신의 길을 찾는데 관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와는 많이 다른 환경에 접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IT 플랫폼의 발달과 확장으로 반드시 특정한 물리적 사무실에 출퇴근할 필요가 없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조차 코로나 팬데믹의 발발로 재택근무가 가속화된 상태다. 그러니 특정한 장소에 머무르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이런 기술적 플랫폼을 두고 아직도 밀접하게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려면 직접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비즈니스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놓은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 맞게 새롭게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경우라면 얼마든지 이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해서 그림을 그려갈 수 있다. 그러한 결과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이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한 달 살기 같은 것을 꿈꾼다.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에서 부와 풍요를 누리며 살기를 바랄 수도 있다. IT플랫폼을 잘 활용한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면 이런 꿈같은 일들 이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제주도가 좋으면 거기에서 계속 살아도 된다. 몇 달 살다가 질리면 다른 곳으로 옮겨도 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15년쯤 전에 서울 시내 한복판(충정로)에 살다가 경기도 양평으로 귀촌했다. 아들이 3살 때였고 나와 아내 역시 아주 젊을 때였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목표를 향해 달리며 바쁘게 살던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IT업계에서의 7년 경력을 끝장낸 후 상담과 교육 관련된 작은 사업을 이어가던 나는 약소하나마 자연에 인접한 장소에 명상센터를 만들 계획이었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병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은 문명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당장이야 별 문제 없을지 모르지만 서서히 약해져간 결과가 누구에게는 좀 더 일찍 누군가에겐 좀 더 천천히 나타난다. 그런 결과로 마음과 몸의 질병이 발생하고 병원은 그토록 문전성시인 것이다.
새롭게 정착할 터전을 찾기 위해서 1년 동안 거의 매주 서울 근교의 지방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용인, 남양주, 양주, 김포, 강화, 가평, ...... 멀리 천안까지. 그렇게 다니면서 이문세가 살던 집도 보고 정선경(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이 살던 집도 보았다. 내놓은 집도 보고 새로 분양하는 전원주택단지의 대지도 보았고 임야도 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터를 찾는 일은 어려웠다. 너무나 지친 나머지 아내는 내게 “우리가 찾는 그런 곳이 정말 있을까?” 라며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하기도 했다. 나는 아내에게 “포기하지 않고 찾으면 반드시 있을 거야” 라고 대답했고 1년 정도가 지난 뒤 우리는 정말로 원하는 조건과 근접한 곳에 터를 잡았었다. 그곳이 양평하고도 용문이었다. 축사도 없고 공장이 지어질 염려도 없고 너무 농촌스럽지도 않았다. 이후로 우리는 제2의 고향처럼 양평에서 터전을 잡고 계속 살아가는 중이다.
나는 기존에 서울, 대전, 부산에 직접 출장을 다니며 명상지도를 해야만 했는데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온라인을 활용한 지도로 시스템을 바꾸었다. 이런 이유로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로 이동해서든 상관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안타깝게도 생태교육 및 강의전문가가 된 아내는 양평을 중심으로 일해야 하는 터전을 구축해놓았기에 다른 지역으로 자유롭게 옮길 수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런 부분 또한 시간은 좀 걸릴지 몰라도 꾸준히 적절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 가능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우리 부부가 서울에서 살던 시절만 해도 부동산 가격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당시 우리집 인근에 래미안 아파트가 있었는데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에게는 매입은 고사하고 전세로 들어갈 수도 없는 높은 금액이었다. 이후 20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다른 지역도 아닌 서울의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의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서울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계속 살아왔다면 그것이 임대라 할지라도 미친듯이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득해진다. 물론 어느 지방이든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상승해왔지만 서울의 부동산과 비할 바는 아니다.
가끔 언급하게 되지만 분명 월급쟁이 중에서는 탑급 연봉을 받고 있을 대기업 부장인 친구와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친구는 많이 벌지만 생활하는데 비교적 빡빡한 느낌이고 나는 여유로운 편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반쯤은 우스갯소리로 너는 빚이 많아서 그렇고 나는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농담만은 아닌 것이 친구는 수원 시내의 브랜드 아파트를 절반은 대출을 받아서 매수했기에 그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많은 연봉에서 빡빡할 수 밖에 없다.
남들에게서 종종 도시의 문화생활이 중요하기에 도시를 고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 문화생활이란 것이 뭘까? 백화점과 극장 등이 가까운 것? 우리 부부도 종종 차를 가지고 30분 정도 나가서 인근 도시의 큰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쇼핑몰을 구경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물건은 더 저렴한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요즘은 다들 쿠팡 등에서 구매하지 않나?). 우리 부부는 둘 다 자연과 함께 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고도 소중하기 때문에 인공적인 구조물들이 없는 주변 환경을 더 좋아하고 누린다. 물론 지금 이야기하는 맥락에서처럼 더 적어진 수입(서울 시내에 거주할 때에 비해서)과 함께 더 적어진 지출로 인한 자유도 함께.
어떤 사람들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도시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학원뺑뺑이를 돌리는 것이 반드시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 부부는 그런 모습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맹모삼천지교를 주장하며 청소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허리가 휠 정도를 넘어 부러지더라도 강남이나 목동에 거주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 정성이라면 이런 글을 읽고 있지도 않겠지만 세상을 보는 관점이 아예 다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싶다.
내 아내는 농촌의 농가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자연을 벗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이런 경우 성장하면서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아내처럼 자연에 살으리랏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그나마 소수인 듯하다) 처형들처럼 자연은 무조건 뜬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경우는 거의 선천적? 도시민에 가까웠다. 대신에 군인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가끔 시골 환경에서 일정 기간 지내야 할 일이 있었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자연에서 지내던 기억들이 나의 감성적 편안함에 너무나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자연으로 돌아가자’ 는 생각을 떠올리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부모라면 누구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고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와 아내는 한마음으로 특히 아이가 어릴 때 자연을 누리는 소중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 나는 내 가슴 속에 평생의 좋은 감성의 추억이 되고 있는 자연의 경험을 아이에게도 심어주고 싶었다. 아이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성, 감성, 재능을 살리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지금 고3인 아이는 훨씬 일찍부터 자신의 구체적인 길을 찾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실무에 종사하는 형 누나들과도 교류하며 나아가고 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귀촌 후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게 되면 농어촌특별전형 등 대학 입시에서 얻게 되는 특혜도 주어질 수 있다. 학생수가 적고 교육열이 대도시보다 적은 만큼 수시 전형에서 더욱 유리해질 수도 있다. 물론 다같이 공부 안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주도적인 공부 습관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경제적인 자립을 통해 파이어족이 되는 기본 조건 중 하나는 자신의 지출을 금융에서 얻는 소득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아무리 큰돈을 번다고 해도 적절한 지출 계획 없이 흥청망청 다 써버리면, 수입보다 큰 지출로 일관하게 되면 절대로 재정적 자유를 꾀하는 파이어족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잡는데 있어서 적절한 마인드셋을 갖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소비를 적절히 줄일수록 더 빨리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수입을 안정적으로 늘릴수록 더 빨리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소비를 줄이기와 수입을 늘리기 중 어느 쪽이 더 쉽고 빠를까? 답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물론 자린고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지출을 줄이는 관점에서,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자녀의 사교육비 등의 관련 지출을 줄이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귀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방어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도시에 거주하면서도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서 부를 늘려가는 것이 적절한 이들도 있을 것이니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땅이 워낙 넓고 하나의 주가 하나의 나라같은 역할을 하다보니 각각의 주마다의 세금 정책도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세금이 많은 주에서 적은 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절세를 통해 삶의 질이 바뀔 정도라고 한다. 우리같이 작은 나라에서야 어느 지방으로 옮기든 세금 면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주거비와 사교육비에 있어서 큰 지출을 줄일 수도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분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자 적어보았다.
양평으로 이주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필자지만 귀농이라는 말은 자주 들어보았는데 귀촌이라는 말을 들은지는 불과 3-4년이 되지 않는 듯하다. 귀농이라고 하면 다들 농삿일의 힘든 노동을 떠올리고 귀촌이라고 하면 뭔가 촌스러움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족이 자연과 함께하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일터로 향할 때도 가까운 근교로 나갈 때도 항상 뻥 뚫린 자연에서 드라이브한다.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가요?
당장은 힘들지라도 목표를 가지고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씩 노력하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생각은 구심점이 되고 에너지가 모이면 현실이 됩니다.
- 명제 전용석
- 한흐름 마음비움센터 (http://cafe.naver.com/growing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