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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교동방울이 Apr 04. 2022

봄이구나야!

여름아 얼른 와 다오..."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길었던 21-22 겨울 시즌이 끝나고 맞이한 4월.

연트럴 파크 근처에 있는 지금.


1만 2000원짜리 이어폰 언박싱;;;과 입사서류 준비로 찾은 투썸은 인산인해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망할 놈의 노트북은 42%라는 애매한 배터리를 뽐냈고, 수염이 채운 내 얼굴만 쳐다보는 것 같은 눈초리가 신경 쓰인다. 그래도 확실히 따스한 공기만큼이나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덩달아 마음도 조금 들뜸.


봄이 주는 느낌을 좋아한다. 다만 이유는 좀 다른데 꽃피는 봄이라 사랑하는 건 아니고 여름이 아직 안 왔다는 안도감이랄까. 작렬하는 햇볕 아래서 타는 자전거.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다가도 찬물 한잔이면 뻥 뚫리는 그 느낌을 사랑한다. 한강에서 먹는 맥주 맛이나 길디 긴 낮도 너무 좋다. 그 여름을 향해 가는 기대감이 가슴을 채운다.


그래서일까 여름에 비유하는 걸 좋아한다. '내 인생의 여름'이나 '퍼포먼스 작렬' 같은 소리 말이다.


내 인생의 여름


참 많이 썼던 말이다. 계절이 네 개뿐인데, 봄이나 겨울, 가을에 삶을 비유한 적이 없는 듯하다. 내 여름은 여러 번이었다. 가장 강렬했던 건 처음 기자 생활을 제대로 했던 2015년. 그리고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이다.


2020년은 의미가 더 크다. 여기서 여름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서다. 기사 공장장이 된 생활 패턴에 '일 한다'는 느낌은 녹진했지만, 자외선 같은 업무량에 화상을 입었다. 즐거웠던 일의 의미를 부정하게 되고. 내 가치관까지 돌아보게 했던 늦은 오후 땅거미 같던 시절.


회사를 나온 건 후회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느꼈다. 업무가 내리쬐면 양산을 썼어야 했다. 주변과 청량한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하지만 알량한 정의감에 배틀그라운드 알몸맨 처럼 뜨거움을 홀로 받아내려 했다.



얼마 전 봤던 서울대 팩트체크 센터의 팝업 글귀다.


가짜 뉴스 검증법을 풀어써 놨는데. 생활에도 적용된다. 그때의 내 삶에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허위정보=날 불안하게 하는 불건전한 마음'으로 치환해 봤다.

이런 잡기를 부려볼 여유가 그때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뭐 지나간 일이다.


1. 정보의 출처를 확인합시다.

->(신뢰할 수 있는) 자의 의견이나 비토인지 확인하라.

2. 저자를 확인할 수 있나요?

->과거 행동을 반드시 알아보고 돌발상황인지 지속될 일인지 검증하라.

3.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나요?

->고민이 아니라 기쁨 또는 환희라도 들뜬 결과나 불평을 위한 불만이 아닌지 의심해 보자.

4. 다른 정보를 추가적으로 찾아보았습니까?

->동료나 타인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금 감정에만 매몰된 건 아닌지 확인한다.

5. 정보가 과도한 불안을 줍니까?

->아. 이건 해당이 안 되네...


지금 사회 풍토에서 물리적 나이로 치면 사회 생활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은 25년 정도.

출발한8년 정도니까 총 33년가량에서 4분의 1을 지났다.

4월 초입과 비슷한 시점.

정말 순수하고 내가 사랑하는 느낌의 여름 같은 인생이 다시 찾아오면 좋겠다.


오늘 소고기 안주에 술마실 거다.

일단 세 시간은 여름 같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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