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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교동방울이 Jul 29. 2022

인정투쟁이 만드는 피로감

뽐내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사회생활을 하거나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가끔 어려운 상황을 마주한다. 

'뽐내기 대결'이 그것. 상대방보다 나은 점을 어필하고 부족함을 숨기기 위한 노력이다. 


회사로 좁혀보면 본인의 역량이나 인맥을 아사모사 뽐내는 이들이 있다.

 "아무도 쓰지 않던 이 기술을 익혀서 생산성을 높였어!"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장비를 써 보는 것은 어때?" 

"누구랑 어제 만났는데 이렇다더라"같은 연막작전이다. 


보통 나는 네네하고 넘기는 편이다. 굳이 그럴싸한 와꾸를 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균열은 여기서 발생한다. 왜 내 말을 듣지 않냐는 어택이 종종 일어난다. 본인이 고민한 솔루션을 받아들이지 않는 너는 뭐가 그리 잘났냐는 식이다. 이건 인정투쟁과 관계가 있다. 다르고 신선해야 한다는 강박이 '상대방보다 앞선다'는 자존감 낮은 곤조로 이어지고, 이를 뽐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거다. 이른바 자기 PR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6~7년전쯤인가 "말에 장식을 달지 말고 일의 종점만 생각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정보 공유나 보고에 우물쭈물 수사를 다는 습관은 결국 '자신이 없거나' '뽐내고 싶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다. 지금도 인생의 글귀로 삼을 정도로 구구절절 옳다.


꼭 좋은 컴퓨터를 쓰지 않아도, 기계식 키보드를 쓰지 않아도 된다. 멋들어진 PT에 시간을 쏟느니 종이에 써서 5분 만에 보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종점에 빨리 도달한다. 뽐내기에 함몰되면 스스로가 본인의 PT에 감탄하고, 같이 감탄하지 않는 이들에 반감을 갖게 되고, 일의 속도는 목덜미를 잡힌다. 다름이나 노력을 어필하느라 100의 힘을 쏟아 우측으로 가야 될 일을 150의 힘을 들이부어 왼쪽으로 흘려보내는 상황이 생긴다. 일의 나침반까지 잃는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GWS가 손에 익지 않은 상황에서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컴퓨터 실력에서 자존감을 느끼는 이의 어택이었다. 근데 능숙하게 GWS를 사용하거나 쿼리를 쓰는 게 나한테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게 당연하다. 글쓰기의 조사를 하나 더 고치거나 남들이 묻지 못하는 것들을 과감히 묻는 뻔뻔함이 지금 나한테 필요한 달란트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인데, 무딘 칼 여러 개를 자랑하는 것보다 장검 하나라도 제대로 벼려 놓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시도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시도는 소중하다. 단 "시도를 했어 어때? 난 이것도 할 줄 알아" 보다는 "시도를 해봤는데 장점은 이거고 단점은 이거니 저울질을 해봐야지" 또는 "시도해 봤지만 뻘짓이었어.... 현상유지가 퍼포먼스가 낫겠다"는 성찰 녹인 솔직한 판단과 인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거다. 


난 회식을 좋아한다. 지금 쓰는 이 글의 내용을 수차례 술잔을 기울이며 전달했다. 그런데 회식에 쓰는 시간이 아깝다며 자기계발을 하겠다는 말이 고까운건 나도 꼰대라서일까. 


사실은 언제나 하나고 진실은 결국은 밝혀진다.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효용이 낮다는 걸. 뽐내기의 그림자는 늘 가랑이를 찢고, 왜곡된 경쟁심은 눈을 가린다는 걸. 그 해답지는 나한테만 모범답안인걸까.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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