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사기에 쉽게 당하는 진짜 이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토지를 사서 하고 싶은 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같은 지역에서 토지를 구입한 목적이 다른 사람들 간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한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날 바로 옆 땅을 공장을 짓기 위한 목적으로 누군가 매입하게 되면 꿈꿔왔던 노후의 쾌적한 삶은커녕 매일 매연을 마시며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권력을 개입해 목적에 따라 지역별로 토지의 쓰임(용도)을 구분하게 되고 이렇게 구분된 지역을 용도지역이라고 한다.
용도지역은 해당 토지를 가지고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땅이 속한 지역에서는 어떤 종류의 건축물을 어떤 규모로 지을 수 있는지 바닥면적과 높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만약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인접한 두 개의 토지가 있어도 용도지역이 다르다면 그 쓰임새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주변에 있는 토지 위에 건물이 있다고 그 옆에 비슷한 규모의 같은 건물을 짓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매년 기획부동산의 감언이설에 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의 지분을 사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생긴다. 기획부동산은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시골의 어르신들이나 당하는 것 같지만 토지의 가장 기초적인 지목과 용도지역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태로 주변의 개발호재 뉴스와 그럴듯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매물이 없기 전에 빨리 사야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나게 되며 결국 주변 가족과 친척까지 설득해서 묻지 마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기획부동산의 감언이설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는 걸까?
그 이유는 기획부동산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된다.
몇 년 전 1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획부동산 사기가 발생했다. 어떤 땅이 길래 100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을까? 기획부동산이 판 땅의 위치는 제주도 신화역사공원 바로 옆 땅이다.
제주도 신화역사공원 같이 대형 개발호재로 다뤄질 만한 뉴스가 방송되면 기획부동산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수법은 비슷하다. 먼저 기획부동산은 개발호재가 발생한 주변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넓은 평수의 토지를 싸게 매입한다. 개발이 불가능하고 큰 평수의 토지라 시세보다 더 싸게 매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매입한 큰 토지를 작게 분할한 뒤 일반인에게 비싼 가격에 판다. 바로 길 건너 땅이 개발되는 현황을 알려주면서 바로 옆 땅도 그 수혜를 곧 볼 건데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가격에 구할 수 없다면 결정을 서두르게 만든다. 아파트와 달리 토지는 시세라는 것이 없고 정보가 한정적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단지 신화역사 공원이 들어온다는 뉴스가 티비에 나온 것을 봤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 주변 일대는 엄청나게 땅값이 오를 것으로 상상하게 되고 더 늦어 기회를 놓치기 전에 입금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화역사공원을 개발한다고 해서 그 주변의 토지까지 같은 용도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지역의 비슷한 모양을 한 토지라도 용도지역이 다르다면 그 토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행위는 전혀 다를 수 있다. 특정 토지의 쓰임새인 용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하나만 확인해보면 된다. 한번 익숙해지면 너무나 간단한 절차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쉽게 당한다.
서류를 확인해보면 이 땅은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산지로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다. 신화공원처럼 건물을 짓거나 개발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땅인 것이다. 언젠가는 개발이 되지 않겠냐고 묻는 분들이 있지만 이런 땅은 평생 가지고 있어도 정부에서 개입한 부동산 공법으로 제한받고 있는 규제들이 풀어지지 않는 한 그 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토지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위치상으로 신화역사공원 바로 옆에 있는 땅이라 개발 압력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게다가 지분으로 작게 쪼개진 맹지들은 더욱 불가능하다. 장기간 돈이 묶이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과 사기 분양을 당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피해자의 고통은 매우 크다.
보통 이런 토지를 파는 기획부동산들은 신화공원 같은 개발호재가 가시화되면 지금 토지를 사면 최소 산 가격보다 2~3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득한다. 자신이 분양한 토지는 멸종위기 생물 서식지로 지정되어 개발행위나 건물을 짓기 위한 산지전용허가가 불가능한 땅인지 알면서 그러는 건지 본인도 세뇌되어 주변 사람을 팔아서라도 실적을 만들어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토지의 기장 기초인 용도지역에 대한 이해도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피해자들이 기획부동산에 당한 가장 큰 이유는 투자한 땅의 입지적인 장점은 뉴스 같은 정보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자신이 산 토지에 정부가 어떤 공법적인 제한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서 해당 토지를 보면 도로가 있고, 바로 건너편에 신화역사공원 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봤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지의 가장 기초인 용도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보는 법만 알고 있었어도 이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주 신화공원 같은 기획부동산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용도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못해 잘못된 땅을 사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주변 땅보다 급매로 나왔다고, 시세가 공시지가보다 더 싸다고 해서 덥석 토지를 매입한 경우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해보면 주변 땅과 본인이 매입한 땅의 용도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다. 결국 입지적으로는 위치도 같고 외관상 땅의 모양도 비슷하니 정말 급매 물건을 싸게 산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급매가 아니라 주변 땅에 지어진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는 용도지역이 다른 땅이기 때문에 싼 것이다. 정말 좋은 토지 급매 물건이라면 중개인이 친분도 없는 일반인에게 소개할 이유도 없다.
전원주택을 짓던 공장을 짓던 투자를 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이 지어질 토지에 대한 용도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용도지역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