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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택 경비원 K Aug 02. 2024

숏(Short)의 의지

긴 의지가 사라졌다.

어제 책을 읽다가 느꼈다.

집중력이 정말 짧다는 것을, 마치 8살 아이의 집중력처럼.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잘 몰랐다.

정시 퇴근을 위해 일과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일만 했다 보니 내가 집중력이 짧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는데,

어제 10년 만에 처음으로 '나만의 하루'를 보내면서 집중력이 매우 짧다는 것을 느꼈다.


- 책을 10분 이상 읽지 못한다.

-> 책을 10분 정도 읽었으면 고새 손이 스마트폰으로 간다.

- 대화가 그리 길지 않다. 거의 단문이다.

-> 대화가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다.

- 어느 한 곳을 오랜 시간 바라보지 못한다.

-> 스마트폰은 오랜 시간 바라본다.

- 노트북을 하다가도 딴짓을 한다.

->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한다.


(이런 말을 농담조로 하면 안 되지만...)

성인 ADHD가 의심될 정도로 나의 집중력은 짧았다.


왜 그럴까...


사실 집중력이 그리 좋진 못하다. 학창 시절 때도 공부 집중력이 좋지 못해서 성적이 들쭉날쭉 했을 정도이니.


그래도 이렇게나 짧지 않았었다.

지금은 '조바심'이 난 것처럼 금방 딴짓을 하려고 한다. 불안이도 아니고...


unsplash.com


오늘 아침 일어나 이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다. 그러니 명쾌한 답이 나왔다. 


'숏(Short)'


요즘 내 몸과 마음은 '숏'하다. 

체력이 매우 안 좋아져서 좋아하는 축구를 할 때면 짧은 시간밖에 뛰질 못하고.

집중력은 말했듯이 매우 짧고.


근데 이는 나아질 수 있다.

체력은 운동을 해서 늘리면 되고, 집중력도 방해하는 '무언가'를 멀리하면 길어질 것이다.


운동은 축구를 포함해 러닝 등을 하니 뛰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

퇴사를 한 이젠 집중력을 늘리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버리진 못하고) 멀리 해보고자 한다.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일어날 때도, 출근할 때도, 회사에서도, 퇴근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스마트폰은 우리 손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스마트폰을 하면서 나의 집중력은 더욱 '숏'해졌다.

핑계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내 집중력을 짧게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볼 때, 숏폼을 볼 때, 웹툰을 볼 때, 쇼핑을 할 때 등등

스마트폰이 주는 '1분의 유희'를 즐길 때면 그 순간은 행복하다. 근데 그때뿐이다. 남는 게 없더라. 


unsplash.com


지금은 그냥 조건반사적으로 '1분의 유희'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있다.

마치 자유 의지를 상실한 영화 '매트릭스' 속 인간들처럼.


난 '네오(NEO)'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다이내믹하게 바꿀 순 없다.

그래도 마라토너의 긴 호흡처럼 '긴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면 나의 집중력은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윈스턴 처칠의

학문의 최대의 적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유혹이다

는 명언을 살짝 비꼬아


내 집중력의 최대의 적은 내 마음숏 유혹이다

를 되새기면서 스마트폰을 조금씩 멀리해보고자 한다. 일어날 때도, 잘 때도, 쉴 때도.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스마트폰을 보질 않고, 독서를 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던 '짧은 엄지'가 아닌 '두 배는 더 긴 검지'로 책을 넘기니 뭔가 뿌듯하더라. 집중력도 두 배는 더 늘어난 것 같고.


그래서 내일부턴 검지보다 조금 더 긴 중지로 책을 넘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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