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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택 경비원 K Aug 03. 2024

루틴 파괴

나를 옭아매는 루틴을 파괴하자

Routine.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1.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2. (지루한 일상의) 틀, (판에 박힌) 일상        


이라고 나온다.


난 2. 루틴을 파괴하고 싶다.

지난 10년 직장인으로 살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직장인 루틴'을.


unsplash.com


내 직장인 루틴은 다음과 같다.


1. 7시에 일어난다.

-> 출근 준비는 30분이면 충분하니까 7시간은 자려고 노력한다.


2. 9시에 출근한다.

-> 아침 출근길 지하철 9호선은 참말로...


3. 12시 30분에 밥 먹는다.

-> 보통은 직접 싼 도시락을 먹는다.


3. 6시에 퇴근한다.

-> 정시 퇴근은 숙명!


4. 7시에 집 도착한다.

->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집까지 딱 1시간!


5. 8시에 밥 먹는다.

-> 행복 주머니가 날로 커지고 있다.


6. 9시부터 1시간 동안 게임한다.

-> EA FC24. FIFA98부터 해왔다.


7. 10시부터 12시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본다.

-> 1분의 유희


8. 12시에 잔다.

-> 12시에 자려고 애쓰지만 새벽 2시에 잘 때도 있다.


@. 일주일에 한 번은 술 마신다.

-> 회사 일을 핑계로, 우정을 핑계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술을 마셨다. 제일 나쁜 습관!


지난 10년간 내 삶은 이 루틴에서 바뀐 적이 없는 것 같다.

웃긴 건 이 루틴이 평일만이 아닌 주말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출퇴근만 없을 뿐, 남들이 보기엔(와이프도 보기엔) 이상한 루틴이 있다.

예를 들면 토요일에만 외출, 일요일에는 무조건 집.


unsplash.com


사실 나와 같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마치 학교 시간표처럼 정해진 타임 테이블대로 살아갈 것이다. 

근데 내 생각에 이 삶은 어딘가에 소속됐을 때 해당되는 것이고, 자택 경비원이 나는 필요가 없다.


하지만 루틴을 지키는 건 마치 나의 숙명인 것처럼 자택 경비원 삶에서도 루틴을 만들려는 나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6시에 기상하고, 7시에 운동하고, 책은 1시간 꼭 읽고...

물론 나태해짐을 막기 위해 루틴을 만들려고 했겠지만, 한 번쯤 나태해지면 또 어떤가.

왜 나는 마음에 여유가 없을까. 왜 나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경계하는 걸까. 대단한 인간도 아닌데.


워런 버핏이 말했다.

습관의 사슬은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무거워질 때까지 그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와이프도 때때로 말한다.

사람이 트렌드 한 거 같은데, 변화는 엄청 싫어한다고.

본인이 세운 기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마음에 여유가 없고, 강박관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아무래도 고착화된 루틴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다. 사람 자체가 고착화되고, 변화를 무서워하는.


이러다간 나는 '싫어지는 사람'이 될 것 같다.

평범한, 보통의 인간을 꿈꾸는 내가 남들에게 싫어지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끔찍할까. 소름이 돋는다.


unsplash.com


그래 루틴을 깨야겠다. 루틴 없이 살아봐야겠다.

알찬 하루살이에 부담을 갖지 않고, 와이프가 말한 것처럼 나태한 하루살이도 해보려고 한다.

늦잠도 자고, 밥도 대충 먹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누워 있어 보고, 대~~~충 하루를 보내고.


이것도 마치 무슨 목표를 세워 놓고 움직이는 것 같아 마음이 움찔하지만 용기를 갖고 루틴을 깨보겠다.


그래서 내일 점심은 간장+참기름 비빔밥이다. 와이프도 좋아하겠지?

앗. 근데 이것도 루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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