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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unset Jul 09. 2022

제주의 한 도서관에서

평범하게 서로를 대한다는 것의 의미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즐겨보고 있다. 본 방송을 시간 맞춰 시청할 수는 없지만, 나 홀로 점심 한 끼를 먹을 때나 늦은 밤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한 편을 볼 때면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기분이 드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제주에서 2년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온 지 이제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머뭇거릴 틈 없이 시작된 아이들의 학교 일정과 이곳에서 변함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던 남편의 곁에서 나 역시 적응의 여부라는 것을 따져보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주가 좀 그리운가, 싶을 때는 파랗지 않고 회색이 섞인 답답한 하늘의 색을 볼 때인데, 그마저도 실상 제주의 날씨가 매일 파랗지는 않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내가 제주에서의 시간을 잠시 멈추어 돌아보게 한 것이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이다. 내가 제주에서 지낼 때 자주 다니던 도서관에는 말투와 눈빛이 조금 다른 사서분이 한 분 계셨다. 처음 도서관에 방문했을 때 찾고 싶은 책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면서, 순간 멈칫했다.


 ‘내가  사서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 사서님께서 내가 찾던 책을 찾아와 건네주셨다.


 “이… 이 책은… 권장도서로… 지정… 되었으니… 이런 기호가… 있으면… 앞 쪽… 여기… 책장에서… 찾아야… 해요….”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책을 받았다.


 능숙하게 전화를 받고, 사서 일을 해내는 그분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평범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모습을 거의 처음 본 것이었으므로 그저 놀라웠다.


 도서관 프로그램들과 친숙한 작가의 비인기 시절의 데뷔 작품들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자주 도서관에 전화를 걸거나 데스크에 가서 질문을 하는 일이 많은 편이다. 늘 이름을 먼저 밝히고 질문을 시작하는 내 습관 덕분에 나중에는 그 사서분이 내 목소리만 들어도,


 “아, 김ㅇㅇ씨,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안녕… 하세요….”


 하고 전화를 받으셨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 역시 그분을 평범한 사람으로 잘 대하고 있고, 그분도 내게 아무 거부감이 없이 평범하게 대해주고 있는 그 관계와 대화가 좋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문득 그 사서분이 떠올랐다. 평범한 직업을 갖기 위해,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돌아보게 됐다.


 어쩌면 서로를 평범하게 대한다는 것은, 괜한 불편한 시선을 건네지 않고, 괜한 걱정과 우려에 도움을 청할 일도 굳이 피하는 것보다,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사서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를 평범하게 대해주어 고맙습니다. 내가 자주 도움을 요청할 때, 귀찮아하지 않고 반가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제주생활에 고마운 사람들 중 한 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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