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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May 09. 2024

인연(因緣)

만남과 헤어짐, 행복과 아픔 사이 어딘가에서

 살면서 우리는 수 많은 인연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거절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경험한다. 소중한 사람을 만난 일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사람을 알게 됨에 원망하기도 한다.


*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사람 때문에 많이 울기도 한다. 인간관계가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밤새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노력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간관계에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많이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나는 모든 인연에는 이유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형태가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에, 한없이 행복한 인연도 있지만 반대로 상처 받고 아파하면서 성장하는 인연도 있다. 당시에는 죽을만큼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난 후에 마음을 정리해 보면 교훈이 되었던 인연도 많았다.


*


 최대한 긍정적으로, 교훈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정말 힘든 인연들이 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연들이 그렇다. 내가 노력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때 속상한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내가 와르르 무너진다. 나란 존재가 얼마나 작고 보잘것 없는지 느끼면서 끝없는 낭떠러지로 스스로를 밀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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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그런 인연이 너무나도 많았다. 함께 미래를 약속했던 인연도, 짧은 시간 사이에 호감이 생겼던 인연도, 나와 같다고 믿고싶던 인연도. 모든 인연을 정리하게 되었지만 내 의지는 아니었다. 사실 난 이 모든 인연을 더 오래 지켜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에는 빈 공간이 없는 듯 하다. 남는 공간들을 아둥바둥 쪼개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했다.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무기력감을 느꼈다. 결국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나 자신이 이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내 스스로 손을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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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고 싶지 않던 인연을 스스로 끊어내는 일은 내 심장을 도려내는 일 만큼 아팠다. 내 자신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고 무기력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결국 남은건 상처 투성이의 나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장 힘든 일은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행동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


 누군가 한 말 중에, 미련만큼 미련한 것도 없다는 말이 떠오르는 새벽이다.


 미련하지만, 난 과거로 돌아가도 그 인연들과 다시 마주하고 싶을 것 같다.


 설령 그 끝이 나를 아프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인연만큼 미련 많이 남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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