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면 언니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나온다.
올해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언니가 미국으로 돌아간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고단한 육체는 쉼으로 보상받아 하루이틀 지나면 제자리를 찾지만, 마음의 헛헛함을 달래는 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노트북을 열어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눈앞에 펼쳐진 하얀 공간, 무심한 척 까만 점(.) 하나를 누르고는 눈을 깜빡이니 보일락 말락 그 작은 점이 주먹만 한 검정 실타래로 탈바꿈해 있었다.
나는 삐죽 튀어나온 실 끄트머리를 찾아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움, 아쉬움, 후회..
검은 실가닥 사이에 콕콕 박혀 숨어있던 아픈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하얀 여백을 긁기 시작했다.
글 한자 남길 틈도 없이 빼곡하게.
그렇게 또 닷새가 지나갔다.
나는 오늘 또다시 책상 앞에 앉아 점 하나를 찍어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눈앞에 나타난 실타래의 색깔이 하얀색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얀 실가닥 사이사이에 콕콕 박혀 숨어있던 순백의 감정들이 하나둘씩 차례로 줄지어 나오더니,
긁혀 생긴 자국을 어루만지고는 내게 유혹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이제 쓸 수 있겠지?"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의 감정들은 그렇게 평온을 찾아가고 있었나 보다.
'숨은 행복 찾기 진행 중입니다.'
간결한 한 줄의 문장이지만 수많은 경쟁을 뚫고 당당히 자리 잡은 돌콩마음 브런치의 작가소개글이다.
그래! 나는 여전히 행복 찾기 진행 중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dolkongempathy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