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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 남자 1

by 돌콩마음


1980년대 중반 그들은 같은 대학 다른 과에 입학했다.




입학식이 있던 날, 그들의 학교에서는 입학 축복 미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일반적인 입학식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모습에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 역시 그랬다. 가톨릭 재단의 대학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입학식에서 미사가 거행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최소 중고등학교의 입학식-차렷 자세를 한 채로 정면을 응시하고 행여나 몸이 비틀거리기라도 할까 봐 바짝 긴장하던 입학식-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다름은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누구도 눈치 주지 않는 그야말로 '자유'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입학식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녀는 상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사가 시작되자 그녀의 야무진 상상은 토막 나 버렸고 그녀는 이내 경건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어차피 모두가 일면식도 없는 사이니 자유가 주어진다 한들 딱히 누릴만한 무언가도 없을 터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움직임이 없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이 노래는...

중학교 음악시간 수녀님께 배웠던, 수십 번 부르고 연습해서 가슴과 머리가 기억하고 있던 바로 그 성가가 강당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녀의 온몸에 뜨거운 전율이 흘렀다.

낯선 공간을 가르고 지나가는 낯설지 않은 성가는 그렇게 그녀의 입학을 축복하여 주었으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뺑뺑이로 들어간 중학교와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들어간 대학교, 그녀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가톨릭과의 그 우연한 만남이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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