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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Feb 28. 2024

결정의 순간


https://brunch.co.kr/@dolkongempathy/95

위 내용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입을 열었다.


"이제 당신 건강도 챙길 겸 쉬어보는 게 어떨까?"

그동안 회사문제에 대해 고민한 우리의 선택지 중 제2안을 남편이 얘기한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장한 얘기였지만 회사에서 나를 불러내어 얘기한다는 것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뜻이리라.

"그래, 그러자."


우리는 미소를 띠면서 일어섰고 남편은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며 흡연구역이 있는 장소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가벼운 손인사를 나눈 나는 사무실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었다.

마음 한편에 찌릿찌릿한 뜨거움이 느껴지더니 목을 타고 올라온다.

그 녀석은 허락도 없이 점점 더 올라와 기어코 눈물이 되어 몸 밖으로 흘러나왔다.

사무실 문 앞까지 와있던 나는 다시 화장실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이? 직원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이? 아니면 내 삶의 순간이 녹아 있는 이 공간에 정이 들어서?

물론 이런 이유들이 나중에는 마음에 걸려 아프기도 했지만, 그 순간 폭발한 나의 감정은 아마도 내 눈에 비친 남편의 모습 때문이었으리라.

얼마나 많은 시간 잠 못 자며 고민했을까?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 홀로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겼을 남편의 모습이 그려져 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하던 일을 계속했고 잠시 후 남편도 복귀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메일 알림이 뜬다.

열어보니 남편이 본사에 보낸 메일이다. 우리의 결정을 정중하게 전달한 내용이었다.

잠시 후 남편이 방에서 나와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간다.

퇴근 후 들어보니 메일을 보내자마자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의 결정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직원들의 성실하고 꼼꼼한 업무처리로 본사에서 평판이 좋았었다며 당연히 계속 함께 일해나갈 거라 생각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계속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훅하고 치고 들어와 또 한 번 나를 휘저어놓았다.

하지만 이제 결정은 끝났고 본사에서도 새로운 업체와 함께 일을 해나갈 것이다.


"잘한 거야.",  "잘한 거겠지?",  "그래, 잘했어.", "우리 괜찮은 거지?", "응 괜찮을 거야."


무한 반복되는 질문과 대답 속에 우리는 그렇게 상대를 위로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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