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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Feb 27. 2024

선택의 갈림길


우리는 그렇게 두 갈래의 길 앞에 서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중견기업의 파트너사 5년가량 일을 해왔다.

몇 년 동안 매각 이슈가 돌더니 결국 물망에 올라있던 어느 기업이 본사를 인수하게 되면서 그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튀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정리상황을 맞이한  사는 그 기업의 지시에 따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턱없이 낮춰진 계약조건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계속해 나가야 할지, 아니면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맞는 건지에 관해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척추 협착과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내가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일하는 모습을 보며 늘 걱정스러워했던 남편은 이제 쉬면서 건강을 돌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것은 2안이었다.

뚝 잘려나간 계약금액이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이 나라의 현실 속에 적으나마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온다는 것은 우리의 노후를 조금은 편하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1안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갈라진 길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끌어당기는 각각의 힘에 우리는 마치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생각지 못한 조건에 화도 났지만, 화만 내며 시간을 보내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했고, 또 빠른 결정을 해야 했다.

여느 때 같으면 선배 혹은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거나 어르신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을 텐데,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우리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하고, 후회가 생긴다 해도 그 몫은 오직 우리 둘만이 책임지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끔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의 말에 나의 마음이 쏠려 스스로 결정하고는, 결과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지인의 그 말 한마디가 생각나 남 탓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삶 속에 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수없이 고민을 했으며 또 결정을 했다.

올바른 선택에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후회하는 마음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나날도 많았다.

언제나 그렇듯 눈앞에 닥친 이번 선택도 후회가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매일같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생각에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지만 지금까지 참으며 그럭저럭 견뎌왔듯, 조금만 더 버텨볼까라는 생각에 끌리게 되는 건 여전히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 모습 때문이리라.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이제는 좀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갈등과 깊은 고민은 결정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몸속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하루빨리 이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날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며 뻐근하게 올라오는 통증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 카톡 알림이 떴다. "휴게실로 잠깐 나올래?"

남편이 대표실 문을 열고 직원들과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사적인 일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 똑같은 내용의 카톡을 받곤 했지만 이번 경우는 느낌부터 달랐다. 

긴장감과 무거움이 실려 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게실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의 보폭이 유난히 좁게 느껴졌던 그날이었다. 


휴게실 문을 열자 남편과 나는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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