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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Jun 22. 2023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 아는 투잡스


사무실을 나와 화장실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자그마한 공동 휴게실이 있다.

이곳은 같은 층에 위치한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가끔 이 공간에 들러 창 밖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처음 한 두 달 동안 창문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곤 했다.


익숙함은 두려움을 넘어서게 해주는 힘이 있나 보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4개월을 넘어서자 비록 창가 쪽 테이블의 가장자리는 아니지만,

바로 그 옆자리 정도에는 앉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난 것이다.




이 휴게실은 야외정원처럼 탁 트인 공간은 아니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첫째는 우리 사무실이 고층에 위치하다 보니 8층의 야외정원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곳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경치가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휴게실에서 바라본 풍경


처음에 나는 이곳의 창문을 보며 통창이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군더더기 없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는 것이 시야가 탁 트여 상쾌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7면 분할로 이루어진 이 창문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7개로 나눠져 보이는 이 풍경은,

각각 분리되어 있던 공간이 서로 만나 하나의 걸작으로 탄생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7개의 작품은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매 순간 다른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일류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스스로 사진작가라 주장하는 나는 이렇게 쉽게 투잡스의 삶을 시작한다.

이런 식이라면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얘기한 10 잡스의 인생도 조만간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직업 하나를 더 얻은 나는 행복하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며 휴게실을 향하여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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