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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Jun 20. 2023

행복한 산책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남편과 함께 회사 내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사천보 가량 걷는다.

운동이 될 만큼 빠른 속도도 아니고, 많은 칼로리를 소비할 만큼의 걸음수도 아니다.

한마디로 자연과 천천히 함께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회사이야기와 가족이야기,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혹은 찾아서 보게 되는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30분 남짓 걷게 되는 우리의 산책은 서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며 아름다운 산책로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함께하는 우리의 산책에는 각자의 짧은 휴식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그 시작 장소는 흡연 지정구역인데 그 시간 우리는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몇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금연에 실패한 남편은 산책로 한 귀퉁이의 흡연장소에 도달하면 이미 무리 지어 있는 흡연자들의 공간 속에 자석처럼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남편과 분리된 나는 그 순간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을 휴대폰에 담는다.

"와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그들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본다.(이 두 감탄사의 이는 뭘까요? 모든 감탄사가 그렇듯 저 역시 그저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대로 사용합니다만~)


2주 전 매화나무에 작은 열매가 열려 있는 걸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오늘 보니 알이 제법 굵어졌다.(미리 써놓은 글이라 이제 열매는 없어졌어요~^^)

마트 한 코너에 매실박스가 자리 잡은 것을 보고 매실 담글 철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산책로의 매실도 따 줄 때가 된 것 같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여기 이 매실은 누가 따가는 걸까?


한걸음 나아가다 보니 더부살이하고 있는 한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남의 꽃밭에 떡하니 자리 잡고 제 집인 양 살아가고 있는 녀석을 마주하니, 넉살이 좋다는 생각과 더불어 미소가 지어진다.

서로 땅욕심 내지 말고 배려하며 잘 살아가길.


남편이 내게로 달려온다. 각자의 휴식시간은 이렇게 담배타임 종료와 함께 끝이 난다.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이 공간과 시간들이 나는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하다.

감사의 마음이 매 순간 올라와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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