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마토세무사 Aug 03. 2021

스물여덟, 네 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래 봬도 끈기 있는 사람입니다.


평생 한 회사만 다니던 윗세대와는 다르게 요즘에는 너도나도 이직을 한다.

내 주위만 보더라도 열의 다섯은 이직을 했고, 나머지 다섯 중 둘도 이직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이직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요즘에 이직을 하는 사람들에게 붙는 키워드는 도전과 성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잦은 이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자칫하면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약 각 회사의 재직기간이 짧다면 '끈기가 없으면서' '적응력도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28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네 번째 직장이다.

첫 회사는 4개월 반 만에 퇴사했고 두 번째 회사는 5개월 만에, 세 번째 회사는 6개월 만에 퇴사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퇴사를 많이 하고 이직을 많이 할 줄은 몰랐다.

분명 매 순간마다 이직을 하려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끈기가 없고 적응력이 부족한 사람이어서 잦은 이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았다.

사회의 시선과 내면의 입장 사이에 괴리감이 생겼고 언제부턴가 내 경험을 숨기기 시작했다.

말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네 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지금, 결과적으로 나의 선택들은 옳았다.

첫 번째 이직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5년 차 대리가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퇴사를 권유당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여행사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직을 하지 않았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것이다. 회사 임원진들이 '언젠가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게'라며 끊임없이 희망고문을 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직을 하지 않았다면 동기 하나 없는 상황에서 지독한 야근을 버텨야만 했을 것이다. 일이 많아서 자의적으로 하는 야근 반, 어쩔 수 없이 하는 눈치 야근 반.


세 번의 이직을 한 경험은 마음속에 꼭꼭 숨기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상에 꺼내놓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상하게도 감추고 싶은 이야기일수록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어 진다.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에게 떠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나처럼 잦은 퇴사와 이직으로 스스로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에게 여러 번 회사를 옮긴 건 스스로 못나서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나은 길을 가기 위해서 옳은 선택을 한 거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럼 지금부터 나의 이직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