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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네오 Sep 16. 2021

의리로 사는 편인가?

꼭 그래야 하나?



우리 딸과는 달리 의리로 사시는 허석김보성님


어제저녁, 아이들을 이끌고 나가 저녁 운동을 한 판 거하게 하고 삼십 분만 쉬자고 앉아서 켜놓은 유퀴즈를 거의 한 시간쯤 쳐다보고 있는데 허석김보성 아저씨의 요상하만 흡인력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던 우리 까니가 또 기묘한 소리를 해 댄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오~  신묘하다.

사람의 말을 배우고 표현 해 본 시간이 짧아서 아이들의 표현들은 오롯이 자기가 느낀 것들을 자기 자신의 언어로만 표현해서 신선하고 함축적이다.


어제 유퀴즈를 함께 보는 동안에는 쟤가 왜 저런 소릴하지? 궁금해할 체력이 안됐는데 출근길 지하철, 등 기대고 손가락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고 보니 문득 궁금해져 온다.


왜 열 살 딸아이는 난데없는 고백을 했을까?


어제 유퀴즈에서 본 허석김보성 아저씨의 '의리'가 자기 상식에선 경험해 본 적 없는 이타심이라서 였을까?

누군가를 위해 싸운다는(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진짜 주먹이 오가는 쌈질을 의미) 철없는 고백들이 한심해서였을까? 저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멋진 영화배우시라 알려드려도 의심을 거두지 않고 유재석이 웃어 제끼는 순간에도 심란한 눈빛으로  티비를 쳐다보고 있다가 던진 말이라 저런류의 배려라면 자신은 해 본적도 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자기가 좋아서 해 놓은 일이면서 남을 배려하기 위해 한 일들이라 위선 떨고 있다는 비아냥이었을까?

우리 딸인들 다른 사람 입장 싹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 하고 살아왔을리 없다. 나름은 사촌동생들과 있으면 양보할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학교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배려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지 이타심은 아니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만약 그렇다면 맨날 애들 챙기느라 내 삶이 없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꽂는 일침인 듯 해 또 무섭다. "나는 늘상 다른 사람 생각하느라 내 삶이 없어져요~"를 젖 달라는 아기처럼 징징 대며 외치는 내가 한없이 찌질해 지는 순간이다.


마지막 추측은


'저는 부족해서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어렵고 잘 안돼요.'라는 자기 평가였을까?

"다른 사람 생각해서 목소리를 줄여라, 장난을 칠 때는 다른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싫어하거나 속상해하면 멈춰라" 등등 귀 따갑게 해 대는 잔소리들이 한결같이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하라는 잔소리인데 난데없는 고백에 엄마는 또 뜨끔해진다. 매일 반복적으로 해 대는 말들이 아이의 행동은 못 고치고 자존감만 낮춰놓았나?


퇴근하고 집에 가면 딸내미한테 살면서 한 번도 남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너의 말의 진의는 무어냐고 물어봐야겠다.


까니의 답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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