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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네오 Oct 13. 2021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이의 마스크



아이들 파악이 완벽하지 않고, 학부모의 성향이 예상되지 않는 학기초에는 아이들을 잘 돌봐달라는 학부모의 요구가 날 선 양날의 검처럼 서슬 퍼렇게 다가온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학교에서 마스크도 잘 쓰고, 보청기도 잘했으면 좋겠어요.


또래보다 조금은 늦된 발달을 보이는 4살 전후의 아이... 학기초 학부모의 소망을 담은 부탁이 당연한 것일 수 있으나 학교에 무리 없이 적응시키고 고른 발달을 보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하는 내 입장에선 밤잠을 설칠 만큼 무거운 부탁이 될 수도 있다.


엄마가 보청기와 마스크 착용을 부탁한 조바람(가명)은 4세로 교육기관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청력 향상이 인지 발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골도보청기 착용을 시작해야 했고, 귀 옆에 보청기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번거로울 4살 아이에게 코로나 시국에 맞는 마스크를 씌워주어야 했는데 마스크가 걸려야 할 오른쪽 귀는 소이증으로 귀의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마스크를 걸어봐야 아이가 손을 대지 않아도 자꾸 빠져버리는 통에 마스크는 수시로 한쪽이 떨어진 채로 걸리적거리고 있었고, 고무 머리띠로 고정시킨 골도보청기도 아이의 놀다가 조금이라도 과격한 움직임이 있으면 어느새 내려와  소음을 발생시키는 목걸이가 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엄마의 부탁이 두세 번 이어질 때 난감함이 걱정으로 바뀐다. 어쩌겠는가? 그냥 하는 데까지 하고 안되면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이의 학교생활은 키즈노트라는 전달 시스템을 통해 부모에게 면밀히 전달되어야 하고 학부모의 예민도에 따라선 자기 아이 혹은 다른 아이가 마스크 착용이 잘 안된다는 사실이 교육기관을 포기해야 한다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예민한 시국이었다.


안 되는 일일까? 방법이 없을까?

그 당시엔 바람이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비가 오지 않는 것도 오는 것도 백성이 굶주리는 것도 무지한 것도 자기 탓으로 느끼셨다는 세종대왕처럼 바람이의 세상으로 나오는 시작이 다 내 책임인 듯 느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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