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도보청기는 시술을 통해 이식하는 형태도 있지만 바람이가 사용하는 보청기는 부착형으로 보청기를 고정시키기 위한 헤드밴드가 필요했다.
애초에 학교에 왔을 때는 돌출된 보청기에다가 마스크를 걸어두었는데 보청기에 이물질이 닿으면 나는 삐~ 삐~ 고음의 기계음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라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막 보청기를 착용하기 시작한 아이는 이 기계음을 상당히 공포스러워해서 서럽게 울기까지 했다.
헤드밴드가 빠져 기계가 몸에 닿아도 기계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바람이가 무서워 우는 경우가 있다 보니 헤드밴드에 어떤 장치를 해주어 마스크를 고정해 주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보청기와 마스크를 동시에 잘하려면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다. 옷핀이나 클립으로 마스크를 연결하니 날카로운 금속이 아이의 얼굴에 늘 닿아 있는 게 걱정스러워 고심 끝에 어머니께 요청했다.
바람이 어머니~ 바람이 헤드밴드에 큼직한 단추를 달아주면 어떨까요?
여러 가지 궁리를 하며 요청한 것이지만 사실 단추로 귀 대신 마스크를 고정한다 하더라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잡아당기면 마스크와 보청기 쓰는 것 모두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방법이라 자신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바람이같은 친구들이 그런 방법으로 마스크를 쓴다는 얘기를 들어본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시는 바람이 엄마를 보며 잘 안될 수도 있다는 말은 차마 하기 힘들어 일단은 아이와 함께 애써 보기로 했다.
그사이 우여곡절을 생략하고 결론만놓고 얘기하면 그렇게 올해 봄, 부착형 골도 보청기 사용과 마스크 착용을 시작한 바람이는 무난하게 보청기를 이용해 청능훈련을 받으며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닌 일들이 시작 당시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그리고 교사인 나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누구의 공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건 나의 걱정이 성취한 것이 아니고, 어머니의 바람이 이룬 것도 아니며, 주어진 루틴을 수용하고 따르는 아이의 찬찬한 성향 덕인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모두의 바람이,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한 방향을 향해 흘러가 닿도록 이끌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아이를 위해 체념하지 않는 바람이 엄마의 강단을, 그리고 그런 엄마를 닮은 아이의 찬찬한 성향을 존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내가 참 행운아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