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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네오 Jun 06. 2024

너 티야? 난 에프, 근데 좀 무서운F

궁극의 따뜻함은 궁극의 분석적 사고를 거쳐야 하는 걸지도...

사람들은(정확히는 배운 사람들은 )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대상 혹은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듭니다. 

이미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는 바이블이 되어버린 "MBTI"가 그렇고 제 전공인 특수교육으로 부단히 배웠던 "장애분류체계"가 그러합니다. 

MBTI가 사람을 네 가지 기준으로 양극단화해서 나눈다는 점에서 내 복잡한 사고의 과정을 이렇게 단순화, 명료화해 버린다고? 

하는 억울함도 들지만 뭐 그래도 그 이전 사람을 별자리와 혈액형으로 분류해서 의미를 부여하던 것보다는 

훨씬 과학적인 것만은 분명하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 꽤나 유행하던 너T파악 선별검사? 뭔지 아실겁니다.

속상한데 빵사서는 내 주변 사람들의 공감능력을 스크린하는 이 요상한 테스트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집에서 아이들조차 아빠는 T 엄마는 F하고 나누는 사람들을 사고형이냐 감정형이냐는 유형의 상자에 넣고 빼고 하는 단순한 놀이를 한창 즐기고 있을 때,

저에게 "선생님은 T예요? F예요?"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여건이 되면 들려주던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때는 코로나가 세상을 강타하기 이전, 제 학급에 참으로 버거운 학부모가 한 분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닫는 걸 좋아하던 아이의 손끝이 문틈에 긁혔는지 살짝 상처가 나서 약바르고 

학모에게 사실을 보고하고 집에서도 살펴보시라 말씀드렸더니, (방시혁도 아니시면서)제 기선을 제압하고 싶었는지

"선생님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다쳐본적이 없어요."

라고 단호히 말하던 유형의 학모였습니다. 


그 말한마디에 아! 일년간 여느때같지 않은 긴장을 유지하고 살아야겠구나!하는 감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움직임 치료(물리치료)를 하면서 걷는 연습을 하면 몸이 뒤틀려 체간이며 다리를 잡아줘야 하는 아이의 물리치료사를 아이가 멍들도록 잡았다는 이유로 센터를 뒤집어 엎어 물리치료사를 갈아치우고. 

뇌성마비 아이들이 보행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움직임 패턴을 보톡스 부작용으로 인한 뒤틀림이라고 의사에게 난리를 치며 자신 앞에서 쩔쩔메는 꼴을 보이지 않으면 송사도 마다하지 않을 대찬 유형의 한강의 남쪽 학부모이시라(역량도 되고, 재력도 넘치시는) 정말 나의 경력과 기질과 재능을 총동원해 촉을 세우고 아이와 부모를 살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의 가방에서 늘 가지고 다니던 것 같은 쪽지 하나와 카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쪽지에는


  '이증서가 내가 죽은 뒤 발견된다면 다름 사람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 내 아이가 걸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 장기를 기증한다.'


는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학급에 들어오고 있으면서 놓지 못하던 긴장이 풀어지면서 평소와는 다른 마음이 끓어 올라오는 것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내 마음과 같은지 궁금해 몇몇 친한 동료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모두들 반응은 '눈물이 글썽글썽해져서 앞으로 우리 00이 더 잘해줄거예요...'


그 와중 학교에서 따뜻하고 친절함의 대명사로 온갖 교직원과 학부모님들의 상담사역을 맡고 있는 선생님께 이걸 보여주고 나서야 저는 저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뭔 상관이야?

네... 제가 그 '자신의 장기기증 증서'라는 헌물 앞에 높인 소망의 쪽지를 보고 느낀 마음이 딱 그거였습니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고 다들 그렁그렁해진 눈가를 보이며 가슴아파하는 내가 속한 집단에서 

불안함과 답답합을 동시에 느끼던중 들리는 반가운 소리 "이게 뭔 상관이야?"

 

애가 걸었으면 좋겠으면 애를 걸려야지. 다 큰 애를 맨날 아기띠 안에 구겨 넣어 들고 다니면서 

걸을 기회, 세상을 보고 선택하고 원하는 곳으로 나가갈 기회는 다 뺐고, 

애를 걸리려고 자기 몸 사리지 않고 치료하는 물리치료사 쫓아내고 

치료실에서 진상 학부모로 찍혀 쫓겨나서 치료받으러 갈 센터 하나 없는 지경을 만들어 놓고

아이의 걸음을 자기 장기에다가 건다고?


분노하며 "이게 뭔상관이냐"고 말해준 선생님과 신나게 한두시간은 엄마를 욕했을 겁니다. 

아 물론 그날저녁 마음이 답답해진 우리는 서로 톡을 주고 받으며

그래도 짠하고 가엽고 애잔한 우리 00이 그리고 00이 엄마 내일부터 더 잘해주자! 가 결론이긴 했습니다만...


그나 저나 MBTI라는 유형의 상자로 분류한다면 저와 그 선생님은 티일까요 에프일까요?

혹시 어쩌면 궁극의 T는 궁극의 F와 통하는게 아닐까요? 


결론은...

다들 오해하시는데 특수교사 그렇게 사랑으로 하는거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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