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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Jun 09. 2024

실기. 구술시험 친 일기 3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 복싱

숨차는 실기. 구술시험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도착한 경북 영주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시험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건물 처마밑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순번을 기다렸다. 챙겨 온 스포츠 양말과 복싱유니폼(복장 역시 시험의 일부인지라, 복싱에 걸맞은 유니폼을 착용하는 게 좋다는 혹자의 조언을 따랐다)을 꺼내 입고 간단하게 줄넘기부터 시작했다. 대기 시간이 거의 2시간 남짓했는데, 이는 이번 시험이 작년 그리고 재작년과 달리 실기평가에 줄넘기와 미트 치기까지 포함된데 있었다(할 게 더 늘어난 만큼 체력관리가 더욱 요구되는 까다로운 시험이었다).


 앞으로 내 차례까지 두 사람이 남은 시점, 장소도 장소(대한복싱훈련장. 꽤 컸다)이고, 추가된 실기평가에, 3번째 시험이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고 먼저 줄넘기를 시작했다. 아뿔싸, 가져온 줄넘기가 자꾸 꼬이는 바람에 시험관이 시키는 연결동작을 하던 중 2~3번 줄에 걸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숙련도는 제대로 보였으니 패스. 다음으로 기본 스탭부터 쉐도우를 시작했다. 다행히 머릿속에 계속 그려놓고 있던 기술들을 까먹지 않고 보여주었고, 작년 시험에 저평가받았던 연결동작의 부재를 메꿀 수 있었다. 다음으로 미트 치기와 미트 받기 순서였는데, 이때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다(늘어난 실기평가와 긴장한 탓이었다). 숨 고를 틈 없이 바로 미트 치기를 했고 뒤이어 숨을 헐떡이며 미트 받기를 했다. 미트를 치고받는 것은 서로가 타이밍과 힘의 합이 맞을 때 좋은 모습이 나오는 데 아무래도 실기운영요원과 나는 서로 초면이다 보니(숨도 제법 찼던 터라)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샌드백 치기. 샌드백.. 실기시험장에 들어오면서부터 느낀 것이었는데, 샌드백이 너무 좋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멀리서 봐도 질 좋은 가죽(때깔부터가 달랐다), 길쭉하고 탄탄해 보이는 외관, 한눈에 봐도 무겁고 탄력 있어 보이는 샌드백이었다. 아무렴 첫 잽을 치자마자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촥 감기는 주먹 끝맛과 샌드백의 무게감.. 훌륭했다. 솔직히 샌드백 치기는 '내가 언제 이런 곳에서 이런 샌드백을 쳐보겠나'하는 생각에 주먹맛을 꽤 즐기면서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이노우에 나오야가 샌드백에 연타 잽을 멋들어지게 치던 것이 생각나 잽을 3~4번 날려본 뒤(진짜 잽만 쳐봐도 좋은 샌드백은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체감했다. 역시 선수용은 다르다), 작년 시험에서 저평가받았던 스텝의 부재를 메꾸고자 치고 빠지는 연타 위주로 실기시험을 풀어나갔다.

집으로 갈 기차를 탈 때가 되니 조금 맑아진 하늘

 실기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구술시험장으로 향했다. 내가 거의 막바지인지라 대기인원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숨 좀 돌리고 물 한 잔 마시고 들어가는 거였는데 너무 급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가 숨이 찬 채로 구술시험을 치렀던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답이 간단한 문제들은 확실히 답을 했는데, 주관적인 문제들에 경우 숨도 차고 긴장된 탓에 약간 쉰 목소리로 말에 강세를 주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대답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험위원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대답했고 말을 조리 있고 또박하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였는지 내가 대답이 끝났음에도 심사위원이 나를 2초 정도 빤히 쳐다보았는데 그 표정이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게 다 대답한 거야?' '주저리주저리 뭐라고 떠들어대는 거야?' 같은 표정이었다 . 그래도 참 다행이었던 점은, 내가 준비하고 공부했던 내용이 전부 구술시험문제로 출제되었던 점이다. 해서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던 점이 플러스라면 플러스 요인이었다. 여하튼 구술시험을 불편한 마음으로 치른 탓에 기분이 딱 우중충한 하늘과 비슷했다. 하지만 뭐 어찌 되었든 시험은 끝났고 후련착잡했다. 

 이번에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저번처럼 김칫국은 안 마시려고 한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고, 붙으면 붙는 거다. 만일 떨어진다면.. 그건 내년에 가서 생각해 봐야겠다(내년에 다시 도전할 힘이 있다면 다시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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