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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12. 2024

코스모스 대장 등극 산행

청계산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면 그것이 실제 일로 이루어진다."

"간절히 바라면 하늘이 소원을 들어준다."

"매일 선포하면 꿈이 이루어진다."

"목표를 적어서 붙여 두면 이룰 수 있다."


나는 가끔 이 허무맹랑한 말이 어느새 이루어지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번 알파에서 대장 임명을 받고 청계산에서 등극식을 하고 첫 리딩을 하면서 생각한다.

'이것은 어쩌면 내게는 마음속으로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나 할까?'


2년 전에 100대 명산을  찍으면서 제72좌로 한라산 산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혼자서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서 산행을 하기도 해서 그날 역시 혼자 신청을 했다. 거의 20여 명이 신청했기에 그런대로 재미있게 다녀오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산행일이 다가오자 그다음 주간에 누군가 한라산에서 100대 명산 완등을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날짜를 옮겨갔다.


"이거 취소 안 되고 가긴 가는 거야?"

내심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안내 산악회에서 전화가 왔다. 글쎄 나보고 포인트를 챙겨준다면서 인원체크만 해도 되니 한라산 산행 일일 대장을 해달라는 거였다.


한라산 산행 인원은 남자 4명, 여자 3명, 총 7명이었다. 예약은 다 되어 있어서 제주 공항에 도착하니 봉고차 기사님이 점심과 떡, 물까지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산행은 총 19km, 9시간이나 소요되었다. 1월이어서 상고대가 무지 이쁜 산행길이었다. 진달래대피소까지 통과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서  부지런히 걸었고, 백록담 정상까지 오름구간이라 또  있는 힘을 다해 오르고, 눈 쌓인 정상 인증을 했다. 하산길 역시 가파른 구간이 꽤 있었다. 눈에 덮인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었다. 중간에 핸드폰 배터리가 아웃되어서 산우님들과 연락이 안 될까 봐 공중화장실 전기코드에 핸드폰 충전을 해놓고 기다리기도 했다.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했지만 일일 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렇지만 한 번 일일 대장 경험을 하고 보니, 가끔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여자도 리딩 대장을 하면 참 멋지겠다!"

그리고 수 십 번, 수 백 번의 마음속 소원을 통해 알파에서의 코스모스 신임대장이 되었다.

"잘할 수 있을까?"


물론 성품 좋고 실력 있는 대장님들의 돌봄을 받으며 부담 없이 산행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즐겁기는 하다. 그렇지만 믿고 맡겨주신 가족 같은 알파의 사랑을 기억하며 내 산행 모토대로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코스모스 대장 등극 산행은 오전 11시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에서 만났다. 주차장으로 올라와 정자 쉼터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해 오신 애봉이 대장님 사회로 간단하게 등극식을 했다. 서로 소개 인사를 하고, 약소하게 준비해 간 선물을 드리고, 산행을 시작한다.


평일 산행임에도 대장인 나를 포함해서 19명이 축하산행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산행에 오시지는 못했지만 축하글 남겨주신 산우님들과 관심을 가지고 눈팅해 주시며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는 알파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청계산 진달래능선 오르자마자 밥터를 찾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져간 음료와 먹을거리를 산천초목님 배낭에 넣었는데 아무래도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예의일 듯해서이다. 여러 산우님들이 맛있는 음식을 많이 싸 오셔서 화기애애한 점심식탁을 즐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올 들어 제일 더운 날이어서 땀을 많이 흘린다. 올라갈 때부터 처음 계획했던 산행길이 땡볕 급계단길이라 살짝 우회해서 그늘길로 인도한다. 매바위, 매봉 찍고, 단체 기념사진을 남긴다. 함께 한 대장님들과 산우님들은 무척 빠르시다. 오길에서는 리딩하는 나보다 훨씬 앞서가신다.


하산할 때는 예정했던 길을 살짝 잘못 들었는가 싶다가 다시 제 길을 찾았다. 그런데, 강풍 대장님이 맨발이셔서 길을 잃은 척하며 또 좋은 길로 우회한다. 선녀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계곡길이어서 돌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첫 대장 등극 산행치고 다소 긴 코스가 되었다. 숲이 우거진 그늘길이어서 걷기는 좋았다. 바람도 간간이 불어 주어 땀을 식혀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중간에 질매실 대장님이 누군가와 자꾸 통화를 하신다. 옆에서 들어보니 쑤꿀 고문님이 3시부터 편의점에 와서 기다리고 계신단다. 몇 시에 하산할 것인지 물어보신다.

"선녀폭포 들러서 발이라도 담그면 4시 정도는 될 거 같고, 안 들르고 내려가면 3시 30분이요."


예상은 정확했다. 내 뒤에서 길 찾기를 잘하시는 사무사님이 핸드폰을 보면서 따라오기에 더 쉽게 뒤풀이 장소에 도착한다.


편의점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쑤꿀 고문님에게 인사하고, 정상 안 찍고 헬기장에서 하산하신 빵긋 대장님 이하 세 분, 합류해서 바로 옆의 <부뚜막청국장>으로 간다. 다들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아서 우렁무침에 음료만 시킨다 그런데 산우님들이 이 집이 청국장 전문점이라며 꼭 먹어봐야 한대서 청국장을 테이블당 2인분씩 주문한다. 청국장에 나물과 보리밥도 함께 나와서 비벼 먹으니 별미이다. 먹어보길 잘했다.


무엇보다 <부뚜막청국장> 뒤풀비 모두 섬겨주시고, 지인 분 카페 <가드니아>에서 고소한 빵을 고루고루, 또 향이 좋은 커피에 달달한 팥빙수까지 푸짐하게 쏘신 쑤꿀 고문님에게 감사드린다. 지맥팀에서 나온 코스모스 대장  첫 등극 산행이라고 축하해 주러 일부러 오신 것 같다. 이제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다른 대장님들이 부러워하신다. 그렇다. 알파에서, 지맥팀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은 만큼 더 멋진 산행으로 보답을 드려야겠다.


알파 섬김의 손길 위에 큰 복이 임하시길 기원드린다. 늘 애쓰시는 운영진, 대장님, 산우님들, 모두모두 감사하다. 다음 공지에도 많이 참여해 주시길 기대해 본다.

알파산 코스모스 대장 등극식
초록 숲길
급경사 암릉길과 데크길
돌문바위
아치문 : "푸른 숲, 그 사랑의 시작은 산불예방입니다"
청계산 매바위와 매봉에서 기념사진
청계산 매봄 전망대
쉬어가는 시간
초록숲길과 이정표
<부뚜막청국장>과 <가드니아>에서 섬겨주신 쑤꿀 고문님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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