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에서 원주시장까지는 버스로 30여 분 거리이다. 원주시장은 시장 4개가 붙어있다는데, 우리는 중앙시장과 자유시장만 돌아보기로 한다. 우선 밥부터 먹기로 한다. 옆자리 짝꿍도 혼자 왔기에 같이 밥을 먹으러 간다. 우리는 새벽 일찍 아침을 먹고 나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부터 찾는다.
자유시장 지하가 식당가라는데, 우리는 중앙시장 2층으로 올라간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유명해졌다는 칼국수집이 있는데, 팥칼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다른 집으로 간다. 월빙 보리밥집 <근(根)식당>이다. 나는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라서 면보다는 보리밥이 좋겠다 싶기도 해서다. 다행히 짝꿍도 보리밥이 좋단다.
그런데 아주 잘 들어왔다. 보리밥이 9천 원인데, 양도 나물도 푸짐하고, 국산보리로 지었다는데 씹히는 맛이 구수하다.
바로 옆 테이블에 조금 나이가 든 부부가 앉았다. 곱게 늙은 분들인데 둘이서 여행을 왔단다. 함께 칭찬도 해가면서 재미나게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배가 고파 밥을 허겁지겁 먹고는 커피를 타면서 보니까 이 집에 글쎄 연탄이 있다. 연탄난로를 사용한단다. 연탄이 원주에 없어서 평택에서 배달시켜 온단다. 기름보일러로는 기름값 감당이 안 되어 연탄을 쓰는데 한결 낫단다. 겨울에는 이 난로 위에 망개 열매를 끓여서 손님들에게 대접을 한단다. 방부제 성분도 있고 두루 몸에 좋은 물이니 겨울에 오면 세 잔까지는 준단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자유시장 지하 식당가로 가 본다. 상점은 절반은 문을 닫았고, 영업 중인 식당 중에는 줄 서 있는 집들이 꽤 있다. 짝꿍은 만두를 빚어서 파는 집에서 생만두를 산다. 나는 우리 수원에 있는 재래시장이 싸고 품질도 좋기에 그냥 보기만 하고 안 산다.
밖으로 나오니 산삼 파는 이가 있다. 엑기스를 작은 종이컵에 담아 주기에 맛을 본다. 자연산은 한 뿌리에 15만 원이고, 배양산삼은 대여섯 뿌리에 5만 원이란다. 값이 괜찮은 건지 잘 가늠이 안 된다.
"글쎄! 언제 산삼을 사 먹어봤어야지."
중앙시장 돌아보며 은행을 조금 산다. 겨울이니까 기침 예방용으로 하루 몇 알씩 먹으면 좋겠다. 한 봉지에 5천 원이니 값이 착한 편이다.
버스를 타고 백운산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주차장에 내려주고 도로길을 따라서 용소폭포까지 갔다 오란다. 길이 흙길이 아니어서 아쉽다. 그렇지만 빠르게 용소폭포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개울가 쉼터를 하나하나 들러서 가을 정취를 맘껏 느낀다. 계곡물과 단풍과 쉼터 정자가 어느 동화 속 풍경처럼 나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풍경 속에 들어앉으니 사진 찍어주는 이가 쓸쓸해 보인다고 그런다.
"그럼 좋은 거죠. 가을이니까 분위기 있다는 얘기죠?"
그렇단다.
용소폭포는 용이 승천했나 했더니 안내판을 보니 승천을 못하고 이곳에서 죽어서 이름을 '용소'라고 지었단다. 산이나 호수나 계곡이나 폭포나 용이 승천했거나 못했거나 무조건 '용'자가 붙는 것이 신기하다.
자연휴양림에서는 하룻밤 숙박을 하면서 산책을 하거나 산행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도로길 말고 숲길을 새벽 일찍 일어나 걷는 맛, 정상에서 아침 일출을 보는 맛, 저녁 일몰을 보는 맛, 모두 색다른 경험일 듯하다. 앞으로는 이런 기회도 꼭 만들어봐야겠다.
여주 강천섬으로 이동한다. 강천섬 들어가는 길은 붐비고 주차가 쉽지 않다. 특히나 대형 차량은 멀찍이 대어놓고 여행객들은 내려서 한 20여 분 걸어가야 한다. 강천섬을 둘러싸고 흐르는 한강을 따라 한 바퀴 빙 돌아보려면 반나절 코스는 된다고 하는데, 돌아볼 시간이 한 30여 분 정도밖에 안 된다. 가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빼면 말이다.
다리를 건너갈 때 한강의 지류인 샛강이 흐르고 있어서 강천섬 강가에서 자라는 억새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
강천섬에는 운동장처럼 널찍한 공간이 있는데, 어째 조금 썰렁하다. 지난주에는 이곳이 미어졌다는데, 오늘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은행나무 단풍길에만 삼삼오오 모여서 놀고 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온 사람들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보이는데 아이들 뛰노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강천섬에서 나오면서 강과 억새와 은행나무와 석양을 담아본다. 은근한 분위기가 꽤나 환상적이다. 그림 그려보고 싶은 풍경이다. 석양 무렵에 와서 다행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