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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숙 Oct 06. 2021

경계선 지능의 자녀와 그의 부모에 대한 이해(1)

느려도 괜찮아, 포기하지 마! /지역사회의 지원체계가 필요한 이유 

지능에 대한 전문가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즉, 지능은 우리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중 한 가지 차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능의 발달은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을 모두 받는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상대로 자책하고 좌절감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경계선 지능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 DSM-IV)에 의하면 IQ 71~84에 해당하는 학생으로 정의하고 있다. (K-WISC III에서는 IQ 70~79 사이의 지능을 경계선으로 정의)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영아기(출생~만 3세) 

눈 맞춤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기질적으로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또래에 비해 놀이나 상호작용

, 언어발달이 더딜 수 있다. 부모가 부르면 멍하게 있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학령기(만 3세~12세) 

정서적 위축감이 크고 타인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다소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눈치 없고, 우울감이나 공격성, 소외감, 지루함 등의 세심한 감정을 잘 느끼지만, 표현이 서툴러 쉽게 화를 내거나 토라지기도 한다. 학습적인 면에서는 주의 산만한 모습과 전날 배운 내용도 쉽게 떠올리지 못하기도 한다. 과제를 시간 내 끝내지 못하거나, 책을 읽을 때 단어나 줄을 빠뜨리거나 위치를 자주 잊어버리기도 한다.  


▷청소년기(만 12세~20세)

정서적으로 충동성의 문제가 동반될 시 인터넷이나 게임중독이 나타날 수 있다. 또래관계에서 소외되거나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우려가 높다. 인지적 특성으로, 단순 암기는 가능하더라도 순차적 정보 습득이나 완전한 개념 이해와 적용은 어려울 수 있어 기본 표현과 상식이 부족하여 주변에 물어보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질 수 도 있다. 학습활동에서는 반복된 학업 실패로 인해 우울감과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가슴이나 어깨 통증 등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계선 지능의 진단 <한국판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 K-WISC-IV>                               

경계선 지능(경계선 지적 기능)이 의심되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진단이나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의 현재 능력과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절한 지원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검사로 확인하며, 언어이해, 지각 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로 구분되며 성인용, 아동용, 유아용으로 구별된다. 병원, 아동발달센터, 서울시교육청 내 센터 등에서 진단받을 수 있다. 




부모로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 자녀를 인정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부모에게 자녀는 세상의 전부다. 그런 자녀가 정상범위에서 벗어나는 지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어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장애인도 일반인도 아닌, 어디에도 분류되지 못하며 아무 법적 보호장치도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말 그대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다.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 ADHD를 갖고 있는 아이,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 이는 경계선 지능, 즉 느린 학습자의 한 단면일 뿐이다. 


한동안은 지적장애로 오해를 받아 특수학급에 배치되기도 하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여겨져 관련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일반학교의 교사와 돌봄 교사, 특수교육 및 인지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들도 실제로 이들을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에 대한 적절한 지침이 부족하여 혼란을 겪기도 했다. 

상담 장면에서 느린 학습자를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을 의뢰하는 교사 혹은 부모님이 가장 빈번하게 호소하는 것은 학습부진, 또래관계 문제, 심리정서적 어려움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교실 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자기 나이보다 한두 살 어린아이와 같이 어리고 유치하다 보니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여 또래들에게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에 노출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인식되어 투명인간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뒤처지는 학습도 문제지만 틀어진 관계 문제(소통 부재)로 얻은 우울감과 분노 감정, 산만함, 자기 비하, 낮은 자존감 등의 심리 정서적 문제는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정서적 고립감, 외톨이, 사회적 단절감, 그로 인해 그들은 자살시도, 자살행동까지 이르게 된다. 


부모는 이런 다양한 문제를 안게 되는 자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부모님들이 (경계선 지능) 자녀를 어떻게 지도하고 교육시켜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때로는 자녀의 모습을 숨기고 감추려고 한다.

이런 부적응적인 상태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느덧, 자녀는 청소년기를 지나 20대 성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학교 적응의 어려움은 사회 부적응자로 이어지며 자녀가 성장할수록 부모들의 심리적 어려움과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죽으면 내 아이는 누가 지켜줄까요.."라고 호소했던 20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녀를 둔 어느 어머님의 목소리는 간절함을 넘어 절박함이 느껴진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느린 학습자)이 안고 있는 문제는 비단 그들 부모의 문제만이 아니며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경제적 수준을 평가하고 장애인에게만 주어지는 다양한 국비지원 혜택에서 제외되는 그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그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줄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1)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또래관계를 통한 사회성 성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기 2)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눈높이 교육시스템  3) 대학 진학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 및 치료 연계  4) 졸업 후 자립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취업, 교육, 커뮤니티 조성이 지역별로 가능해져야 할 것이다.                                                                                                                                                                                                   

<사례> 내 아이는 다르지 않아.. 


중학교 2학년 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녀를 둔 어머니. 

아주 어릴 때부터 자녀의 ‘조금 다른 행동들’을 인지했지만 어머님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 다른 자녀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시키고, 훈육하고, 지도했다. 그것이 어머님의 사랑 표현방식이었다. 

현재 아이는 사교육 현장에서 초등 2학년 수준의 연산 문제를 접하고 있다. 자녀는 교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다. 

자녀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고, 현실로 받아들이는 용기만 있었다면 아이는 지금보다 힘들지 않게 학교생활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른의 이기적인 모습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건 아이다.   


그래, 느려도 괜찮아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친구보다 조금 느리지만 그 느림을 스스로 인정하고 인정받으며, 부단히 노력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사회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어머님은 이제 자녀를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는, 느리지만 포기할 수 없는 느린 학습자와 부모님들의 간절함을 도와야 한다. 늘 변함없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겐 도움이 필요하다.      


상담사로서 느린 학습자의 부모님께 당부드리는 것은, 

첫째, 자녀의 모습을 숨기지 마라

둘째, 남과 비교하지 마라

셋째, 자녀를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라 

넷째, 지치지 않도록 부모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라.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부모님께 힘을 보태 드리고 싶다. 우리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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