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심리상담센터
부부 상담이 신청되고 부부를 마주할 때 상담사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게 된다. 내담자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공감과 반영으로 상담을 진행하지만 부부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은 개인과 만날 때와는 확연히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제로 찾아오는 부부 내담자에게 만족스러운 상담 결과를 제공하고 싶은 상담사의 마음만큼 부부 상담은 힘든 작업임에 틀림없다.
부부 상담은 개인상담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관계적이기 때문에 초기의 전략적인 구조화가 요구되고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초기의 체계적인 상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가족구조, 부부 체계, 가족생활주기, 원 가족문제, 소통 방법, 대인관계 문제, 문제 대처기술 등에 대한 이해는 부부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부부가 직면한 문제의 원인을 인지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 노력해 나가는 뒷모습을 보게 되면 상담사가 느끼는 보람은 그 어느 상담 종결 때 보다 값지다.
부부 상담은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갈등을 경험하다 소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문의하게 된다.
대체로 아내보다는 남편이 상담에 더 소극적이거나 거부적인 태도가 흔하다. 상담에 대한 불신감도 있을 수 있고 자신의 잘못(폭력, 외도, 무관심 등)을 상담사에게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감, 그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비난에 대한 불편감 때문이다. 배우자가 상담에 참여하는 것에 압박감을 갖기도 한다. 집안 문제, 부부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편들은 상담이란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나란히 방문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대체로 쉽지 않은 장면이다.
그러나 배우자가 거부하여 혼자 찾아오는 경우에도 부부 상담은 가능하다. 상담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한쪽 배우자가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거부했던 다른 배우자가 호의적으로 변화하여 상담에 참여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한 사람과의 작업으로도 부부 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쪽 배우자만으로도 작업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초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부부가 함께 상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특성, 문제 유형,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며, 상담사의 기술 또한 필요하다.
배우자와 함께 오지 못한 한쪽 배우자는 이미 배우자와의 갈등관계에서 비난, 분노, 언쟁 등의 문제로 큰 고통과 갈등을 경험해왔다. 그런 상황과 감정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위로해야 한다. 더불어 배우자와의 소통 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이때 자칫 자신이 잘못했다는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공감이 필요하다.
배우자를 초대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상담사가 직접 거부하는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 신청한 배우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때로는 부부 상담을 진행하기 앞서 개인상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 사례도 있다. 사회적 장면에서 대처기술이 미성숙한 내담자,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한 개인, 지나친 왜곡 등으로 감정 조절이 어려운 개인이 부부관계에서 갈등을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 문제를 다루기 이전에 한 개인의 문제를 개입한 후 부부상담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효율적이다.
거부하던 배우자가 상담 장면에 초대되면 상담을 거부했던 다양한 이유를 알아주어야 하며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또 상담에 거부했던 이면의 염려나 불안 감정이 감소되도록 개입해야 한다. 자신이 배우자와 함께 하고 싶은지, 헤어지고 싶은지를 제대로 판단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부분의 부부는 함께 해결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슴 저 밑바닥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례) 최근 상담 진행 중인 부부 역시 아내가 먼저 온 경우이다. 이미 남편은 다른 곳에서 여러 명의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았고 동시에 아내에게도 권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남편의 권유를 받은 아내는 화가 난 상태였다. 자신에게 부부 문제의 원인을 찾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었다. 아내의 화는 한 회기 내내 이어졌고, 이런 아내에게 남편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의견을 전하자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남편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이후 한 회기 상담에 참여했던 아내가 귀가하여 "이제 내가 노력해 볼게"라고 이야기했다는 남편의 전언이 있었다. 이렇게 상담은 자연스럽게 부부 상담으로 이어졌다. 부부는 서로 아주 오랜 갈등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컸던 것으로 느껴졌다.
부부 상담에서 상담을 거부하는 배우자가 있을 시 먼저 방문한 배우자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는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담사의 적절하고 유연한 방식으로의 전략이 필요하다. 부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 부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의지가 있다면. 그들은 서로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