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교환 이론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는 급속한 변화와 경제성장으로 과거 어느 때 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부적응이나 이탈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스트레스성 공황장애, 조현병 등 심리.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 실재 근거이다.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심리상담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상담은 내담자의 긍정적 변화(단기상담)와 치유(장기 상담)를 가능하게 하며 병리현상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건강해야 가정과 사회, 더 나아가 건강한 국가가 유지된다지만,
한 해에 수많은 부부가 탄생하는 하면, 동시에 그 이상의 부부가 이별하기도 한단다.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별을 선택하기 이전에 부부는 함께 화해를 위한 노력도 시도했을 것이다. 결혼 이후 가정 체계 내에서 얻는 긍정적 요소인 심리적 안정, 지지기반, 사랑스러운 자녀, 경제적 도움 등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부부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부부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행복한 가정생활은 무엇으로 가능한 것일까?
부부는 서로에게 원한다.
부부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상대방이 해주기를 요구하거나 강요한다. 만약 그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불만이 생기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결국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담학 이론 중 행동 교환 이론(behavior exchange theory)이 있다.
요약하자면, 상대에게 원하는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지속되는 관계 속에서의 행동에 관한 이론이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과 변화하기를 원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원하는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좀 더 자주 하기를 원하는 세 가지 행동을 목록으로 작성하도록 한다. 이런 방법으로 부부는 하나씩 행동을 분명하게 교환하면서 긍정적 강화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은연중에 배워 나간다.
다른 방법으로는 (부부에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고 그것을 실행하도록 하면서,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는 것이다.
<사례> 40대 초반의 한 남성이 상담에 참여했다. 아내는 베트남인으로 다문화가정이다. 두 아들의 양육과 교육은 남편의 몫이었고 아내는 무직인 남편을 대신하여 경제활동을 떠맡은 상황이었다.
남성이 상담실에 찾아온 계기는 초등학생 2학년 아들의 지속적인 문제행동 때문이었다. 교실에서 말보다는 과잉행동과 욕으로, 혹은 삐짐과 억지로, 때로는 교실 이탈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였다. 이런 아들을 아빠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런 아들에게 늘 화가 났다. 체벌과 비난으로 아들을 훈육하는 강압적인 아빠가 되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어른으로 여겨졌다. 남성의 가계도를 살펴보았다.
남성의 어릴 적 양육환경은 넉넉하지 못했다. 태어나자마자 친모는 그의 곁에 없었고, 서너 살에 만난 새엄마는 그를 지독하게 구박하였다.
남성은 열등감을 안고 살았고, 피해의식도 컸다. 초반에 상담사를 경계하는 모습은 그의 성장배경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어쩌면 당연한 반응과 태도로 여겨졌다. 소통하는 모습도 서툴러 대인관계의 어려움도 쉽게 예상되었다.
자녀양육문제 이전에 개인상담으로, 더 나아가 부부 문제의 개입이 필요한 사례였다. 자녀의 문제행동 개선을 위해서는 가족 내 부모의 양육태도의 변화, 부부간 의사소통의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품행장애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까지 아동들의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데 가족치료는 매우 효과적이며, 아동 우울증, 신경성 식욕부진 등의 내재화된 장애에 대한 치료에도 가족치료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인된 바가 있다.
부부가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 경우 자녀가 행복해질 확률은 매우 낮다.
부부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소통 부재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 배우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배우자와 함께 하는 부부관계는 더 이상 발전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갈등을 경험하는 부부는 행동 교환 과정을 배워 상대방에게 원하는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도록 도움을 주면 효과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과 변화하기를 원하는 부분을 상대방에게 구체적이고 행동주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의 날'을 갖고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행동을 두배로 행하거나, '돌봄의 날'을 서로 교환하여 가능한 한 많은 방법으로 배우자에게 돌봄을 수행해 가는 것이다.
애정, 대화, 아이에 대한 배려가 결혼생활을 만족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이다.
<사례> 남성은 아내와 아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들을 아내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화가 났고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가족과 타인에게 두었다. 남편은 성숙하지 못했고 자신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
아내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는 반응이 없었으며, 타국에서 결혼 생활하는 아내의 어려움은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에게 자신이 베풀고 있다는 오만함을 갖고 있었다. 남성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요구하였다. 부부에게 진정한 '만남'은 없었고 늘 '평행선'만이 이어졌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남성은 자신이 아내에게(서로에게) 의지하고 있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단절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알게 된다.
부부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부부에게만 있지 않다. 역기능적 의사소통과 잘못된 문제 해결 방식은 그대로 자녀에게 학습되고, 자녀는 학교생활의 부적응과 문제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건강한 부부와 건강하지 않은 부부
모든 부부는 갈등을 경험한다. 그러나 가족의 조화를 유지시키는 결정적인 기술은 바로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이다. 건강한 가족도 문제나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건강한 부부는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갈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로의 행동이 아닌,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그 문제를 균형 잡힌 관점에서 바라보려 하며,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건강한 부부는 상대방을 결코 무조건 비난하거나 상대방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행동변화를 요구한다.
성공적인 부부는 긍정적인 것들의 교환을 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노력한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서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발전시켜 나가려고 애를 쓴다.
불행한 가족은 자신들이 가진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의 게으름, 무책임, 부적절한 충동조절 등의 부정적인 이유로 돌리려고 한다. 상담사는 가족 내에서 문제행동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문제행동 발생 전의 자극과 발생 후의 강화가 무엇인지를 관찰한다. 아빠가 자녀의 공격적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부모가 자녀에게는 폭력적 행동을 금하면서 아이들이 서로 싸울 때는 부모가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 등이다.
<사례> 남성이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자녀의 행동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내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아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수용적 태도가 시작되면서 남성의 화와 불만은 점차 감소하였다.
비로소 자신과 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활동을 포기했던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이후 경제활동을 시작한 것은 자신에 대한 '희망'이기도 했다. 자신이 아내에게 바라는 행동을 내세우기보다는 아내의 바람을 먼저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남성은 아들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아들은 "매일 싸우는 부모님이 제일 걱정거리예요"라는 말을 했다. 상담사를 통해 아들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 아빠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린 자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비로소 직면하는 순간이었다.
자녀의 역기능적 행동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문제 행동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정서와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부모님의 꾸짖기와 비난하기, 아이들에게 단순히 명령 반복하기는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런 훈육방식이나 행동을 하는 부모님이 변화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부모님, 즉 부부갈등의 개선은 자녀의 문제행동을 어렵지 않게 변화시킬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다.
결혼의 만족도는 부부간 의사소통, 성생활, 애정, 사회활동, 가치관, 자녀문제 등으로 채워진다. 부부는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모호한 불평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분명하고 세부적인 묘사로 이루어진 표현방식을 배워야 한다.
새로운 행동 교환 절차를 배우며 실천하고 의사소통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내 아내에게, 내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