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어도 좋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by 시옹
볼리비아 우유니 숙소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은 내가 남미여행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새하얀 소금 사막에 비가 오면 잔잔한 호수가 펼쳐져,

하늘이 그대로 반영되는 그 광경.

사진으로 봐도 믿기지 않았다. 이런 상투적인 말 참 싫어하지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다. 미국 교환학생이 끝난 2019년 5월,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한 달간의 남미 여행의 후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우유니 숙소에 체크인할 때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우유니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숙소 시설도 형편없었다. 따뜻한 물이 안 나왔다. 물론 전혀 개의치 않았다.

"드디어 나도 지상 위 천국을 걸을 수 있을까!"




우유니 사막 투어사
사막 물웅덩이를 대비한 장화

우유니에는 투어사가 모여있는 골목이 따로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난 투어사는 따로 있었고, 효율성을 위해 나도 그 투어사를 선택했다. 그렇게 7명 정도가 모여 지프차를 타고 소금사막으로 향했다.

남미의 겨울인 5월 말에는 5시 정도에 해가 지기 시작한다. 4시에 우유니 시내에서 출발해, 노련한 가이드를 따라 물이 차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미여행 커뮤니티를 보면 '볼리비아 우기 시즌'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나는 건기 무렵에 여행을 했음에도 가이드 덕에 어렵지 않게 물이 차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우유니 사막 선셋 투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온사방이 하늘이었다. 천장도, 바닥도.

그 높은 안데스 산맥은 온데간데없고, 끝없이 지평선이 펼쳐졌다. 숨이 멎는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들숨날숨을 이어갔다.

동행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차에서 내린 지 한참이 지나고 나서도 침묵이 흘렀다. 장화를 신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나는 찰랑이는 물소리 말고는 고요가 세상을 지배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하늘이 반영된 우유니 사막의 노을을 보고 가장 강렬하게 든 생각이었다. 지구의 아름다움의 끝을 본 것 같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이 되지 않더라도, 가난하더라도, 연애 따위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역시 겨울이라 불어오는 소금 바람과 함께 장화와 두꺼운 양말을 뚫고 들어오는 물의 온도는 차디찼지만, 마음은 노을만큼 뜨거웠다.




내가 어설프게 찍은 은하수

우유니의 데칼코마니 쇼가 끝나고 해가 지면 스타라이트 투어가 시작된다.

거짓말 같겠지만 그냥 육안으로도 은하수가 보인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까지 또렷하게 은하수를 두 눈으로 본 건 우유니 소금사막과 칠레 아타카마가 마지막이었다.

가이드는 나의 구닥다리 미러리스 카메라로 환상적인 사진을 찍어줬다.

나는 꼭 따라 해보고 싶었던 지브리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하울이 카루시파를 만나는 장면을 연출해 보았다. 밤에 사막의 기온은 영하까지 떨어져 하얗게 입김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은 고도가 높고 공기가 맑아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별 관측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차 무덤 (Cementerio de Trenes)

볼리비아의 노을과 야경을 봤다면 이제 낮을 볼 시간이다.

우유니 사막 데이 투어는 기차 무덤에서 시작된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우유니에는 영국 기술로 건설된 광물 운반 철도가 활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광물 생산이 줄어들고 도로와 트럭이 등장하자 자연스레 증기기관차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당시 고장 난 기차들을 폐기할 돈도 없거니와 그냥 사막에 방치를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기에 기차 무덤이 생겼다.

영화 <매드맥스>에 나올법한 분위기였다.

아무도 안전을 논하며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내 맘대로 텅 빈 기차 안에 들어가 탐방을 하던, 기차 위에 올라서서 위태롭게 사진을 찍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 허술함에서 나오는 자유로움이 매력적이었다.




잉카와시 섬 (Isla Incahuasi)

신기하게 소금 사막에도 선인장이 있다.

그런데 사이즈가 심상치 않다. 거의 사람만 한, 투박하고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거대 선인장이었다. 어떤 선인장은 키가 10m가 넘고 1천 년이 넘게 살아있다고 했다. 온 주위가 소금으로 뒤덮인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은, 생존력이 어마무시한 식물들이었다.




콜차니 마을 (Colchani)

선인장 섬에 이어 들린 콜차니라는 마을.

패키지여행으로 해외에 가면 이런저런 백화점이나 상점에 들리는 것처럼, 대놓고 물건을 사라고 데려다 놓은 곳 같았다. 이름은 마을이지만 전부 기념품 샵들이었고, 그나마 흥미로웠던 건 우유니 사막 소금을 판다는 점이었다.

세계 최대의 소금 사막인 우유니 소금사막의 관문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마을이라는데, 관광객들의 지갑과 관심으로 그 의미가 변질된 것 같았다.




Dakar Bolivia 석상

포토존으로 유명한 석상을 거쳐 소금 호텔에도 들어가 보았다. 의자부터 바닥, 벽돌이 모두 소금으로 만들어진 호텔이었다. 놀랍게도 큰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소금으로 만든 호텔에 누가 머물지 의문스러웠다. 아, 지금 생각해 보니 유튜브 조회수를 노리는 여행가들에게 딱일 것 같다.

호텔 옆에는 전세계 국기들이 “we are the world”를 외치는 듯 꽂혀있는 공간이 있었다. 한 개보다 더 달려있는 국기들도 있었는데, 태극기가 유난히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가이드는 우리가 배고픈 건 어떻게 알았는지, 슬그머니 차에서 의자와 테이블을 꺼내온다.

이런저런 현지음식을 꺼내고 코카콜라까지 갖다 놓으면 투어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조촐한 점심 파티가 시작된다.

우유니 사막 한가운데에서 먹는 점심이라니! 인생이 동화 같은 순간이다.




선셋 투어에서는 물을 찾아 소금 사막을 헤매었다면, 데이 투어에서는 사방에 흰 소금 바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떠난다.

이윽고 눈이 따가울 정도로 새하얀 소금 사막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갑자기 분주해지더니, 공룡, 빈 과자 통 등 이것저것 꺼낸 후에 아이폰을 줘보란다.

그렇게 해서 나온 그의 귀여운 작품들.

온 사방이 새하얘서 원근법이 기가 막히게 통하는 우유니 사막의 매력을 그대로 담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가이드와 몸짓발짓으로 소통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가이드와 더불어 다른 투어객들과도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우유니 사막은 지금까지도 나의 인생 여행지다.

그 후 북유럽과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우유니 소금사막의 찬란한 노을은 잊을 수 없다. 그 순간 자체가 뇌리에 뚜렷히 자리 잡아, 인생에서 가장 진하게 지구의 아름다움을 맛본 기억으로 남아있다.

과연 앞으로의 여행지들이 그 기록을 깰 수 있을까.

혹, 다시 우유니 사막을 가게 되면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환경오염으로 아무리 지구가 더러워져도 이곳은 영원히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나에게 여행의 절정(絶頂)을 느끼게 해 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뒤로하고 칠레 아타카마로 향했다.




Uyuni, Bolivia_ Key words
- Sunset Tour
- Star Light Tour
- Day Tour
- 기차 무덤 (Cementerio de Trenes
- 잉카와시 섬 (Isla Incahuasi)
- 콜차니 마을 (Col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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