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라파즈
페루 푸노,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를 거쳐 도착한 볼리비아 라파즈.
볼리비아의 헌법상 수도는 수크레(Sucre)지만, 라파즈는 사실상의 행정 수도다. 해발고도 3,6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 중 하나로 유명하다. 볼리비아를 여행하면 흔히 들리는 도시인데, 로컬들에겐 대중교통이고 여행객들에겐 관광코스인 곤돌라와 아름다운 도시 야경이 특징이다.
도시 관광을 하기 전 버스 터미널에 들렀다. 세계여행을 하면 골치 아프게 만드는 것들 중 몇 개를 고르자면 인터넷 유심, 교통권, 환전 정도가 있겠다. 나는 라파즈 버스 터미널에서 볼리비아 인터넷 유심, 우유니로 가는 버스 티켓, 그리고 볼리비아 통화인 볼(Bol) 환전을 한 번에 끝냈다. 나름의 '파밍(Farming)'과 같은 느낌이라 하나씩 퀘스트를 깨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볼일을 끝내고 산프란시스코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프란시스코 광장은 라파스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공공 공간 중 하나로, 도시의 문화·종교·정치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이다. 스페인 식민지의 흔적으로 광장과 대성당, 계단형 공간이 결합된 열린 광장이다.
산프란시스코 성당은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라는데, 바로크 양식과 안데스 토착 문화가 섞인 디자인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남미 성당들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유럽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이름부터 묘하게 매력 있는 마녀 시장.
전통 의식용 물품, 약초, 부적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골목이다. 굉장히 관광지화가 많이 되어있는 곳이었다.
특히 원석을 쓴 액세서리나 장식품을 많이 파는데, 상인들은 모두 자기 제품이 100% 은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을 속이는 건지 가격이 상당했다.
살 수 있다면 욕심이 났겠지만 나는 살 돈도, 캐리어 안에 들고 갈 여유공간도 없었다. 오히려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 구경을 하면 마음이 가볍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흥정을 하는 상인들과 웃으며 허접한 스페인어로 대화를 좀 하다가 유유히 시장을 떠났다.
나는 원래는 여행을 하면서 맛집을 찾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남미여행을 함께하던 동행들이 여기는 꼭 가봐야 한다며 한 레스토랑에 데려갔다. 내부 인테리어부터 이국적인 남미 느낌이 넘쳤다. 한 부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식당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우리는 셋이서 야히우아(Llajua)소스와 빵, 계란과 샐러드를 곁들인 실판초(Silpancho), 그리고 프리카세(Fricasé)를 시켰다. 모두 라파즈 대표 음식들이었다. 특히 프리카세는 푹 삶은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육즙과 기름진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볼리비아 고추인 로코토(rocoto) 덕분에 은근히 올라오는 매운맛이 맵찔이인 나에게도 매력적이었다.
가격이 높은 만큼 양도 푸짐했는데, 간이 딱 맞아서 그릇까지 긁어먹었다.
라파즈에는 곤돌라(케이블 카)가 대중교통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중심지인 산프란시스코 광장을 기준으로 도시가 안데스 산맥을 타고 언덕 위에 집들이 있는 구조라서, 곤돌라는 라파즈 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지하철과 같다. 나는 누가 봐도 관광객인 얼굴로 설렘을 가리지 못한 채 곤돌라 표를 구매했다. 나뿐만 아니라 티켓 창구에 가면 로컬과 관광객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우리는 빨간색 라인을 타보기로 했다. 가격은 단돈 3볼, 약 500원이었다.
저렴한 곤돌라 시내 투어라고 밖에 말이 안 나왔다. 라파즈는 정말 넓고, 오르막길이 정말 많았다. 저 멀리 만년설이 있는 산까지 볼 수 있었다. 곤돌라를 타고 해발고도 4095m인 엘 알토(El Alto)에 도착했다.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4000m가 넘으니 다시 고산병 증세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내려가는 길에는 운이 좋아서 길거리 행사도 보고, 마을에 공동묘지도 보았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관념이 우리와 달라서, 공동묘지가 마치 집들처럼 도시 근처에 있었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조상의 시신을 두려워하기보다 돌보고 교류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죽은 이가 가족을 보호한다고 믿어서, 정기적으로 음식, 술, 꽃 등을 바치며 만남을 유지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근처의 마치 아파트와 같이 생긴 무덤은 단순한 안치 공간이 아니라 관계의 장소라고 한다.
500원짜리 곤돌라도 좋지만, 역시 라파즈의 하이라이트는 도시 야경이다.
킬리킬리 전망대는 라파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전망 포인트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숨은 명소' 느낌의 장소다. 깊은 협곡 속에 퍼진 라파스의 독특한 구조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백열등과 황열등이 섞여서 온 마을이 반짝였다. 밤에는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고 들어서 여자 동행과 계속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자꾸 키스를 하는 현지 커플과 경찰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5월 말은 비수기라서 그런지 관광객들조차 없었다.
감상도 잠시, 이제 우유니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타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드디어 남미여행을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보러 떠났다.
La Paz, Bolivia_Key words
- 라파즈 버스 터미널(Terminal De Buses Lapaz)
- 산프란시스코 광장 (Iglesia San Francisco)
- 마녀 시장(Mercado de las Brujas)
- 라파즈 케이블카 (Mi Teleferico)
- 킬리킬리 전망 (Mirador Killi Ki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