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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정 Jul 31. 2022

제가 바로 프리랜서입니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아나운서로 시작해 리포터, 취재 기자, 제작을 거쳐 지금은 라디오 DJ, 시사평론가 등을 하고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지칭은 참으로 다양하다. 아나운서님, 기자님, 앵커님, 캐스터님 등등. 한 땐 이것이 나의 콤플렉스였다. 기자도 아나운서도 시사평론가도 모두 애매한 자리에만 있을 뿐, 그 어느 것 하나 당당히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고, 무엇 하나로 나를 정의내리지 않아도 된다. N잡러가 대세인 세상에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야생에 내던져진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된 셈이었다. 


관점을 바꾸면, 전천후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꿔먹으니 태도도 달라졌다. 프리랜서의 세계는 무엇보다 나를 아끼고 믿어줘야 하는 곳이었다. 


강의를 할 때에는 첫 만남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수강생과 기싸움을 하란 뜻이 아니라, 그만큼 당당하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곧 사람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불렀다는 뜻이다. ‘돈을 주고 불렀으니 너에게 무언가 있겠지.’ 하는 기대감이다. 이것은 비단 강의에서만이 아니라 그 어떤 사업장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한 방송사에서 메인 시사프로그램의 MC를 맡았을 때 온갖 정치인들이 패널로 등장했다. 크다는 프로그램에 바쁜 시간을 쪼개 출연했는데, 어린 여자 하나가 MC란다. 각을 재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린 여성을 대하듯이 나를 대한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태도는 생방송이 끝나고 나면 180도 변해있다. 첫 대면과는 다르게 훨씬 정중하고 나를 인간으로, 방송인으로 존중하며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실력으로 보여줬고 말이 통하는 상대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내 위치는 내가 만든다’ 이것이 프리랜서의 덕목이다. 


공채인 친구들의 부러웠던 점이라면 동기가 있고, 선배가 있고, 혼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공채는 입사하자마자 회사에 대한 교육을 받고, 회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업무 팁을 전수받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회사의 체계를 흡수하고 따라갈 선배가 있다. 친구들이 회사에 가서 화장실에서 울곤 했다. 혼나고 나면 모욕감과 자괴감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부러웠다. 혼을 낸다는 것은 채찍질하고 욕해서라도 너를 데리고 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에게 그런 것은 없다. 조용히 잘릴 뿐이다. 


초년생 때는 이것이 엄청난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추가비용이라는 것, 또 프리랜서의 고용은 언젠가는 당연히 끝이 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 굳은살이 배어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11년차인 나는 오늘도 묵묵히 굳은살을 더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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