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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hu Jul 29. 2021

이화동에서 하루를

Be stay chill in house with Eahwa-dong

서둘러 캠핑을 하러 가는 대학생처럼 가지각색의 가방에 먹을  입을   것을 챙겨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기사님 이화동 언덕 달팽이 길로 가주세요.”라는 말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름 따라 굽이진 달팽이 길을 올라 다닥다닥 붙은 단층 짜리 건물들이 보일 때가 되니 슬슬  도착할 때가   같다.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그제 도착한 검은색 카드로 전자칩 사이의 암구호를 주고받고는 나와 기사님은 각자의 의무를 다했다는  약간의 인사를 건네고  검은 이동수단에서 작별을 고했다. 나는 트렁크에서 하루 묵을 거라고는 상상도   미련한 짐들을 내렸다. 매트한 검은색의 이화동의 언덕의 모난 ,  층이 훤히 보이고  정돈된 격자의 바닥과 창을 보니 누군진 몰라도 재주 좋게  만들어 놨단 생각에 벌써 흥이 난다. 달팽이  감추듯 느리게 속으로 감상을 내리던 찰나. 이화동의  주인장이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손님이세요.” 느닷없이 걸어온 인사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에서 단련된 안면근육들이 인사를 받아쳤다. “안녕하세요, 영광입니다.” 그제야 눈을 마주친 나는 이화동의  주인이 단번에 짙은 색을 지닌 사람이란  알았다. 약간의 단발과 물결치는 머리칼, 호리호리한 체형의  정돈된 옷매무새가 그의 인상착의였다. 빠르게 인사를 주고받은 우리는   주방과 거실부터 이층의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을 둘러봤다. 마지막 좁은 계단을 올라 루프탑에 도착해서는 주인장이 알려주는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나서 나는 이화동 일인 주민 자격을 얻었다.

이화동에서  저녁이다. 어제까지 지나치게 과도한 업무량이 지칠 때로 지친 우리는 망설임 없이 월편 슈퍼에 들러 맥주  캔을  왔다. 슈퍼에서 캔을 까고는 나오면서 건배를 하던 우리는 이화동 주민들의 인사를 피할  없었다.


자네들이  손님인가?”


무척이나 로컬스러운 인사다.  공간이 어떤 손님을 받을지 매일 같이 슈퍼에 모여 기다린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고 호기심 가득한 인사가 싫지는 않다.


, 저희가  손님이에요.”


라는  같은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건배를 하려던 찰나라 걸려온 인사에 당황해버린 나머지 대화가 끊기고 말았다. 이화동 일일 주민으로서 조금 실패한 걸까? 아쉽지만 일단 우리는 지금을 축하하기로 했다.   녘의 주방에서 가벼운 수다를 떨며 꿀꺽꿀꺽 삼키던 맥주는 그간 쌓여온 피로를 잊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역시 인간의 태초부터 설계된 본능 때문인지 우리는 사흘 굶은 한국인처럼 탄수화물을 찾기 시작했다. 저녁때가 조금 넘었다. 슬슬 먹어야지 하며, 오랜만에 나는 오래전 요리사를 했다며 의기양양한 어깨를 보이고는 등을 돌려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온갖 재료에 대한 설명과 음식과 무관한 잡담들이 흘러가는 동안  창밖으로 이곳 주민들이 무심하게 지나다니는    있었다. 드디어 완성된 우리의 식사. 누군진 몰라도  문구 하난  지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그래 나도 동감한다. 이화동에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동네슈퍼에서 맥주를    오고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보는 . 그것이 아무도 모를 수밖에 없던 우리라는 존재를  마을이 당연하게 인정해주는 무언가 아닐까? 근사하게  익은 소고기와 맥주 그리고  탄수화물.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우리가 좋아하는 놀이를 시작한다. 찰칵,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찰칵, 화담이라도 하듯 우리는  공간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쉴 새 없이 셔터를 움직였다. 셔터 때문에 몰랐을까 지는 해에 가려서 몰랐을까. 비가 온다. 추적추적, 오기 전이면 쑤시던 오른쪽 무릎도 모르게 몰래 찾아온 . 지금처럼 꽃가루가 만천하에 날려  눈을 괴롭히는 시기가 오면 간절하게 바라던 비인데, 이렇게 여행을 시작했을  오는 거냐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이것도 여행이지. 계획대로 되면 그건 꿈인  의심해 봐야 하지 않겠냐며 깔깔거리고는 오후에   과일을 씻어 먹는다. 거실에 앉아 무드 등만   추적추적 오는 비를 보며 팡팡 울리는 음악 소리는 힘듦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늑해져만 갔다.


그렇게 첫날의 하루는 저물었다.


누구나 우리 한국인을 부지런한 민족이라 한다. 여행을 가서도 새벽같이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고 늦은  달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여행을 즐기는 민족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새벽에 들려오는 자그마한 인기척과 웃음소리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기분 나쁘진 않은 소리이다. 햇살이 구름을 뚫고 나오려고 노력하는 동안 추적추적 오는 비는 창과 잔잔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커피를 한잔해야겠다.”라고 조용히 말하고는 침실의 조용함이 흐트러질  없이 조용히 빠져나온다. 살짝 닫은 문을 뒤로하고 겨우 기지개를 켠다. 손으로 눈곱을 대충 정리하는 관례도 잊지 않았다. 속으로 ‘이제 이곳 주민   거지 .’하고 으쓱대며,  층의 거실이 추울세라 편안하게 걸칠 옷을 고른다. 텅텅 텅텅    되는  소리를 내고 나서 계단 한쪽에 마련된 책장에서 책을 꺼낸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이다. 책장을 스르륵 넘겨 어제 읽다  구절을 찾는 동안 다시  톡톡 톡톡 하고 시멘트와 얇은 천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를 낸다. 검은색 타일들  기가 막히게  정돈된 모습이다. 모던하고 시크한 모습을   일층의 공간이 맘에 든다. 짧은 소감이 눈을 통해 머리로 가는  순간에는 노인이 작은 쪽배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였다. 나는 그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검정 커피포트의 물을 끓인다. 하얗고 두꺼운 머그잔에 검은 포트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부드러운 하얀 스팀이 흘러나온다. 부글부글 끓는 스팀들이 흥분상태를 가라앉히는 동안  손에 책을 걸어둔 채로 나는 버티컬의 각을 잡으며 조금이라도 아침의 빛을 들여보려 노력했다. 한때 써봤던 녀석인데,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올리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냥 가지런히 정리된 같은 간격의 검정 선들의 기울기를 바꾸고 나서야 겨우 빛을 받을  있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커피백을 상어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처럼 뜯어 하얀 머그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 거뭇게 물들어가는 호스를 들고 고요한 아침 이화동을 보여 소파에 앉았다. 이쯤 되면 노래가 필요하지. 팔을 걸치고 있던 서랍장의  번째 칸을 열어본다. 어제 뒤적거릴 때랑은  다른 설렘이다. 시간이 바뀌었으니 음악도 바뀌어야지 ‘그래 이렇게 조용하고 고요할  피아노지!’라며 ‘피아니스트 조성진 CD 망설임 없이 넣는다.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사투를 끝내고 지칠 때로 지친 노인과는 다르게 나는  다른 평화를 맞이한다. 항상 그의 손가락 끝의 하얀 작대기들과의 조우는 검정 점박이들이 감정을 가지고 살아나게 한다. 이상한 현상이다. 음악의 ‘자도 모르는 내가 그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그의 음악에서는 믿기지 않는 감정이 우아하게 살아난다. 마치 ‘마리 로랑생 그림처럼 말이다. 검정 점박이들이 계단을 타고 올라갔는지, 위층에서는 어제의 노곤함을 씻어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다른 스팀이 이층 창밖으로 피어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이  때쯤 들고 있던 책을 내리고 아침을 준비한다. 비가 오는 아침에도 관광객과 이화동 주민들은 부지런히도 움직인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빨강 니트를 입고 검정 우산을  연인은  힘든 계단 길을 올라가며 투닥이는 소리가 들린다. 연인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었다. 나는 그렇다.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에 행동을 강요하는 일보다는 연인이라고 칭하는 이가 나와 어떤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것에 집중한다. 그도 이전에 사람이라는 생각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다툼에서 감정적이어도 되는 상대방이기 이전에 내가  말에 물건처럼 듣고 무시할  있는 이가 아닌 것을 알기에 항상 버릇처럼 그런 일이 있을 때면, 감정이 앞서지 않을  있을 정도의 시간을 갖는다. 약간의 서운함이라는 진심을 담고 존중이라는 태도로 눈을 보며 이야기한다. 간혹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혹은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알고 있다. 서운함은 애정이 없으면 나올  없다는 것을. 여하튼 그렇게 아침부터 투닥이며 오르던 커플이 우산 안에서 손을 잡고 오르는  장면이 정신없이 아름답다. 지나가던 이들로부터 생각을 정리할 때쯤 책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할  있었다.

짙은 녹색의 테이블에는 하얀 종이비행기가 있다.  비행기는 STAY CHILL HOUSE 호다.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따뜻한 커피와 가벼운 식사. 비행기 안에서 맞는 아침처럼  근사한 여행이 기다릴  같은 기대감이 다시 차오른다.


우리의 여행은 기록일지도 모른다. 즐겁게 하는 행동이다. 이번엔 조금 신나는 음악을 틀고 들리는 쿵쿵 소리에 맞춰 우리도 또다시 찰칵거린다. 순간의 감정을 즐기는 시간도 있겠지만, 당시의 시간을 담는 작업을 사랑한다. 아마도 돌아간 일상에서 디지털 칩에 담긴 잔상들을 보며 이야기하는 우리가  즐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과거는 미래를 향한 빛을 쏘아댄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그땐 그랬지라는 서두가 아마  이야기이지 않을까? 어느새 다가온 이화동의   녘은 달달한 낮잠과는 다르게 개운하지 못하다. 벌써  꿈같은 시간은 끝일까? 다시금  미련한 짐들을 챙기며 돌아보는  공간에서의 시간은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맞춰 무심하게도 달려온다.


문을 열고 나오며 꿈이 잊히지 않도록 기억한다. 하얀 택시에 문을 열며 든 생각이다. ‘끝이 아니구나’ 돌아가는 길에 소중한 이들에게 검정의 점박이들을 보낸다. “나 멋진 곳을 찾았어, 우리 언제쯤 이곳으로 오자!” 그때도 나는 미련한 짐들을 들고 오겠지.


이화동에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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