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 손상우, 유리공예가
재미난 手作 / 손상우, 유리공예가
중학교 때 미술학원에 다니며 애니메이션 작가의 꿈을 키웠던 나. 그러나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일 뿐, 실력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전공을 바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나는 줄곧 그래도 조금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넓은 예술의 세상에 나와 보니 그마저도 하찮더라. 그렇게 미술의 꿈을 접고 건축공학과와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뒤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유리공예의 한 종류인 ‘스테인드글라스’ 공예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는 이 공방 저 공방 원데이 클래스에 들어가서 여러 방법을 습득했고, 자격증반 수업을 들으며 눈에 띄지 않는 성장에도 기뻐했다. 산화규소를 이용해 유리를 제작해 본 적이 없고, 로마 시대와 중세 시대 건축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해 보지도 않아서 전문지식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정의하거나 표현하라고 하면 분명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스테인드글라스에 입문하는 것이 어려웠고, 독학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보고 듣고 배운 지식을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생각과 표현으로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진행하며 스테인드글라스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몇 달은 구독자가 한 명도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현재도 글을 쓰고 있다. 빛을 이용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재료 유리, 다루기 위험한 재료 유리. 정말 매력 있는 공예임은 틀림없다. 유리의 색을 보고 작품을 만들어도 빛이라는 요소가 개입되는 순간 내 의도와는 다른 면이 표현된다. 색유리가 지닌 아름다운 외면에 개입된 빛. 이는 오래전 중세 사람들이 가슴 깊이 품고 있었던 신앙심을 더욱 굳건히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문득 건축학과 재학 시절, 서양 건축사 강의 시간이 생각난다. 스테인드글라스의 부흥을 이끈 고딕 건축 양식, 고딕(Gothic). 이 말은 웅장해 보이지만, 사실 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중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양식을 만든 고트족을 조롱하는 용어였다. 조롱의 용어에서 지금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의 건축 양식으로,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깊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스토리 아닌가. 그래서 출강이나 클래스 시간에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 내용을 수강생들과 함께 나누곤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건방지게도 내 작업 수준에 만족하고 있을 때,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전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기에 개인전에 관심을 두고 계신 작가님들께 연락하기 시작했다. ‘서로 부족한 것이 많지만 같이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이 어떤지.’ 이 제안에 11명의 작가님이 모였고, 첫 번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침과 동시에 18명의 작가님을 모시고 두 번째 전시회까지 준비해서 개최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2024년도에 열릴 전시회를 26명의 작가님과 준비 중이다. 7~8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작가들의 사이가 가까워졌는데, 서로의 작업물을 보며 내 작업 방식을 재정비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유리를 예쁘게 다듬고 화려하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유리를 연구해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전시회라는 목표만 갖고 있었던 나는 앞으로 유리 공예 시장의 벽을 허물고 모두가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시회를 바라고 있다. 밝을 때는 빛의 도움으로, 어두울 때는 불빛의 도움으로 완성되는 빛의 예술 스테인드글라스. 혼자서는 결코 빛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언제든 빛을 머금을 준비가 된 색유리처럼 언제나 받아들이는 자세로 작업을 이어가 보려고 한다. 빛을 내뿜을 때가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