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불참러는 싫어요
입장 바꿔 생각하니 이해는 가지만요
"죄송해요. 아이가 아파서 오늘은 참석을 못할 것 같아요."
드디어 올게 왔다. 지금까지는 그림책 모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내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어떻게든 모임에 참석하려고 애썼다. 아이 어린이집 방학과 모임 날짜가 겹쳤을 땐 매일 야근하는 남편에게 반차를 쓰도록 미리 부탁(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밤새도록 기침을 해서 한숨도 못 잤기 때문이다. 날이 밝으면 아이를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가야만 했다.
항상 참여자들의 못 온다는 말만 듣다가 내가 그 입장이 되었다. 사실 못 온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김이 빠지고 뭔가 서운하기도 했는데, 다들 이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 싶어 한편 이해가 가기도 했다.
내가 참석 못한다고 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갑자기 "저도요." , "죄송합니다."라는 톡이 쏟아진다. 그렇게 남은 참여자는 단 두 명.
그날의 발제자가 누군지와는 상관없이 항상 그림책을 준비하는 건 나였다. 그날도 발품을 팔아 모은 그림책 십여 권이 스탠바이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두 사람이라도 모여서 모임을 진행했으면 했다. 우리 모임은 격주로 모이는 모임이라 한번 캔슬되면 타격이 크다. 이론서 한 권으로 반년, 혹은 일 년을 끌고 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서둘러 발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두 사람이 함께 모여 모임을 진행했다고 했다. 내가 준비한 그림책을 집 앞에 두고 갔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는 두 세명이 모여서 하는 모임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되도록이면 과반수 이상의 인원이 모였을 때 모임을 하고 싶었다. 대학교재 같은 이론서의 난이도를 고려할 때, 한두 번 빠지다 보면 따라오기 벅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두 번 빠지다 보면 모임에 흥미를 잃게 되고 프로 불참러가 되기 십상이다).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두명만 모이면 모조건 진행하는 게 '꾸준히'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꾸준히' 참여하는 참여자에 대한 예의이고 이 모임을 지속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의 모임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최소한의 참여비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벌금을 물어야 할까. 보증금을 받아 나중에 돌려주는 방식도 있다. 모아진 돈으로 함께 밥을 먹어도 좋고, 책을 구입해도 좋고 아니면 어떤 뜻이 맞는 단체에 기부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참여자 두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모임에 불참해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을 해왔다. 두 번째 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남은 인원은 4명, 이러다가 매일 두 명이서 모임을 하는 건 아닐까. 갑자기 머릿속이 하애졌다. 쉽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이탈하는 인원이 생기자 힘이 빠졌다.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모임인데, 도움이 안 된다 생각이 드니 더욱 그랬다.
앞으로 어떻게 모임을 하면 좋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