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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들도 편가르는 피자전쟁

로마 피자 vs 나폴리 피자

by 박정수

저는 박사시절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접한 나폴리식당은, 한국에서 익숙했던 미국식 피자와 달리 너무 부드러워 토핑이 흘러내리고, 바닥도 탄 것 같고, 이상한 맛의 허브가 토핑이 되어 있는 등 새롭고 신기한 맛의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이 식당이 전통 나폴리식당으로 시드니에서 맛집으로 꼽는 식당이하 했다. 그리고 학교후문의 이태리 식당가에서도 새로운 이태리식을 맛볼 수 있었고, 동네네 도서관이 새로 지어지면서 입주한 이태리 식당에서도 사장과 친해지면서, 제거 모시고 가는 손님들은 예약 없이도 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이태리인들의 친절함, 한국과 같은 화통함, 네가 남이가 하는 동질감등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물론 피자나 스파게티는 한국인에게 이미 가장 친숙한 세계 음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현지에 살면서 직접 경험한 정통 수준의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이에 준하는 맛과, 현지인들이 경영하는 식당을 자주 방문한 ㅈ버의 경함을 교양 수준이라고 정하고, 그 수준에서는 자랑스럽게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으로 이어 나가려 합니다.


물론 현지어, 역사적 배경 등은 음식전문비서인 COPILOT, GEMINI, CLAUDE과 검증을 거쳤습니다.


이태리편의 피자특집으로 다음 제목을 정하고 글들을 정리했습니다.


"로마 피자 vs 나폴리 피자 - 이탈리아인들도 편 가르는 피자 전쟁"


이탈리아에서 "어느 피자가 더 맛있어요?"라고 물으면 대답은 항상 같다.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 다르다. 로마 사람에게 물으면 로마 피자가 최고라고 하고, 나폴리 사람에게 물으면 나폴리 피자만이 진짜라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 취향의 차이가 아니다. 지역 정체성, 역사, 자부심이 걸린 문제다. 로마와 나폴리, 두 도시의 피자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두께부터 다르다: 피자의 정체성

가장 명확한 차이는 도우의 두께다.

나폴리 피자는 두껍다. 정확히 말하면, 가장자리(코르니초네, cornicione)가 두껍다. 1~2cm 높이로 부풀어 오른 테두리는 나폴리 피자의 상징이다. 반면 중앙부는 얇다. 0.4cm 이하. 이 대비가 나폴리 피자의 특징이다. 테두리는 폭신하고 공기가 가득 차 있어 빵처럼 부드럽다. 중앙은 얇고 부드러워 소스와 치즈의 무게로 약간 축 처지기도 한다.

로마 피자는 전체적으로 얇다. '피자 알 탈리오(pizza al taglio, 조각 피자)'는 매우 얇고 바삭하다. 비스킷처럼 파삭파삭하다. 테두리도 얇다. 특별히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전체가 균일하게 얇고, 칼로 자르면 깨끗하게 잘린다. 나폴리 피자는 칼과 포크로 먹지만, 로마 피자는 손으로 집어 먹기도 한다.

이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철학의 차이다. 나폴리는 "피자는 부드러워야 한다"라고 믿고, 로마는 "피자는 바삭해야 한다"라고 믿는다.


화덕 vs 오븐: 조리 방법의 차이

나폴리 피자는 반드시 장작 화덕에서 굽는다. 온도는 섭씨 485도. 조리 시간은 정확히 60~90초. 이 짧은 시간 동안 피자는 급격히 익으면서 테두리가 부풀고, 바닥은 약간 그을리고(레오파르딩, leoparding이라 부르는 검은 점들), 치즈는 녹지만 타지 않는 완벽한 상태가 된다.

화덕의 불꽃이 피자 위를 핥으면서 독특한 훈제 향을 더한다. 나폴리 피자 장인들은 화덕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장작을 추가하고 조절한다. 피자를 어느 위치에 놓을지, 언제 돌릴지를 순간순간 판단한다. 이것이 장인의 기술이다.

로마 피자는 전기 또는 가스 오븐을 사용한다. 온도는 조금 낮다. 섭씨 300350도 정도. 조리 시간은 더 길다. 35분. 느리게 익으면서 도우의 수분이 증발하고 바삭해진다. 로마 피자는 장작 화덕의 급격한 열기보다는, 일정한 온도에서 천천히 익히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피자 알 탈리오'는 큰 사각형 팬에 도우를 펼쳐 굽는다. 이것을 나중에 원하는 크기로 잘라 판다. 거리 곳곳의 피자 가게 창문에는 이 사각형 피자들이 진열되어 있고, 손님들은 원하는 부분을 가리키면 그 자리에서 잘라준다.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긴다. 100g에 얼마, 이런 식이다.


수분 함량: 촉촉함 vs 바삭함

나폴리 피자는 촉촉하다. 산 마르차 노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의 수분이 도우에 스며든다. 중앙부가 약간 젖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을 나폴리 사람들은 '부드럽다'라고 표현하지만, 로마 사람들은 '질척거린다'라고 비판한다.

나폴리 피자는 접어서 먹기도 한다. 'Portafoglio(지갑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방법인데, 피자를 네 번 접어 삼각형으로 만들어 길거리에서 걸어가며 먹는다. 도우가 부드럽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로마 피자는 건조하고 바삭하다. 수분이 거의 없다. 베어 물면 '크런치' 소리가 난다. 토핑도 나폴리보다 적게 올린다. 토마토소스를 아주 얇게 바르고, 치즈도 많지 않다. 도우의 바삭함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로마 피자는 종이에 싸서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다. 기름이 떨어지지 않고, 형태가 유지된다. 점심시간 로마의 거리를 걸으면, 사각형 피자 조각을 들고 걸어가며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토핑의 철학

나폴리 피자는 단순함을 추구한다. 가장 전통적인 피자는 단 두 가지다.

마르게리타: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바질, 올리브 오일. 끝.

마리나라: 토마토소스, 마늘, 오레가노, 올리브 오일. 치즈조차 없다.

나폴리 사람들은 "재료가 적을수록 각 재료의 질이 중요하다"라고 믿는다. 최고급 산 마르차 노 토마토, 신선한 물소 모차렐라, 방금 딴 바질. 이 세 가지만으로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나폴리의 전통 피자 가게에서는 메뉴가 5~10가지를 넘지 않는다.


로마 피자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로마 피자 가게의 진열대에는 수십 가지 종류의 피자가 놓여 있다.

피자 비앙카(Pizza Bianca): 토마토소스 없이 올리브 오일과 소금만. 로마의 소울 푸드.

피자 로사(Pizza Rossa): 토마토소스만. 치즈 없음.

피자 콘 파타테(Pizza con Patate): 감자를 올린 피자. 탄수화물에 탄수화물.

피자 콘 주키니(Pizza con Zucchini): 호박을 얇게 썰어 올린 피자.

피자 카프리치오사: 햄, 버섯, 아티초크, 올리브 등등.


로마 사람들은 창의성을 중시한다. 계절 채소, 다양한 치즈, 살라미, 해산물 등 무엇이든 올린다. 하지만 항상 얇은 도우 위에 올린다. 도우가 토핑을 압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먹는 방식: 포멀 vs 캐주얼

나폴리 피자는 앉아서 먹는다. 레스토랑이나 피자 가게의 테이블에 앉아, 칼과 포크를 사용해 먹는다. 한 사람당 한 판. 나폴리에서 피자는 식사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천천히 즐기는 식사.

피자가 나오면 뜨거울 때 바로 먹어야 한다. 식으면 도우가 눅눅해지고 맛이 떨어진다. 나폴리 피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화덕에서 나온 지 5분 이내에 먹는 것이 최고다.

로마 피자는 서서 먹기도 한다. '피자 알 탈리오' 가게에서는 테이블이 없거나 몇 개뿐이다. 사람들은 카운터에서 조각을 사서, 그 자리에서 서서 먹거나, 종이에 싸서 들고나간다. 로마 피자는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피자 가게에 들러, 2~3조각을 사서, 5분 만에 먹고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로마 피자는 일상이고 간편함이다.


가격: 고급 vs 서민

나폴리 피자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레스토랑에서 앉아서 먹는 식사이기 때문이다. 마르게리타 한 판에 5~8유로 정도. 유명한 피자 가게에서는 10유로가 넘기도 한다. 여기에 음료, 서비스 비용이 추가된다.

하지만 나폴리 사람들은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장인이 만든 완벽한 피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이 경험에 대한 대가라고 여긴다.

로마 피자는 저렴하다. 피자 알 탈리오 한 조각(약 200g)이 2~3유로. 한 끼 식사를 5유로 이하로 해결할 수 있다. 서비스 비용도 없다. 셀프서비스다.

로마 피자는 서민 음식이다. 학생, 직장인, 여행객 모두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로마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역사: 귀족 vs 서민

나폴리 피자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폴리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먹던 길거리 음식이었다. 하지만 1889년 마르게리타 왕비가 피자를 먹은 후, 피자는 '왕실이 인정한 음식'이 되었다. 이 사건은 피자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20세기 들어 나폴리 피자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가면서 피자를 가져갔다. 뉴욕 피자, 시카고 딥디시 피자 모두 나폴리 피자에서 출발했다.

로마 피자의 역사는 더 최근이다. 20세기 중반, 전후 로마의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탄생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도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효율적이고 저렴한 음식이 필요했다. 로마 피자는 그 해답이었다.

'피자 알 탈리오'는 1950~60년대 로마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빠르고, 싸고, 맛있었다. 테스타치오, 트라스테베레 같은 노동자 동네에서 시작해 점차 로마 전역으로 퍼졌다.


지역 자부심: 끝나지 않는 논쟁

로마 사람과 나폴리 사람에게 "어느 피자가 더 나아요?"라고 물으면 논쟁이 시작된다.

나폴리 사람의 주장: "로마 피자는 피자가 아니라 크래커다." "부드러움이 없다. 피자는 부드러워야 한다." "우리가 원조다. 로마는 복사품이다." "유네스코도 우리를 인정했다."

로마 사람의 주장: "나폴리 피자는 너무 눅눅하다. 피자는 바삭해야 한다." "우리 피자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실용적이다. 빠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나폴리는 관광객용이고, 로마는 진짜 일상이다."

둘 다 일리가 있다. 사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과 철학의 문제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만약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두 피자를 모두 먹어보라. 나폴리에 가면 '다 미켈레(Da Michele)'나 '소르빌로(Sorbillo)' 같은 전통 피자 가게에서 마르게리타를 주문하라. 테이블에 앉아, 칼과 포크를 사용해,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보라. 부드러운 도우, 신선한 모차렐라, 톡 쏘는 토마토소스의 조화를 느껴보라.

로마에 가면 '본치(Bonci)'나 '피치코(Pizzico)' 같은 피자 알 탈리오 가게에 들러라. 진열대의 수십 가지 피자들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가리켜라. 종이에 싸서 받아, 거리를 걸으며 먹어보라. 바삭한 식감, 다양한 토핑, 로마의 일상을 경험해 보라.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라. 어느 것이 더 맛있는가? 정답은 없다. 당신의 취향이 곧 정답이다.


결론: 다양성이 아름다움이다

로마 피자와 나폴리 피자의 논쟁은 사실 이탈리아 전체를 상징한다. 이탈리아는 통일된 지 160여 년밖에 안 된 나라다. 각 지역은 고유한 역사, 문화, 방언, 그리고 음식을 가지고 있다. 이 다양성이 이탈리아의 매력이다.

나폴리 피자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해서 로마 피자가 열등한 것은 아니다. 로마 피자가 더 대중적이라고 해서 나폴리 피자가 구식인 것도 아니다. 둘은 그저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소중하다.

피자 하나에도 역사가 있고, 철학이 있고, 지역 정체성이 담겨 있다. 로마와 나폴리 사람들이 자신들의 피자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피자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피자를 먹을 때, 그것이 어떤 스타일인지 생각해 보자. 나폴리식인가, 로마식인가? 부드러운가, 바삭한가? 그리고 그 차이 속에서 이탈리아의 풍부한 다양성을 발견해 보자.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피자의 세계는 넓고, 맛있고, 논쟁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답다.


다음 편에서도 피자를 더 다루어 볼게요.


더 생생한 정보를 드리려고 동영상도 찾아봤어요. 이 분 요즘 냉부 등 요리프로에 많이 나오죠?

https://www.youtube.com/watch?v=zU5F8u08LD8&t=2122s

https://www.youtube.com/watch?v=prNHB5N-W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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