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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an 14. 2023

[2] 왜 우리가 버텨야 하는 걸까?

신년 경기침체 르포 <모두가 가난해진다> 제작기 <中>

슬플 땐 울어야 되고,

힘들 땐 분노해야 되고,

지칠 땐 쓰러져야 되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번 취재 때 만난 수십 명의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 몸을 깎아내며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었다.



누구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빚을 진 것도 본인의 선택 때문이었고,

지금 이 고생을 하는 것도 본인의 부족함 때문이었고,

세상과 시스템을 원망하는 분들은

정말 한 분도 안 계셨다.


현실을 이 악물고 버티는 사람들 (시사직격 1부 방송분 내)


팬데믹은 변곡점이었다.

세상 모두가 망할 것 같았고,

모든 관계가 단절되는 걸 우리는 경험했다.


이른바 '거리두기'라는 명목으로

가족 간의 관계조차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단절되는 관계.

2020년 이후 3년간 우리는 팬데믹 지옥 속에 가둬놓고

가급적 네트워크를 차단하며 살았다.


하지만 돈은 달랐다.

이른바 기존에 찍어내던 돈의 몇 배를 찍어내며

무슨 무슨 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뿌리던 각국의 정부들.

때아닌 호황기에 주식은 폭등했고,

코인과 부동산은 자산가격 상승에

영끌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산이 자산가치를 불리며

근로소득의 가치를 하락시켰다.


하루하루 월급의 몇 배가 투자이익이 되던 날들.

영앤리치가 터지고, 월급이 보잘것없어 보이던 시대.

잘못된 돈이 욕심과 화를 불렀고,

지난 반년 미친 듯이 금리를 올려대던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 따라

결국 빚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사회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나도 예외일 수 없이

빚을 냈고, 투자를 했다.

내가 선택한 투자였고, 손실이기에 그 만회는

역시 내가 배로 일하면서 갚아나가는 것이지만

사실 거품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미래를 믿었던 탓도 크다.


금리는, 진작 올랐어야 됐다.

아파트값이 미친 듯 폭등하기 전에 금리가 올랐어야

무리한 영끌을 막을 수 있었고, 집값을 잡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정부는 경제정책에 있어

무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뭐라 더 평가할 말이 없지만...ㅠㅠ


이번 경제 편을 하면서 대다수의 사례자들이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코인으로, 창업대출로...

저금리 시대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갚고 있다.  

미친 듯 올라가는 금리 인상에 떨고 있었다.

1억 5천만 원, 약 2%대 대출이 지금은 7% 가까이 올라

월 이자만 30만 원가량 상승한 집도 많았다.


도대체 왜 이런 경고는 안 한걸까!?

아니했더라도, 듣고 싶은 것만 들었을 수도 있지...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 소비자물가는 정말 엄청나게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공급망 붕괴도 있지만,

이미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가치가 높아진 달러,

킹달러라 불리던 대미환율 탓에

수입원가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우리가 먹는 기본 식자재부터 제품의 소재들까지

안 오른 게 없이 다 올랐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밀가루 자급률 1%도 안 되는 나라,

그나마 겨우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수출로 먹고살던 나라인데

이젠 무역수지 50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서버렸고,

미-중 갈등 속에 눈치 보는 정부와 기업,

게다가 중국 위안화의 대용 화폐 역할을 하는

프록시 통화인 원화 가치가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외화 자본은 빠져나가는 상황.


대내외 악재가 차고 넘치는 상황 속에서

금리와 물가는 미친 듯이 올라가고,

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한파까지 몰아닥칠 상황일텐데...

도대체 2023년 경제의 희망이라곤

0.001%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짜장면 값 상승과 짜장면 재료 값 상승의 역설


서민음식 1번지였던 짜장면 가격이

이젠 평균 6,500원 꼴이다.

여의도 체감 가격은 거의 8,000원대!!!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ㅠㅠ)

취재한 중국집 사장님들은 워낙 재룟값이 많이 오르다보니

도저히 가격 인상 없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는데

재료별로 비교해 보니 기본 30%대 인상이라

안 올릴 수 없는 상황이고,

인건비도 엄청 올랐으니 남는 것도 별로 없겠구나 싶었다.


반어적인 표현으로

짜장면 가격 인상을 "짜장면의 배신"이라고 붙였다.




모든 산지가 힘들었다. 인플레이션의 역설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당연히 공급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료값, 비료값, 자재값이 뛰면

그만큼 산지의 농산물 가격이 올라

거기에 유통비 인건비가 더해져

우리 소비자에게 오는 가격이

그만큼 많이 올랐을 거라고

(취재 전에는) 당연히 믿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새벽 2시, 가락 도매시장을 찾았다.

경매현장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해

처음에는 5시에 갔다가 이미 다 끝나버려

두 번째는 아예 자정 전에 출발했다.


그런데 도매시장 경매장의 중도매인들

얼굴이 죽상이었다.

장사가 안되도 너무 안된다는 것.

사람들이 돈을 안 쓰다보니

결국 가격은 떨어지는 역설...

실제로 야채값, 과일값, 생선값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단다.


"인플레이션의 역설"이란 이렇다!

배춧값만 가지고 보자.

1. 배추 수요가 늘어나자 배춧값이 포기당 15,000원까지 올랐다.

2.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잡으려고 가격정책을 편다.

3.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식당은 싼 중국산으로 대체한다.

4. 배춧값이 좋으니까 산지에서는 너도나도 배추를 심는다.

5. 김장철 김장을 안 하니 수요가 줄어든다.

6. 공급이 늘고, 수요가 안 되니 배춧값은 폭락한다.

7. 결국 배춧값은 포기당 2,000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8. 배추를 수확해 출하하는 비용이 배춧값보다 비싸다.

9. 수확하면 적자라, 결국 배추밭을 갈아엎는다.

10. 수입이 없고 부채가 늘어난 농민들, 내년 농사짓겠나.

11. 결국 공급이 줄면 또 배춧값은 올라갈 것이다.


모든 산지가 그랬다.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업자도,

계란을 생산하는 양계업자도,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민도,

일찍 조업을 중단한 어민도...


마지막 어민의 인터뷰처럼

모든 일차산업의 종사자들이 정말 망하게 생겼다!




자영업자, 중소기업... 모두가 힘든 2023년이다!


방송 내용 중에는 빠졌지만,

한 경제전문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아직 침체는 오지 않았어요.

본격적인 침체는 2023년 상반기,

53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때예요.

기업들의 유동성 공급이 어려워지면

결국 파산이나 도산이 시작될 거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량의 실직자들이

생겨나는 거예요. 아직 아니에요"




솔직히 무서웠다.

제목의 <모두가 가난해진다>보다 더 심한

표현으로 위기감을 조성해야 되나 싶었다.

 

IMF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거라는 얘기는

만난 7명의 경제전문가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왜냐하면 수출까지 적신호가 켜졌으니까.

그나마 한국을 먹여 살리던 반도체마저 재고가 넘쳐나는

위기의 현실이니까. 더 심각할 것이란 의견이다.


자영업자는 소비가 감소하면 위기가 온다.

기업은 수출이 줄어들면 위기가 온다.

개인은 고용이 줄어들면 위기가 온다.

원자재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는 나라에서

어떤 미래성장동력(먹거리) 하나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환경에서 정치는 늘 정쟁 속이다 보니...

어디에 기댈 곳이 있겠나 싶었다.




왜 우리만 버텨야 하는가?

IMF때처럼 또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할 것인가?

왜 우리들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가?

왜 화내지 않고 버티는 걸까?


이번 제작기의 가장 큰 아쉬움은

왜 모든 책임은 국민이 떠맡아야 하는가에 대한

아쉬움과 한탄일 뿐이다.


이번 편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은

<오마이뉴스> 기자님이 써주신

인터뷰 내용을 붙여보고자 한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894993&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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