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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Jan 28. 2022

WITH 사춘기-5화

휴대폰

휴대폰이 문제다. 

자식의 휴대폰 사용으로 마찰을 겪어보지 않은 부모님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들 것이다.


나는 아들과 딸을 휴대폰에 뺏겼다.

둘 다 중학생들인지라 스스로 통제가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믿는 도끼에 더 이상 찢길 발등도 없다.]


대학시절, 삐삐를 차고 다니다 어느새 휴대폰을 손에 쥐고 다니며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살아가는 "나"이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꼰대"가 될 거라 라떼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한다.


만화 속 최자두의 엄마처럼 소리 지르면서 야단을 치고 싶지만

'자존감이 무너지면 어쩌나...

행여나 나쁜 생각이라도 하면 어쩌나... '

싶어 조곤 조곤 말로 하다 보니 엄마인 나의 말에는 아이들이 무감각해지고 그냥 되풀이되는 잔소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한 소리를 하는 날이

악역은 모두 나의 몫이 되고 그 원망과 미움이 섞인 눈빛과 말들은 내 가슴에 박히게 된다. 

'엄마인 나도 아프다!'


잔소리 천 번, 만 번보다 따끔 말 한마디가 효과적인 걸 알지만,

나의 타고난 성향 또한 독하게 말을 하고 나 

말들이 항상 마음속에 앙금으로 또는 상처, 후회로 남아있기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들은 사람의 마음에도 앙금으로 또는 상처로 남아있음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 문제로 합의점을 찾은 건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거실에 내어놓기~!>

이다. 물론 자의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남편은 거실에 휴대폰이 없으면 공부를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겠다고 했고 아들도 동의했다.

참고로 난 저녁 몇 시부터는 휴대폰 내어놓기라는 의견을 말했다.


약속을 정한 첫날부터 그 이후로 먼저 투덜거리며 볼멘소리를 하는 건 남편이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휴대폰도 안 내어놓고. 공부엔 마음이 없는데 뭐."

남편의 말이 끝나면 난 시계를 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은 후, 배에 힘을 주며 말한다.

"아들, 휴대폰은~~~?"

"네. 지금 내놓을게요."

방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계속 기다려도 휴대폰을 안 가져와서. 이젠 공부도 좀 해야겠지?"

"네. 알겠어요."

아들의 수긍의 말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언제쯤 휴대폰을 멀리하고 공부에 집중할런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아들을 몇 주 지켜보았지만...

아들은 순하고 착한 만큼 스스로에게는 독하지 못해서 결국 휴대폰은 다시 나의 잔소리와 함께 관리되고 있다.


그래도 아들은 말이라도 듣는데

중1인 딸은 절대로 휴대폰을 내어놓지 않는다.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은 게임이 아니라 친구들과 카톡, 영상채팅 등으로 끝없이 대화, 수다를 떤다. 새벽까지는 예사이고 식사 중에도 휴대폰을 거의 내려놓지 않는다.

그럼에도 딸은 늘 당당하다.

"내가 돈을 모아서 산 휴대폰이니까 이건 내 꺼고 난 알아서 관리하니까 엄마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그래. 맞아. 그런데 엄마가 매달 통신비 내 거든."

"엄마가 당근 통신비 내줘야지. 난 아직 미성년자라 돈을 못 버는데."

"그래. 중2되고 첫 시험성적 나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싫어. 난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오빠도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휴대폰에 빠지니까 안되더라. 엄마가 몇 번이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줄 아니?"

"그건 오빠고. 난 달라. 그만 좀 얘기해."

"휴대폰 해도 되는데 주인이 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노예가 되지 말라는 거야!

이건 아들, 딸 모두에게 해당되는 거야.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엄마는 개입할 거야. 

왜냐고? 엄마가 통신비를 내니까!"


딸의 방문에 대고 크게 선전 포고하듯이 말하며 아들방까지 들리라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지만

마음속으론 그런 말이 아니었다.


'제발 휴대폰 사용 좀 잘해줘. 

엄마는 걱정되고 속상해.

휴대폰에 집중, 아니 몰입하는 만큼

공부에도 집중해 달라는 거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왜 아이들이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딸과 아들이 휴대폰 사용을 잘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어른인 나의 잣대로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공부가 전부인 세상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가?'


여러 생각들이 들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학업을 떼어놓고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 같이 잘 사는 사회"가 아닌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있는 하나!

"능력에 따라 잘 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직장과 소득이 달라지고,

여전히 직업에 대한 귀천 사상이 사회의 밑바탕에 존재하고,

못 사는 건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지는 사회.


아이들이 불쌍하다.

경쟁적인 교육과 입시제도 속에서 수많은 공부를 그것도 성적을 유지하며 잘해야 하는 현실이 아니다 싶고 학원과 공부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하지만,

이 나라에서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휴대폰에 대한 나의 경계와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휴대폰은 재미있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도 아이들은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공부는?

재미없다. 힘들다. 어렵다.

물론 좋은 성적에서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

주변의 인정과 칭찬도 있지만,

나의 중, 고등학교를 생각해보면

 역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은 매일매일이 축제였다"는 독일 출신의 방송인이 한 말처럼

우리나라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전쟁터가 아닌 축제로 생각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여기는 아니다. 아직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매일 휴대폰과의 처절한 전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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