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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결방정선생 Oct 26. 2023

괜찮을 법한 칭찬은 대충 이런 식

[초등 교육]




"오늘 우연히 식사 중에 주영이의 모습을 보게 됐거든? 식사를 마친 주영이가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퇴식구 앞에 계속 서있는 거야. 뭘 하나 유심히 살펴봤더니 친구들이 대충 던져놓은 식판을 하나씩 손수 정리하고 있던 거야. 음식물이 잔뜩 묻은 식판 말이야. 선생님은 그 순간 주영이에게 반했지 뭐니.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법이야, 주영아 고마웠어"



여기저기서 본인들도 식판을 정리한 경험이 있다며 선생님이 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둥, 자기 친구는 자신의 선행을 봤다는 둥 흥분된 목소리로 미담을 늘어놓는다. 몇몇 아이들은 뭔가 다짐이라도 한 듯 결의에 찬 표정이다. 아마도 '나도 가만있지 않겠어. 다음 번 칭찬 세례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이 정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재빨리 식사를 마친 반 아이들이 자기 순서라도 된 양 퇴식구 앞에 진을 치고 서있다. 보아하니, 지난번 주영이의 작은 선행에 크게 감화되었는지 다른 아이들이 내어놓는 급식판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사찰단이라도 된 듯 매서운 눈빛으로 서있는 아이들을 보자, 급식판을 대충 던지고 뛰쳐나가던 아이들도 이내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급식판을 놓고 퇴장한다. 

이 장면을 놓칠 수 없다는 조급함으로 단번에 영양사 선생님께 달려간다. 우리 반 아이들의 선행이 담임인 나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수가 눈치채고 칭찬해 준다면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영양사 선생님께 귀띔을 하고는 모르는 척 자리에 앉아 남은 식사를 마저 하였다. 영양사 선생님께서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태연한 척 아이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고 아낌없이 칭찬을 쏟아내어 주신다.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거리는 모양이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된다. 아이들은 그 길로 급식판 정리를 찬란하게 마무리하고는 영양사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구슬 아이스크림을 의기양양하게 씹어 먹으며 영웅처럼 사라진다.



이 순간을 나만 알기 아까워 학부모님께 문자 메시지를 보내어 소식을 전한다. 

"어머니, 우리 아이들 칭찬 많이 해주세요. 사소한 배움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용기 내어 실천하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베푼 선행의 시작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라 믿습니다. "



뿌듯한 순간이다. 교실에서의 가르침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할 용기를 내어주는 착한 아이들. 이 아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울 거라 믿는다. 아이들의 소중한 마음과 용기를 놓치지 않고 진심으로 감동하고 칭찬해주는 마음이 아이들의 선행을 지속시켜 주길 바란다. 



작지만 풍부한 칭찬,

뻔하거나 식상하지 않은 칭찬,

스토리로 제시하는 자세한 칭찬, 

행동을 지속/확산시켜줄 수 있는 칭찬,

모두를 움직이게 만들어 변화를 이끄는 칭찬, 

깨달음을 준 나의 어린 스승들에게 또 한 번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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